나를 어떻게 브랜딩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정체성을 찾고 글을 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겠다.
정체성을 먼저 찾아야만 글을 쓸 수 있다면, 나는 아직 내 글을 제대로 펼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나는 일곱 개의 SNS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채널은 감성을 강조하고, 어떤 채널은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
어떤 곳에선 일상적인 글이 사랑받고, 또 어떤 곳에선 깊이 있는 분석이 반응을 얻는다.
이 모든 채널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처음엔 이런 혼란이 불편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글을 쓸 때마다, 마치 자기 검열을 하는 듯해 불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체성이 글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글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건 아닐까?’
나는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쓴다.
말장난 같지만 사실이다.
신중년이라는 나만의 브랜딩 주제를 중심에 두되,
에세이로 가족 이야기를 담고, 어린 시절의 기억도 소환한다.
그렇게 쌓인 글 속에서 나만의 패턴이 만들어진다.
그 패턴이 곧 나다.
내 글을 통해 형성된 언어의 결, 시선의 방향, 주제의 범위. 그것이 결국 나를 만든다.
그러니 나는 아직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의 정체성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교보문고는 나를 리더십 컨설턴트라 부른다.
브런치에서는 인플루언서 강연자로 소개한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말한 적 없지만, 그곳에서 그렇게 규정해 주었다.
2권의 종이책을 내고 4권의 전자책을 등록하자,
교보에서는 리더십 컨설턴트라 불렀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커리어 크리에이터로 선정되고 인플루언서 강연자가 되었다.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그렇게 판단한다.
그것도 정체성이다.
스스로 명확히 정의하지 않아도, 글이 말해주는 정체성. 어떤 정의는 타인이 더 잘 찾아내기도 한다.
나는 그저 매일 글을 쓴다.
좋은 날에도, 지친 날에도, 아무 일 없는 날에도 쓴다.
글을 쓰는 일이 하루의 중심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철학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체성을 갖춰야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글을 써야 비로소 정체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내 글을 쓴다.
나를 어떻게 브랜딩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써보라. 쓸수록,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