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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날씨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억척 생활기

by Aprilamb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의 날씨가 정말 좋다고 한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1년도 아니고 3주 정도 생활한 지금 이곳의 날씨에 대한(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는) 나의 의견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곳의 날씨는 분명히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비를 경험한 것도 단 두 번, 도착한 날과 어제뿐이다. 비가 와도 우산이 필요한 장대비가 아니라 축축한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려보면 ‘앗! 비 같은 게 오고 있었잖아?’ 하는 정도로, 아침에 조금 흐린 것 같다가도 오후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빛이 쨍한 경우가 많다.


샌프란시스코 날씨의 가장 큰 특징은 습기가 별로 없다는 것으로, 저녁에 히터를 틀어놓고 자면 다음 날에 목이 모하비 사막처럼 건조해져서 무슨 말을 하면 모래가 입에서 후드득 떨어질 것만 같다. 그 이유로 햇살 아래에서도 후덥지근하지 않으며, 옆 그늘로만 이동하면 바로 서늘해진다. 게다가 이 곳은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부는데, 그늘로 움직였을 때 맞춰 바람이 불어주면 나도 모르게 ‘아 추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저녁에 해가 떨어지고 나면 도시의 온도는 뚝 떨어지고, 거기에 또 바닷바람이 불어주면 이건 완전히 겨울 같다. 낮이 따뜻하니 옷을 얇게 입고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만 서늘해도 상당히 춥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겪는 날씨로, 마크 트웨인은 샌프란시스코 날씨에 대해


내가 겪었던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다


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아마 그도 나처럼 창문 틈으로 바람 숭숭 들어오는 낡은 스튜디오에서 살았나 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길을 걷다 보면 나시를 입은 사람과 패딩을 입은 사람을 모두 볼 수 있다. 내 몸의 기관들이 하루에 사계절을 보내며 땀은 어떻게 배출해야 하고 체온은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동안에도,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은 높고 푸르고 그냥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날씨인 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곳의 집들이 에어컨은 없어도 히터는 꼭 존재했던 이유가 있었고, 덕분에 나는 지금도 저녁에는 방의 히터를 꼭 켜고 자고 있다.


히터를 켜면 ‘딱딱’ 소리가 나는 것이 좀 무섭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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