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청소부
건강해지고 싶다는 주인의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나 보다. 요즘 러닝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최근 운동 유튜브는 거들떠도 안 보던 주인의 새로운 모습이다. 영상만 보고 밖으로 나가지 않을까 걱정도 됐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주인이 저녁을 먹은 후에 운동복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집 인근 공원에 가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운동을 시작하면서 잡다한 물건들을 사지 않았다는 거랄까. 이 전에는 어떤 걸 시작한다 생각하면 거기에 필요한 물건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서 집에 쌓아두고, 정작 하는 건 며칠 안가 처지 곤란할 때가 많았다. 이번에는 맨 몸으로 시작하니 그만둔다 해도 손해 볼 게 없다.
천천히 걷는 주인 주변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주인처럼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부터 러닝을 하는 사람들, 축구를 하거나 웨이트를 하는 사람들까지. 그동안 밖을 나오지 않아 몰랐던 세계가 여기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은 매일 나와서 운동을 하는 건가? 대단하다.
어?
주인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걸으면서 몸이 다 풀렸나 보다. 무리는 하지 말아야 오래 운동할 수 있을 텐데... 호흡을 가다듬으며 달리는 걸 보니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인이 바보는 아니었다.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도 나지 않는지 마음의 방도 고요하다. 나도 주인의 숨소리에 맞춰 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공원 한 바퀴를 돌았을까. 주인이 숨을 고르며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오랜만에 하는 운동, 특히 러닝은 몇 년 만이니 힘들만하다. 공원 한 바퀴를 뛴 것도 대단하다. 학창 시절부터 달리는 걸 좋아하더니 아직은 뛸 기력이 남아있었나 보다.
주인의 마음이 편안하니 짐이 할 일도 줄어들어, 늘어져라 이 고요함을 즐기면서 널브러져 있다. 이런 날은 오랜만이라 몽글몽글해진다. 주인 역시 달리는 게 기분이 좋은지 핑크빛 기분 조각들이 마음의 방으로 살포시 흘러들어온다. 이 조각들은 지워지지 않도록 잘 나둬야겠다.
난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주인이 신났다. 콧노래를 부른다. 얼마 만에 보는 기분 좋음이란 말인가. 오늘 여러 가지로 짐도 신이 난다. 이 기분을 기억해 내일도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짐은 오늘도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