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주어진 소명을 찾아 헤매던 때가 있었다. 내 일에 만족하지 못했던 나는 어딘가에 나에게 꼭 맞는 나만의 ‘일’이라는게 있다고 믿고 그게 뭘까 생각만 했었다. 그러니 그당시 하고 있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탈출할 방법만 생각했었다. 일에도 삶에도 무엇에도 만족을 느끼지 못하던 나날이었다.
소명을 생각으로만 찾으려고 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으려면 꽤 많은 경험이, 시도가 필요한데 그런 과정은 건너뛰어 버렸던 것이다. 하고 있던 일에서도 뭔가 보람을 찾으려고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럴 생각도 안했던 것이 새삼 안타깝다.
아무튼 일이라는 것은 평생 함께 가야할 무엇인데, 그걸 적극적으로 찾아볼 시기가 지난 것이 못내 아쉽다. 이제는 나에게 돌봐야 할 가정이 생겼기에 일에만 몰두하고 살 수는 없다. 나의 일을 즐기면서 하고, 또 새로운 시도도 놓지 않으면서 가족에게도 충실할 방법은 없을까?
일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긴 했지만, 일을 우선순위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일을 뺀 삶을 상상할 수도 없다. 회사를 다니던 안다니던 일은 항상 있을테고 있어야 한다.
‘일생의 일’이라는 책에는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의 멋진 문구가 나온다.
일생의 일을 찾은 사람은 행복합니다. 다른 행복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일생의 일의 저자인 김민태 PD는 자신의 일생의 일을 같은 직장에서 분야를 바꾸면서 찾았다고 했다. 나도 지금 다니고 있는 곳에서 다른 종류의 일을 하면서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이 주제에 맞지 않게 산으로 갔다.. 이쯤에서 오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할 것 같다. 나의 인생에서 일은 중요하다는 것. 나의 삶에서 일을 분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 일생의 일을 발견하려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지만, 일단 현재 내게 주어진 일부터 최선을 다하며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것. 그리하여 결국 일은 나의 삶에 있어서 단순한 도구가 될 수 없고, 나의 개인적인 삶과 더불어 나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기에 잘 균형을 잡으며 함께 일생동안 갈 것이라는 것. 이 문장들이 지금 내가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다.
#한달자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