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일기
"독립하다"
이 말을 떠올렸을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엇인가.
'집을 독립하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다'
'대한독립만세'
뭐 대충 이런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독립'은 내가 나에게서 하는 독립이다.
다른 존재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던 나로부터의 독립.
물론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복잡한 인류 사이에서 혼자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아직도 노력하는 독립적인 내가 되기위한 그 흔적을 남겨보고자 한다.
지난 수 년간, 난 많은 것을 의지하며 살아왔다.
어릴 적 나를 보듬어주던 엄마와 할머니, 나에게 웃음을 주던 아빠와 동생,
매일 하릴 없이 비슷한 것들을 공유하며 청춘을 주고 받던 친구들,
없으면 죽을 것만 같던 남자친구, 잠시나마 날 위로해주던 술과 스쳐가는 수 많은 인연들.
그 많은 것들 없이 살아본 적 없었다.
난 예민한 기질을 가졌으며 관계 중심적인 사람이라서 인간관계에 쉽게 지치는 탓에 언젠가 벗어나야지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 꿈의 날이 오기를.
그러다가 내 인생 첫 실연을 경험하고 난 나에게 좀 더 집중해보기로 한다.
내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으며, 또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한 뒤로 나는 무기력해졌다. 쓸모가 크지 않은 노력들로 괜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였으며 (나 자신보다 그를 우위에 두는 점 등) 뻔하지만 처음이라서 서툴렀다. 어디까지 내어주고 어디까지 지켜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동안 난 참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를 통해 내가 얼마나 미련하고 이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더 이기적이게 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그러던 중 또 인간관계, 아니 그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게 질려버리는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세상에 참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들과 부드럽게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섞여 지내기란 나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상대에게 집중하는 탓에 쉽게 지치며, 예민한 성격으로 상대의 작은 감정선 조차 알아차리는 것이 너무 귀찮고 힘들었다. (저절로 알게된 적이 많았다)
그래서 난 그냥 혼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외로움을 잘 타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겐 곤욕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깟 외로움따위가 나의 지친 마음을 이길 수는 없었나 보다.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채우던 나는 어느새 점점 그 에너지를 잃어버려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모르는 수준까지 갔다. 하루종일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고 싶었다.
거의 매일을 연락하던 친구, 애인, 가족들과도 거의 소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난 고요와 지루함, 고독과 평온함 사이에서 허우적 거리기 시작했다.
원래도 독립적이고 혼자 뭘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금방 적응했을테지만,
난 혼자서 밥도 못먹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여겼던 사람이라서 더 그랬다.
그런 내가 독립을 하기로 한다.
의지하고 싶어하던 나약한 나로부터의,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웃게해줬지만 나를 아프게도 했던 그 많은 존재들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내가 그 독립에 성공하게 된다면,
나는 더 건강하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시 관계속으로 흘러들어가,
그들 또는 그 존재들과 다시 웃고 울고 떠들며 사랑 속에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어쩌면 나의 성장일기라고도 할 수 있는, 나의 독립 여정을 기록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