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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록 Jul 04. 2023

리어카와 오토바이


  친구와 찻길이 훤히 보이는 동네찻집 2층에서 차를 마시고 백신을 맞으러 나가려 일어나는데 밖에서 쿵 소리가 났다. 주정차가 잔뜩인 2차선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는 리어카 할아버지와 오토바이가 정면 충돌했다. 워낙 느리게 움직이는 리어카 속도고 코너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토바이가 제대로 피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겠지만 법률상으로는 할아버지의 잘못이 더 커보였다. 

  이 문제가 보이기 전에 우선 그 소리에 현장 바로 앞 카페 사장이 나왔다. 리어카 손잡이 안쪽으로 할아버지는 바닥에 앉았고 오토바이는 크게 손상되지는 않았지만 정면으로 부딪혔기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충격이 컸을 것이다.


  행인이 길 건너에서도 와주어 장정 셋이 할아버지와 오토바이 운전자와 무언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그들을 두고 유유히 갈길을 갔다. 그러면 안될 것 같았는데... 더 무게감이 늘어난 것 같은 리어카를 다시 끌고 가는데 몇 번이나 할아버지는 갈비뼈를 움켜쥐며 주저앉을 뻔 했다. 심히 걱정이 됐다. 

급하게 오토바이 번호판을 찍어두긴 했지만 행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할아버지를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할아버지는 알고 있었을까. 경찰이 오든 119가 오든 사고가 본인에게 더 불리할 것이라는 것을. 아니면 병원비용이 걱정이 돼 그냥 가려고 한 것일까.

  눈에 띄게 쇠약해지는 몸을 받아들이기 조차 힘든 노인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시비를 가리지 않고 갈비뼈를 움켜쥐며 그 자리를 홀연히 떠나갈 수 있는 노인이 몇이나 될까. 이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 일까.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노인이 늘어나는 이 시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백신을 맞고 돌아오는 내내 두통이 가시질 않는데 약때문이겠거니. 몸은 아프고 마음은 슬프다.


<찾아본 글>

◇도로교통법상 리어카도 '차'로 분류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도로교통법 위반이었습니다. 자동차가 아닌 리어카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도 도로교통법이 적용된 건데요. 도로교통법상 리어카도 ‘차’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은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 △사람 또는 가축의 힘이나 그 밖의 동력에 의해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을 모두 차로 분류합니다. 이에 따라 유모차나 신체 장애인용 의자차를 제외한 리어카, 세발 자전거 등의 운전수단은 차로 여겨집니다. 도로교통법 규정 중 차에 대해 적용하는 처벌 법규를 리어카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보통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떠올리지만 도로교통법에서의 손괴는 형법의 재물손괴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형법에서 재물손괴는 고의범만을 처벌합니다. 과실로 손괴했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상 손괴의 경우 고의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운전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처벌이 가능합니다. A씨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신호대기 중이던 그랜저 승용차의 뒷부분을 실수로 들이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차량에는 100만원 가량의 수리비 손해가 발생했는데요. 법원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1. 3. 17. 선고 2020노7110)

[출처] 리어카로 수입차 긁은 폐지 할아버지 벌금형, 안타깝지만…|작성자 법률N미디어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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