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살아남기 01

피봇을 결정하다

by 김도윤

2025.07.31

우리는 오늘, "피봇"을 결정했다.


창업을 결심하고, 미디어 스타트업 지원 사업과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된 지 세 달 남짓.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가슴이 쓰렸다. 지난 반년 간 쏟아부은 시간과 에너지가 어쩌면 의미 없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쳤다.


우리가 처음 만들던 서비스는 ‘미디어 여론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솔루션’이었다.

그 기능이 분명히 가치가 될 거라 믿었고, 고객을 만나기 전에 MVP부터 만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땐 이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리고 연이어 여러 지원사업에도 선정되며 “이제부터는 탄탄대로겠지”라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그 착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원사업을 통해 만난 대부분의 멘토님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시장에서 살아남기엔 너무 뭉툭하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

그건 아이디어의 뾰족함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템은 그러지 못했다.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면 뾰족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었다.
우리는 고객 검증 없이 제품부터 만들었다.

아무리 날카롭게 다듬어도, 애초에 사고 싶은 사람이 없는 아이템은 팔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회피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 아이템을 살려보려 했고

자꾸만 “이 기능을 추가해 보면 어떨까?”, “저 방향으로 조금 틀어보면?” 하는 식으로 버텨왔다.
불편한 진실을 애써 덮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결국 오늘, 멘토님들과의 길고도 깊은 대화 끝에 결국 우리가 회피해 왔던 결론에 도달했다.
피봇.


실패를 피하려다 더 위험한 길을 걸을 뻔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큰 위험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하지 않은 척하며 버티는 것이다.


오늘 우리 팀은 실패를 인정했다.
그래서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멘토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들>

1. 현금 흐름을 만들고 나서, 자산을 만들고 부채를 만드는 거다.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없이 "부채"만 찍어내고 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자산이 아니다.)


2. 너희가 서비스를 하고 싶은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팀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시장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 (정곡을 찔렸다.)


3. 개발 Task 중간중간에 무조건 고객 접점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고객을 만나지 않는 개발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4. 기획 회의에서 정답 자체가 너무 첨예해지는 것 같으면, 잘못된 회의다.

이거 완전 날카로운 생각이다! 싶어 질 땐, 회의를 멈추고 커피 한잔 하는 게 낫다.

(우리는 일론머스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