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라는 은밀한 유혹

by moonlight

관례라는 은밀한 유혹


얼마 전 한 스포츠계에서 협회장의 판공비 사용이 이슈가 되었다. 예전보다 갑절이나 높아졌고, 법인카드가 아닌 현금을 지급해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당사자는 이에 대해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신문기사로 알려진 것과 다른 내막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뉴스를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이나 머물러 선 나는 자연스레 어제 일을 떠올렸다.


일을 하다 보면 사람마다 스타일도 다르고 또 시간의 흐름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현행 업무체계에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가 있다. 보다 효율적 또는 합리적인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기대하며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꺼내놓을 때가 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좀처럼 나서지 않는 내가 현행 업무처리 방식의 이유와 변화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동료는 “여태껏 그렇게 한 적이 없어요.”라는 말로 돌려세웠다. 작고 약한 목소리에 한 번쯤 귀 기울이긴커녕 ‘전례가 없다’는 짧은 마침표를 내려찍은 것이다.


털썩 주저앉는다. 한 걸음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척척한 상황에 붙들린다.

언론보도에 대해 협회장은 해명하면서 “만약 이 관행이 문제가 된다면 조속히 바로잡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문제가 된다면’이란 말을 곱씹을수록 그는 여전히 관행에 대해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읽혔다.

감히 짐작하건대 내부에서 혹은 주위에서 투명한 운영을 위한 개선을 이야기했을 거고, 이에 대해 관례대로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묵살이 있었을 것만 같다. 곪아 터져 결국 외부의 손을 빌려서야,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서야 비로소 한 걸음 나아갈 기회가 생긴 것 같다.

10년 후엔 어떨까.


오늘 한 걸음 나아갔지만 누군가의 뒷걸음질로

결국 우린 제자리걸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