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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세일즈 Jan 18. 2022

팀장이 된다는 것

중간관리자의 덕목

글의 제목이 마치 제가 팀장이 된 소감을 쓴 글일 것 같지만, 나는 팀장이 아니다. 앞으로 은퇴를 할 때까지 팀장이 될 일도 없을 것 같다. 나는 회사를 여러 번 옮기며 커리어를 만들어 왔는데, 새로운 회사에서 나를 위해 팀을 만들어 줄 정도로 거물은 아니었고, 이 회사에 입사하여 꿋꿋하게 회사를 지켜온 장남 같은 사원들이 앞으로도 내가 속한 팀의 팀장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한편, 지금까지 여러 팀장을 겪으면서 팀장에게는 어떤 덕목들이 필요할까라는 주제에 대해선 종종 생각을 하곤 한다. 좋은 팀장보다는 나쁜 팀장을 많이 겪은 나로서는 팀장 욕을 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과연 내가 팀장이 된다면 어떤 팀장이 돼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팀장은 회사의 중간관리자로서 회사 업무의 핵심이다. 위로는 사장과 임원이 있지만 그들은 구체적 실무보다는 큰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고 아래로는 회사의 각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팀원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팀장이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팀장이 가져야 할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팀장은 그 팀의 업무에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


팀장은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팀이 이루어야 할 목표와 이를 위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팀장은 그 팀의 업무들을 단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가치에 따라 업무를 없애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는) 같은 업무를 반복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팀원 각각의 업무에 대해 잘 파악하여 팀 내의 업무분담이 잘 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고, 업무 실행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팀원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팀의 업무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팀장들이 많다. 회사 조직 내의 처세에서 자주 나오는 '라인'에 의해 팀장이 된 사람들은 팀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팀의 존재가치도 없애는 괴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능력 없는 팀장들을 견제하기 위해선 기업의 HR(인사팀)이 팀장의 업무평가와 이에 따른 인사 기능을 가져야 하지만 팀장을 아끼는 임원의 과잉보호에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팀장이라고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잘 알 수는 없겠지만, 유능한 팀장이라면 새로운 팀의 업무를 만나게 된다면 최단기간 전문가가 되기 위해 팀원들에게 배우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둘째, 팀장은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팀장은 회사 내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다. 매우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가 팀장이다. 위로는 사장과 임원 간의 업무 대화에서 그들의 마음을 읽고 그것에 맞는 답을 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이 없을 경우 위의 사람들의 신임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사장과 임원의 지시를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팀원들에게 전달하여 팀원들을 개고생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팀원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팀원 한 명 한 명의 성격과 스타일을 알고 이를 반영한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야 한다. 팀의 업무 현황에 대해서 파악하고 미래의 업무 아이디어에 대해서 좋은 인사이트를 갖기 원한다면 팀원과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필수이다. 팀원들에게 편한 말뿐만 아니라 전달하기 힘든 내용의 대화도(인사나 업무에 관한) 용기를 가지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장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팀원들과의 대화가 귀찮은 나머지 아예 대화의 시간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업무 총괄'이라는 필요 없는 직무를 담당하는 말 잘 듣는 팀원을 하나 만들어 그 팀원을 통해서만 팀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피하는 팀장은 일방적인 지시만 할 수 있으니 편할지 모르지만, 팀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점점 모르게 되고 무엇보다 팀원들의 마음이 그에게서 떠나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셋째, 팀장은 팀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과거에 경제성장의 황금기 시대, 목표관리의 시대의 팀장의 리더십은 군대의 소대장처럼 앞에서 진두지휘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팀원들을 신속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모습이었다면, 정답이 없는 불확실한 기업 환경 속의 팀장의 리더십은 팀원들이 자신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팀원들이 회사 내에서 좋은 경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충실히 실행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팀장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다수의 팀장들은 팀원보다는 위의 사장과 임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정치'에 더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의 상사에게는 능력 있는 조직장처럼 보이지만, 정작 팀원들에게는 전혀 신임을 얻지 못하는 팀장들도 다수 있다. 팀원들의 양성과 경력 개발에 관심 있기보다는 팀원을 팀을 위한 하나의 '노동력 TO'으로만 여기는 팀장들도 있다.


만약, 기업을 경쟁력 있게 키우고 싶다면, 기업의 중간관리자인 팀장들의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엄격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HR이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팀장 인력을 배치하여 팀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팀장의 업무능력 평가를 객관적으로 실행하며, 팀 내의 소통을 얼마나 실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팀원들의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는 '팀원들의 팀장 평가'이다. 바로 팀장을 옆에서 바라보는 팀원들이 팀장을 다방면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평가에 대한 익명성을 지켜주고, 평가의 결과를 팀장 인사 때 큰 비중으로 반영해야 한다. 둘째는 '자유로운 팀원의 인사이동 보장'이다. 마치 경영컨설팅 업체가 프로젝트에 따라서 팀원들을 새롭게 구성하듯이, 팀원들의 자유로운(최소한의 팀 체류기간이 필요합니다만) 팀 이동을 허용해야 한다. 팀원들이 능력 있는 팀장 밑으로 가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될 때, 무능한 팀장이 누군지 나타날 것이고, 팀장들은 더 나은 모습의 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기업의 가장 핵심 요소인 팀장의 능력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팀장의 다음을 잇는 팀장은 그 팀장의 나쁜 점을 고스란히 전승(?)하는 팀장이 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무능한 팀장은 자신의 손발처럼 부릴 수 있는 팀원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는 경향이 있고, 그 팀원은 팀장의 후계자가 되는 과정 속에서 이전 팀장의 나쁜 점들을 그대로 본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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