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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우영 Oct 23. 2018

IT 매체 에디터에서 귀촌인으로

나로서 프로젝트 #1 심상용님의 인터뷰  

도시 속 사람들은 어딜 향해 그리 바삐 달려가는 걸까.


속도가 아닌 방향. 자기계발서가 흔히 다루는 키워드지만 여유보다는 바쁨이 미덕인 도시에선 속도가 더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빠름의 크기만큼 관성이 붙어 방향 조작도 쉽지않다.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 평가하며 얻게되는 박탈감은 덤이다.


내 페이스대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 문득 얼마전 귀촌한 상용님의 삶이 궁금해졌다. 국내 유명 스타트업/IT 매체의 성장과 함께 하며 좋은 커리어를 쌓아오던 그는 왜 충남 홍성으로 가게 됐을까?


 

귀농귀촌 준비 과정


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30살된 심군이라고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4년 동안 일하다가 무작정 귀촌한지 약 반년 정도가 되었네요. 현재는 충청남도 홍성의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고, 지역살이와 컨텐츠에 관심이 많은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순박한 외모가 반전인 왕년에 IT 관련 글 좀 쓰던 에디터.jpg



Q2. 현재 일하시는 마을지원센터는 공공기관인가요? 그럼 공무원이신건지?


공무원은 아니고요. 정부에서 마을 역량강화를 하기 위한 사업비가 매년 내려오는데, 그걸 군청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게 위탁을 줍니다. 저희 회사는 홍성 군청으로부터 해당 사업을 위탁받았고, 저는 여러 사업 중에서 ‘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3. 심군님은 오랫동안 퇴사를 준비하셨는지 아니면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생겨 퇴사를 결심하신건지 궁금합니다. 

퇴사를 결심한 것은 스타트업 생활 3년차 되었을 즈음입니다. 퇴사한 스타트업은 저의 첫 직장이었는데, 아시다시피 스타트업은 참 험난합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2년차 즈음부터 슬럼프가 왔었고 그 때부터 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초기 1-2년 정도는 무언가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상황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해보고 싶었지만 비전문가로서 글쓰는 것에 대한 회의감과 지식에 대한 한계가 왔었고, 그런 과정에서 내 글이 독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글인가에 대한 딜레마와 에디터라는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Q4. 퇴사 당시에 귀농귀촌 외에 다른 옵션도 있으셨나요? 있었더라면, 다른 옵션을 제치고 최종적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년 초 즈음, 여자친구의 권유로 귀농귀촌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귀농귀촌에 큰 뜻이 없었는데, 가치관을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귀농귀촌 지역살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제가 슬럼프를 겪던 시기였는데, 여자친구가 도시텃밭을 취미생활로 제안해서 우선 시험삼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역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굳이 서울에서 살지않아도 괜찮겠다라는 확신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다른 옵션이라면 귀농귀촌 전에는 이민을 가려고 이민박람회 같은 곳을 찾아다녀 보기도 했는데, 이민도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부동산 투자 이민의 경우 수십억원이 필요한데 여건이 되지 않았고, 기술직으로 이민하는 경우에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Q5. 상용님은 유명 매체의 에디터로 활동하셨습니다. 퇴사 당시에 주위로부터 좋은 조건의 오퍼도 많이 받으셨을거라 생각되는데요. 커리어가 단절되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부담은 없으셨나요?

커리어에 대해서는 귀농귀촌을 준비할 때부터 마음을 많이 다잡았습니다. 우선은 나이가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혹여 실패를 하더라도 좀 더 나이가 적을 때 실패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판단이 많이 무책임 했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역에 가면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왜냐하면 시골의 고령화로 젊은층의 수혈이 필요하다는 뉴스도 많이 보았고, 내가 가면 뭐 그래도 일할 거리는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Q6. 왜 홍성을 선택하셨나요? 홍성 외 다른 지역도 정착 리스트에 있으셨나요? 혹시 추천 지역도 있으시다면 궁금합니다.


2018년 1월에 퇴사를 확정 지었는데, 회사에서 배려를 해줘서 1월 초에 최종 퇴사지만 1월말까지는 보상휴가처럼 쓸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베트남에 가서 리프레쉬하고 그 이후부터 귀촌 지역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박람회도 가봤었고, 홍성 같은 경우에는 촌스러운 일 상상캠프라는 행사에 참여했었고, 단양의 귀농귀촌인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캠프에도 참여 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이맘 때 즈음에, 상주에서 다큐멘터리 3일에도 출연하셨던 박종관 이장님이 주관하시는 와인 담그는 체험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또 우연치 않게 홍성에 정착한지 7년 정도된 여자 친구의 지인이 있었는데, 우리가 귀농귀촌에 관심있다고 하니 초대해주셔서 같이 모내기를 해보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자 친구와 어디로 정착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상의를 많이 봤지만, 시골에 아무런 학연, 지연, 연고가 없으니까 어떤 지역을 갈지 많이 고민이 되더라고요. 물론 홍성에는 여자친구의 지인이 있었지만, 당시엔 홍성이 1순위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홍성에 내려와보니까 너무 허허벌판이었고 축사가 많아서 냄새도 굉장히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도 가봤던 곳 중에서 꼽아보라 한다면 단양이 1순위였습니다. 왜냐하면 단양의 산세와 경치가 너무 좋았거든요. 근데 캠프 후에 실제 귀농귀촌인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까 경치에 대한 감흥은 일주일이면 끝난다고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럼 직장이 있는 곳으로 위주로 알아보자라고 생각했고, 홍성에 귀농귀촌인이 많다고 하니까 관련된 직장도 많을거란 판단에 홍성쪽으로 직장을 알아보다가 마침 여자친구가 청운대학교의 조교로 합격을 했고요. 그리고 저는 홍성의 여자친구 지인분의 추천으로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에 면접을 봤는데, 운좋게 여자친구와 일주일 간격으로 둘다 직장을 구하게 되어서 홍성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홍성의 입지도 지역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고요. 서울과는 2-3시간이면 닿을 거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홍성 자랑을 드리자면, 한우가 제일 유명합니다. 강원도 횡성 한우도 유명한데 홍성 한우도 유명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 하세요. 또 홍성은 귀농귀촌인들의 메카로도 많이 외부에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유기농 농법으로 유명한 풀무학교라는 대안학교가 있는데, 풀무학교 졸업 후에 농사짓는 청년들도 많고 아니면 귀농귀촌하신 어르신 분들이 풀무학교에 재입학해서 농사를 배우고 정착하시는 경우도 있구요. 풀무학교 기반으로 여기 귀농귀촌 커뮤니티가 많이 활성화가 되어있고, 오리농법 등 실험적인 농법을 많이 시도해서 많은 청년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상용님이 촬영한 최영 장군 사당에서 바라본 홍성



Q7. 홍성에 젊은 귀농귀촌인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입주하시는 분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홍성의 홍동이라는 곳이 귀농귀촌의 가장 중심지역인데, 전국곳곳에서 많이 찾아오시기 때문에 현재는 입주가 다소 힘든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성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커플로 오시는 분 또는 혼자 내려오시는 분들 모두가 꽤 많습니다. 남녀 성비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얼추 반반정도 되는 느낌입니다. 홍동에는 마실이 학교라고 귀농귀촌인 대상으로한 교육 프로그램도 잘 되어있고 최근에는 서울시 청년허브와 제휴해서 2개월간 홍동의 젊은협업농장에서 일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기농법을 직접 시행해보는 서클/동호회 모임 및 협동조합도 있고 조합에서 하는 강연도 있고 하니까 그런거에 관심있으면 한번 참여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청년 일자리, 청년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관련 지원금과 정부사업이 굉장히 많이 내려오고 있는데요. 제 주위에는 해당 지원금을 통해서 창업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역에서의 창업 형태는, 서울처럼 IT 기반 창업은 거의 없는 편인데요. 실제 예를 보면 홍성/예산군청 SNS 관리를 한다던지,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사를 운영을 한다던지, 자수를 하는 친구도 있고, 액세서리 만드는 친구도 있고, 미술하시는 분과 같은 형태의 창업이 많습니다. 지역 취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Q8. 귀농귀촌 준비를 어떻게 하셨는지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더불어 귀농귀촌 준비 꿀팁도 있다면 노하우 공개 부탁드립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시면서 정부 혜택 같은 온라인상의 정보를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지역을 직접 가보시는 것을 가장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귀농귀촌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막연했는데 홍성, 단양에 직접 다녀보니까 비교할 상대군들이 생기고 판단 기준이 명확해지더라고요. 또 캠프에 참여해보니까 귀농귀촌 경험자분들로부터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저희가 추가적으로 알아보는 과정이 계속 순환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정착 희망 지역에 학연, 지연, 연고가 없다면은 도시 외 지역에서 캠프를 많이 개최하니까 한번 참여해보면서 어떤 가치관과 판단 기준으로 지역을 정할지를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읍, 봉화 같은 곳에서도 캠프를 개최하고 있고 전북 진안은 예술가분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근데 그 캠프에 내려가서 내가 어머님, 아버님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서툴다고 느낀다면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마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무시 못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르신들 뵐 때마다 인사 드리고, 어디 가시냐고 먼저 말 걸면서 말벗이 돼드리기도 하는 등 상황에 맞춰 융통성있게 하는 편인데요. 마침 현재도 비슷한 연장선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과는 무리없이 커뮤니케이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9. 귀농에 대한 가족/주위 반응은 어떠셨나요?

가족분들은 맨 처음에 굉장히 의아해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등산하러 가자, 주말농장하러 가자 하면 안 따라갔거든요. 그랬던 얘가 멀쩡히 회사 생활하다가 갑자기 지역 내려와서 산다고 하니까 많이 의아해하시고 걱정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어느정도 경제적인 상황은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을 구하려고 애썼습니다.


근데 지난주에 부모님이 홍성에 내려왔다가 가셨는데, 실제로 집도 얻고 잘 살고 있는 것을 직접 보시니까 많이 안심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장인/장모님께서도 놀러갈 곳이 있어서 좋다라고 말씀해주시고요. 비록 미래는 잘 못 그리겠지만 실제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보여드리니까 그나마 안심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비슷한 상황을 제가 스타트업 들어갈 때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도 부모님이 무척 걱정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도 회사 자리잡아가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니까 안심하고 믿어주신 것처럼 지금도 잘 살고있는 모습 보여드리니까 안심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귀농귀촌 실행 후


Q10. 홍성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농촌에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저는 홍성군 청년 마을 조사단이라고 해서 청년들이 마을에 들어가서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전통을 책자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그걸 관리하는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홍성에 와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납니다. 아침 6시쯤 일어나는데, 최근에는 김장 시즌이라서 출근 전에 배추와 무를 심었고요. 나인투식스로 일한 다음, 야근없이 칼퇴근해서 저녁 식사하고는 간단하게 밭일을 보기도 합니다. 주말 같은 경우에는 월에 1번씩 자연농 농사 모임에 참석해서 벼 심는 법을 배우고, 매주 화요일 저녁에는 홍성에서 창업한 청년들과 협동조합을 직접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모임에서는 홍성군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삶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Q11. 현재 기르고 계신 작물과, 그 작물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더불어 눈여겨 보고 있는 작물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 내려왔을 때는 흔히들 하는 고추, 옥수수, 호박이랑 수박 정도를 했었는데 호박이랑 수박은 망했고요. 그리고 바질같은 허브류, 그리고 고구마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선택한 이유는 그 시기에 가장 많이 키우는 작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심는 시기에 홍동에서 모종장터가 열려서 종자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요. 농사를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하면 특용작물을 키우겠지만, 내가 키운걸 내가 안심하고 먹고 싶다고 한다면 무리하면서 농사짓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현재는 김장철이라 배추, 무, 쪽파, 갓, 고수 정도를 키우고 있습니다.



Q12. 귀농귀촌 후에 별도로 멘토링을 해주신 분이 계셨나요?


젊은 협업 농장이라는 귀농하려는 친구들이 많이 가는 단체가 있는데 그 곳의 정민철 이사님이라는 분이 계세요. 그 분이 강하게 귀농귀촌인들을 교육하시는 걸로 유명하신데, 업무차 몇 번 뵙다 보니 친해져서 이제는 툭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습니다.


자연농 농사 모임에 계신 금창영 선생님이라고, 토종 벼에 큰 관심을 갖고 계신 선생님인데, 지역에 적응하는데 있어서는 금선생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Q13.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으레 많이 듣는 얘기가 ‘농사는 아무나 짓는 줄 아나?’입니다. 실제로 아무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농사를 아무나 지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농사를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직접 먹거리를 키우고 자급자족 하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누구나 농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농사에 소질이 있다기보다, 농사를 하려면 작물에 관심이 많아야 하는데 주로 방치하는 편이거든요. 잘 자라면 좋은거지라는 느낌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근데 풀베는 건 정말 힘듭니다.



Q14. 귀농귀촌 후에 농사가 좋아지셨나요? 아니면 싫어지셨나요?


농사는 좋은데 풀베는 건 싫습니다. 실제로 농사라는 것 자체는 굉장히 힐링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비록 농사가 실패했다 하더라도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모종을 사다가 심고 기운을 북돋워주고 물도 주고 하는 과정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더불어 수확까지 좋다면 두말할 나위없이 기쁜거죠. 이번에 제가 기른 고추로 고춧가루 2kg정도 빻아놨는데 굉장히 기쁘더라구요. 내가 기른걸 내가 안심하고서 먹는 소확행이라고 할까요.



Q15. 귀농귀촌을 하고 나서 제일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확실히 여유롭습니다. 모든 것에 있어서. 일하는 스타일도 여유롭고, 내가 생각하는 사고도 여유로워질 수 있고.


지난 주에 서울에 갔다왔는데 오랜만에 퇴근 시간에 지하철과 버스를 탔는데 그 낑김이 너무 싫더라구요. 오랜만에 많은 지인들을 만나서 좋긴 했지만 부대낌과 정신없음이 힘들다고 느껴졌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내 안에서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Q16. 농사를 지어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으신가요?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 대비 업무 강도 및 난이도는 어떠신가요?


내가 안쓰던 근육을 써야하기 때문에 농사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농촌 어르신들이 왜 허리가 굽는지 알겠더라고요. 우리나라는 특히 앉아서 하는 좌식 농사를 많이 하는 편이라 그게 좀 육체적으로 힘들었고요. 한창 더울 때 모내기 할 때는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생각에 농사 근육은 헬쓰 근육과는 좀 다른 근육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은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키워나갈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직장생활 대비 난이도는, 서울의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의 업무 강도 및 난이도를 100이라 친다면 여기는 50정도 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낄 때. 저는 하는 일이 정부 행정쪽이랑 함께 하는 일이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진행 속도가 좀 느립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을 너무 빨리 쳐내 할 일이 없어 벙찐 적도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나인투식스 안에서는 다 해결되는 정도의 업무량과 강도입니다.
 
 

Q17. 농사라는 것이 병충해라던지, 자연재해라던지, 판매시점의 시세라던지 굉장히 변수가 많다고 생각되는데요. 혹시나 귀농귀촌의 실패에 대한 걱정은 없으셨나요? 

걱정 많이합니다. 귀농귀촌해보면 아시겠지만 농사짓는 분들은 만나면 그런 주제의 얘기밖에 하지 않습니다. 고추를 예로 말씀드리면, 말린 고추의 경우 올해에 값이 많이 뛰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만나시기만하면 고추 땄는지, 고추 더 따서 팔라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여름이 많이 가물다 보니까 가뭄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누시고요. 여러 변수들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다품목을 조금씩 재배하는데, 어떤 작물을 심을지 플랜을 세우는 것도 경력있는 농부분들의 노하우이자 전략입니다.


농사는 트렌드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누가 블루베리를 한 박스에 5만원씩 판다고 하면 그 주위 사람들이 너도나도 블루베리를 키워서 값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도 하고요. 근데 제 생각엔 그런 트렌드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을 지킬 줄 아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Q18. 귀농귀촌을 하고나서 현지 분들의 텃세 혹은 어울리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연세있는 분들이 많으시니까 보수적이고 그 분들에게 맞춰야하는 부분도 많을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부분을 많이 걱정하시지만, 다행히 주변분들이 다 좋으셔서 저는 제 입장을 잘 밝히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텃세라는 것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십년동안 연대로 묶여져있는 사람들 틈에 끼는 입장으로서 낯가리고 대면대면하게 대하면 당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먼저 인사라도 한번 더 한다던가 눈이라도 한번 더 마주치고 너스레를 떨고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마을에 들어와서는 이장님도 너무 잘해주시고 어르신들도 이뻐라해주시는 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주 막내니까. 제 바로 윗분 막내가 30살 정도 차이가 나거든요. 실제로 일 때문에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어머님, 여기 막내분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 물어보면 ‘70살이요.’라는 대답을 듣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오히려 어떤 곳은 이장님이 제일 어린 경우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젊은 제가 마을에 들어가니까 오히려 더 좋아해주십니다. 오히려 여기서 얼마 지내다가 나갈 것도 알고있고, 튕겨나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계시기 때문에 쿨하게 대해주시는 것도 있습니다. 업무차 여러 지역 돌아다니면서 실제 느껴본 바로도, 텃세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잘 웃으면서 술도 받고, 내 주장을 할 때는 직설적이기보단 어르신들 기분 상하지않게 돌려서 얘기한다던가 그런 스킬이 조금은 필요하겠죠. 그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좀 두렵다하신다면 한번 농사를 지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농사를 지어야 그분들의 생활 리듬을 알고 그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재가 생기거든요.



Q19. 시골에서의 느린 삶이 답답하다고 느꼈던 적이나 디지털 다이어트가 불편하다고 느끼셨던 적이 있으셨나요?

시골의 삶 자체가 느리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풀 깎아야 되고 모종 심어야 되지 잡초 뽑아야 되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전혀 느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농촌에 오면 디지털과 멀어질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농촌에서는 디지털이 더 필요합니다.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디지털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지금 집에도 TV는 놓지 않았지만 인터넷은 깔아 두었습니다. 시골에 오면 재미없고 할 거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 것들을 또 해소해줄 수 있는데 디지털이거든요.


유튜브를 보면 서울부부의 귀촌일기라는 채널이 있는데 거기 분들도 젊은 부부가 무작정 시골로 내려가서 남편분이 하루 종일 Vlog를 찍거든요. 그래서 6시 내고향도 나오고 다큐멘터리에도 나오고 하셨습니다. 시골 청년들에게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드는데 있어 디지털이 좋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긴 하지만 굳이 디지털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20. 농촌에 청년들을 위한 일거리가 많은 편인가요? 농촌 급여수준으로 일상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없을지요?

청년 일자리 같은 경우에는 최근 정부가 많이 지원을 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찾아보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맨 처음 취업할 당시에 사람인, 워크넷, 군청 사이트 구인구직란 부분을 훑으면서 마케터나 대학교 조교도 알아봤었고, 공장 경리도 알아봤거든요. 근데 공장에 취직하는 것은 비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읍내에서 살면서 공장 출퇴근하는 것 그 정도 밖에 되지 않거든요. 리틀 포레스트 같은 삶이나 농가주택에서 농사짓는 것을 꿈꾼다면 마을과 관련된 일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저처럼 마을 만들기 일을 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엔 마을에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것들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도 저희 센터가 하는 일인데, 마을 사무장 또는 사업 담당자를 뽑는 포지션도 잘 찾아보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과 관련된 일은 최저급여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방은 집값이 굉장히 싸기 때문에 도시에 비해서는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집이 전세인데, 집이 30평 조금 넘고, 전체 대지가 500평정도 되는데 전세로 5000만원이 안됩니다. 먹는 것들이나 여타의 생활 물품 소비는 서울과 비슷하고요. 교통과 관련해서는 차가 꼭 필요해서 기름값이 좀 드는데, 서울에서 월에 대중교통 이용하던 수준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Q21. 귀농귀촌을 하게되면 공동체 생활을 해야할텐데, 마을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개인 사생활을 노출하게 되나요? 마을 일에는 어느 정도 참여하게 되나요?

개인사는 거의 전부를 노출하게 됩니다. 이장님과 나눴던 사소한 대화도 어느샌가 다른 마을 분들이 모두 알게 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을은 총 8가구가 살고 있는데,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에 다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을 공동 업무는 제가 농사를 안 짓고 출퇴근을 해서 그런지 크게 참여한 것은 없고, 마을 행사 때 플랜카드 디자인과 같은 저만 할 수 있는 일을 도와드렸던 적은 있습니다. 마을 일에 있어서는 이장님이 저의 방패막이가 돼서 배려를 해주고 계십니다. 예를 들면, 이장님이 마을 안내 방송을 매일 새벽마다 하시는데, 넌 출퇴근을 하니 잠을 더 자고 스피커를 그냥 꺼놓아라고 하신다던지와 같은 일들이 있었어요. 강제적으로 참여해라 마라 라고 하시지는 않으시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으로서 짬날 때마다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22. 6차산업 활성화 및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데요. 상용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언론이 얘기하는만큼 농촌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알파고 이후로 AI가 각종 언론에서 다루던 키워드였지만, 그걸 일상에서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언론 플레이라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 어떤 산업이든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귀농귀촌 또한 주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여전히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근데 처음 귀농귀촌하는 입장에서 6차산업을 보고서 오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 것 같습니다. 스마트 팜, 체험 농장을 구축하는 것과 같은 6차산업을 바라보는 것 자체는 초보 귀농귀촌인에게는 굉장히 멀리 봐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22. 귀농귀촌에 대해 정부에서 다양한 청년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나 주위 분들이 해당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시고 계신지, 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상용님의 개인적인 견해도 궁금합니다.


정부 지원금이 100% 다 좋지는 않습니다. 이게 거의 다 빚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일 큰 혜택이 2억원 5년 거치, 10년 상환, 최저금리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 그것도 사실 내가 땅 사서 농사짓고 성공해서 갚아야 되는 돈이거든요. 농담삼아 이 지원을 받다가 농사가 망해서 야반도주 하겠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고. 여튼 현혹되면 안된다고 생각하구요.


정부사업 같은 경우도 대부분 나랏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가 않거든요. 챙겨야되는 것도 많고, 결과 보고서도 내야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장단이 있긴 하지만 요령껏 맞춰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주의하셔야할 점은, 귀농쪽으로는 지원이 많지만 귀촌쪽으로는 부족합니다. 홍성도 젊은 층을 유입하고자 많이 홍보하지만 귀농한 사람들에게는 집들이 비용이 나오지만 귀촌한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화가 나서 민원도 넣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도 잘 알아보고 내려오면 좋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 참고: 귀농인은 농지원부를 통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Q23. 귀농귀촌 관련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운영해보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혹은 별도로 생각해놓은 향후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전세가 2년 계약이라서 우선 2년 동안은 이 마을에 있어야 될 것 같지만, 마을이 너무 좋아서 어디로 따로 이동해야겠다라는 생각은 현재 없습니다. 홍성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요.


농사만으로 먹고 살기에는 힘들어 보이기도하고, 아직 농사쪽으로는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완전히 전념하기에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고요. 창업은 언젠가는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곳도 평생 직장은 아니기 때문에 단지 지금은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요. 뭘 해야될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고, 아직 귀촌한지 반년이어서 판단하기에는 섣부르고 천천히 찾아가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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