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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Jul 11. 2024

떠나와서 보이는 것

우육면까지 든든히 먹고 융캉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굳이 대만까지 가서 멍 때릴 필요는 없는데, 융캉제에 있는 공원에서 그리고 시먼딩 역 주변에서 멍하게 혼자 앉아 있었다.

비싼 비행기값이 안 아깝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꽉 채운 그림보다 여백이 있는 그림이 풍부한 그림이라는 걸 그림을 그리고부터 알았다. 내게 있어 여행도 마찬가지다. 예전과 달리 아침부터 관광지로 빡빡하게 돌아다니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쉼이 필요했다. 


문방구를 들렸다. 혹시나 쓸만한 스케치북이 우리나라보다 저렴하면 두 세권 사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스케치북이 없어 그냥 문방구를 나왔다. "편의점에서 물이나 사서 근처 공원이나 갈까?" 퍼뜩 이상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대화 상대가 없으니 혼자 묻고 답을 하는. 인간은 대화 상대가 필요한 같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좌초된 주인공이 배구공을 '윌슨'으로 지칭하며 대화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유인도로 여행을 왔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육면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허기가 졌다. 그때 발견한 곳. 이름도 정확한 위치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줄 서있었다. 차림새를 보면 관광객이 아니고 근처 직장인이거나 주민 같이 보였다. 줄이 너무 길었다면 포기했을 테지만 5분 정도면 내 차례가 될 거 같았다. 먼저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고 줄을 섰다.

차례가 되었다. 머리 위에 적힌 메뉴판을 보았다. 모를 땐 원조를 먹어야 한다는 게 평소의 지론이다. 기본이 맛있으면 다 맛있으니까. 그래서 원미(元味)라고 적힌 걸 하나 주문했다. 엄청 빨리 아줌마가 뚝딱뚝딱하니까 음식이 나왔다. 생긴 것이 마치 우리나라 빈대떡 같이 생겼는데 그걸 반으로 접어서 포장해서 주셨다. 먹을 이름을 몰랐지만, 먹고 나서 알게 된 좌빙. 맛은 좀 짰다. 말이지만, 내가 우연히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던 딴삥이다. 특히 소스에 찍어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화장실에서 오래오래 있다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이었다. 딴삥은 예스지 투어 버스를 타려고 시먼딩 역을 걸어갈 테이크 아웃을 많이 하는 보고 들어가서 먹었다. 지금 다시 찾아가라고 하면 당연히 찾지만,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어떤 맛집보다 우위였다.  

포장한 총좌빙과 편의점에서 산 물을 들고 근처 공원으로 갔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러나 벤치에는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내가 산 총좌빙을 먹는 사람, 뛰어노는 아이들과 그 아이를 보는 엄마, 할머니, 벤치에 드러누워 잠깐 낮잠을 자는 사람 등. 도심 공원의 시간은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여행자인 나도 공원의 일원이 되어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같은 시공간에 있지만, 그들과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갈 거고. 총좌빙을 다 먹고, 멍하니 앉아서 머릿속을 떠다니는 '혼자니까 생각보다 심심하네'를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평소엔 혼자서 누구보다 잘 노는 사람이라고 자타공인한 사람이 '나'였는데. 


공자는 나이 50을 지천명이라고 했다. 성인(聖人)이니까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된 것을 인정한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나는 성인(聖人)이 아니니까. 

'어린 왕자'도 먼 곳을 돌고 돌아 다시 자기 행성으로 돌아갈 때, 어린 왕자가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수많은 장미 중에 가장 소중한 장미는 자기 행성에 피어 있는 장미라는 걸 안다비록 어린 왕자처럼 여러 개의 행성을 여행하지 않았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이 내 맘대로 있는 혼자 여행은 당연히 홀가분할 알았다. 엄마로서, 아내나는 혼자여도 심심하지 않지만, 온전히 나로 있을 심심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면 평소에 가족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알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을 적이 없었다. 여행을 떠나와서 발견했다. '나'를 잘 모르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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