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와 민들레 홀씨

by 화운

사는 이유에 골몰하는 내게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가 말했다


잠시 머무르듯 걸으면 정착하는 곳이 있다고

길 잃은 이들이 비를 피하는 집

비가 개면 민들레 홀씨 남기고 가는 집


베갯속에 민들레 가득해 잠이 들면

노오란 햇살이 건네는 손을 잡고

바람의 무지개를 걷는 때가 온다고 했다


그곳이 종착지가 아니어도 좋다는 말

그래, 우리는 언제나 여행자인 거지


집 없이 사는 민달팽이에게 집은 어디일까

낮의 달과 밤의 해는 어디서 잠을 잘까


있다가도 없는 법이라 가질 수 없고

머물다가도 지나가는 법이라 품을 수 없네

나그네의 배낭은 어찌 이리도 가벼운가


그럼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어디쯤 왔기에 웃고 있나요


어떻게 가고 있는지 묻는 걸 깜빡했을 때

달빛에 반짝이는 민들레 홀씨 지나간다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만 같은 밤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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