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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펭귄 Apr 28. 2024

그림 한점에서 배우는 6가지

13년차 미술선생의 수업은 어떨까?


 아이들이라고 본인이 재밌는 것만 찾지 않는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만 돼도 즐겁기보단 잘하고 싶어 한다. 누가 봐도 잘 그린 보편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선생의 손으로 단번에 완성시켜버리면 안 된다. 자신이 그린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아이들이 더 잘 안다. 스스로 하지 못한 부분을 선생이 해버림으로써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걸 잊지말자.


 스스로 '배운다'라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배운걸 응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성취감은 나 자신이 해냈을 때 느끼는 거니까. 그저 자극을 위해 새로운 그림을 뽑아내는 게 아니라 작품 하나에서 얼마나 많은걸 배울 수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속도보단 방향이며 양보단 이다.


 지금부터 4주간 한 아이가 진행한 아크릴 수업을 살펴보자.



- 차례 -

1. 젯소칠 하는 방법과 이유

2. 아크릴 사용법과 그라데이션

3. 드로잉의 필요성

4. 원근법

5. 작품에 내 이야기를 넣는 방법

6. 글쓰기를 통한 수업 내용 정리










1. 젯소칠 하는 방법과 이유


 캔버스를 사용할 시 첫 시작은 젯소칠. 캔버스를 더 하얗게 만들어 높아지는 발색력, 표면을 더욱 균일하게 해서 물감의 좋아지는 밀착력 때문이다. 젯소칠하는 이유와 방법을 배우고 직접 경험한다.


시작부터 내 손으로, 젯소칠





2. 아크릴 사용법과 그라데이션


 수많은 미술 재료가 있고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림을 배운다는 건 재료를 배우는 것과도 같다. 특히 이번 그림의 배경은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이 필수. 아크릴의 특성인 빠른 건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사용하는 색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건지 배우고, 고민하고, 해본다. 초록색을 화사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덤이다.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을 표현하는 과정





3. 드로잉의 필요성


 드로잉은 기초다. 연필을 통해 배운 필압 조절이 붓에도, 애플펜슬(디지털드로잉)에도 적용된다. 실제로 물감, 디지털드로잉에서 선 사용법을 어려워하시는 분들께 내가 연습시키는 것이 연필이다. 효과 직방이다.

드로잉으로 배우는 나무(자연물)의 특징과 필압 조절

 더하여 나무(자연물)의 특징을 배운다. 단번에 그려내는 연습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페인팅을 할 거다.





4. 원근법


 일정한 시점에서 본 물체와 공간을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멀고 가까움을 느낄 수 있도록 평면 위에 나타내는 게 원근법(遠近法)이다. 물체 크기와 명도 대비와 같이 원근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드로잉모아에서 직접 만든 원근법 만화를 읽고, 설명을 들으며 그림에 적용해 본다. 원근법이 잘 나타난 그림은 공간감이 풍부해진다. 아이가 이 깊이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옆에서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는 것 또한 선생의 몫이다.

물감으로 나타내는 원근법과 깊이감

드로잉을 통해 나무의 특징을 연습했기 때문에 원근을 나타내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5. 작품에 내 이야기를 넣는 방법


4주간의 결과물


 기존에 있는 작품을 모방하는 카피(copy)는 그림 훈련에 효과적이라는 장점그림에 정답을 두게 된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원작만큼 결과를 뽑아내지 못할 경우, 충분히 잘 해냈음에도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럴 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넣음으로써 부분 변형을 하는 게 좋다. "기존에 있는 작품을 베낀 건 결과를 위한 게 아닌, 훗날 너만의 창작품을 그리기 위한 과정이야."라는 태도와 더불어 "네가 잘한 건 이 그림에 너만의 것을 넣어 바꿨다는 거야."라고 말해주며 아이 스스로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한다(아이는 본인이 사랑하는 쿠로미를 그려넣었다).


- 카피(copy) 시킬 때 주의할 점

: 원작과 똑같이 그려냈을 때가 아닌, 응용한 순간을 짚어주고 칭찬하기





6. 글쓰기를 통한 수업 내용 정리



 미술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자기표현이며 창작이다. 도구만 다를 뿐 미술은 '그림', 글쓰기는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거다. 이 말인즉슨 글쓰기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것. 작품 하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글을 통해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많은 생각을 한다. 이것이 창작의 과정이다. 잘 쓰는 건 중요하지 않다. 창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수업 시간 외 반드시 하는 게 또 있다. 바로 아이의 과정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것. 어른은 길을 개척해 주는 지도자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다. 아이가 스스로 해내는 과정을 옆에서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줄어드는 인구수만큼 귀한 아이들이다. 나에게 찾아온 학생들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아이가 좋아하는 쿠로미를 키링으로 만들기. 살짝 지칠때 쯤 중간에 재밌고 가벼운 커리큘럼을 진행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모아펭귄의 미술 놀이터 @drawingmoa

모아펭귄의 그림 일기장 @moa.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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