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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펭귄 Jul 31. 2024

배달의 민족을 삭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어플 삭제가 뭐 그리 큰 일이냐만은


 큰일 맞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배민 천생연분(배민 등급). 그런 내가 배달 어플을 삭제한 이유 첫 번째는 비효율적인 비용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상이었다. 1인 가구로써 최소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이것저것 추가하는 옵션, 게다가 밥만 시키면 양반이지. 단 걸 즐기지 않음에도 커피 주문을 위해 덧붙이는 디저트까지. 남은 건 내일 먹자라는 다짐과 함께 쓰레기봉투값은 줄줄 새어나갔다. 두 번째 이유는 건강이었다. 줄줄 새어나가는 잔고만큼 엉덩이는 무거워졌다. 5분 거리 앞에 가서 사 오면 될 커피, 하루에 30분 시간 내어 만들 도시락 대신 엄지 손가락만 깔짝댈 뿐, 바깥바람조차 쐬질 않으니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았다.


  게으름과 천생연분 맺은 지 몇 년 지나고서야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은 거지. 오랜만에 헬스장을 끊었는데, 약해진 내 체력을 확실히 실감한 게 그날이었다. 유난히 통통해 보이는 거울 속 뱃살을 본 다음날 아침, 의자에서 일어나자마자 핑 도는 머리를 움켜쥐며 퇴근한 그날 밤 나는 배달의 민족을 삭제했다.







1. 돈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실상 도시락 싸는 시간은 20~30분(플레이팅에 꽂혀 이짓 저짓 하는 날은 1시간도 족히 넘는다만). 촉박하게 만들기 싫어 눈 뜨자마자 몸을 일으키다 보니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에 영단어 하나 더 외우고 책 한 장 더 읽고 글 하나 더 쓴다. 소비도 그렇다. 처음 냉장고를 채울 땐 일주일치 배달비 못지않게 쓴다. 오히려 더 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야채, 버터, 소스와 같은 냉동 혹은 구비품들이 있기에 소량의 재료만 사도 충분히 끼니를 때울 수 있다. 냉장고에 있는 걸로 뭘 만들까 고민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어떻게 보면 나는 그간 돈을 내고 시간을 산 건데, 그 귀한 시간 동안 누워있었던 거다. 심지어 건강은 잃고 말이지.




2.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도시락은 단숨에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오늘 반찬통엔 뭘 담을지, 어떤 모양으로 담을지 고민하는 하나하나가 선택과 집중이다. 터치 몇 번에 원하는 정보와 물품을 얻어내는 세상이다. 그만큼 몰입하는 시간이 줄었다. 빠른 결과만큼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는 것. 알고리즘을 따라 쇼츠를 올려대는 손가락으로 음식을 만들어 담아내는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값지다.





3. 나를 돌아보게 됨


 배달앱 없이 사는 게 엄청난 도전이라 여겼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일평생 배민 없이 살았던 사람이다. 쿠팡도 마찬가지. 필요하면 미리 주문하고, 요 앞에 마트에서 사 오면 되는 것인데 월 정액제를 내가며 침대에 누워있다. 편리함에 이끌려 시간과 돈을 쓴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그렇다고 그간 배달 음식을 아예 안 먹은 건 아니다. 쿠팡 앱에 쿠팡이츠가 있더라고?(망할) 그렇지만 배달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참에 쿠팡멤버십도 해지할까 싶고. 편리함 대신 몸을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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