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편했을까? - 론뮤익(Ron Mueck)

왜 이렇게 적나라한지

by 모아펭귄


반갑습니다.

7개월만에 돌아왔습니다.





가뜩이나 반강제로 끌려간 미술관에 입장하는 순간, 우글거리는 인파에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과하게 퍼렇고 커다란 Ron Mueck이라는 글씨 밑에서 끝없이 찰칵거리는 셔터음에 벌써 진저리가 났다. 이렇게까지 봐야 하나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전시관에 입장하는 순간, 소름 돋을 만큼 하얀 여백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드러나지 않아서, 깊다>


꼴에 조소과 나왔다고 뭐라도 읽어내려는 버릇. 처음엔 그 변태 같은 묘사에 들이대다가 뒤로 물러서는 순간, 눈을 피하고 싶은 본능은 잘못된 게 아니었다. 어정쩡하고, 멍하고, 어색하다. 그에 반해 정교한 모공과 살결 묘사는 “너, 지금 불편하지?”라고 비웃는 듯하다.


묘하게 기분 나쁘다. ‘뭐. 어쩌라고’ 시비라도 걸고 싶은데, 저 무심한 표정이 치사해서 할 말을 삼키고, 생각만 남는다. 정교한 기술에 감탄하는 것보다 이게 왜 이렇게 있는지, 조용히 느끼게 하고 싶었던 거겠지. 전시장의 어두운 조명에 투덜대던 어제의 내가 살짝 부끄럽네.





<너, 뭐 돼?>


전시관 천장까지 쌓여있는 거대하고 차가운 해골 무더기(<매스>, 2016-2017). 압도적인 흰색 공간, 온기 하나 없는 분위기는 이상하게 폭력적이지 않다. 자극도 없고, 감정도 없고, 그냥, 있다. 하악골도 없어 입뻥끗 못하는 하찮음이 속삭이길,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네 삶도 결국 이렇게 돼.”


‘뭐, 저 중 하나가 나겠네.’

그래서 그곳에서 한숨 자고 싶었던 거겠지.






<기괴해서, 편안하다>


그가 ‘진짜’를 흉내 내지 않는다는 사실은, 작품 크기에서 알 수 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실제 사람보다 작거나, 크다. 근데 저 핏줄, 주름은... 진짜 같아. 기괴해. 낯설다. 그래서 편안해. 완전한 진짜가 아니라는 미묘한 틈이 나를 달래주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극사실주의 조각을 하면서, 그 속에 있는 불편함과 뒤틀린 존재를 끌어내는 이상한 사람. 잠깐, 그렇다면 극사실주의 작가 맞네. 확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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