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어서 쉬는 게 아니야
최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 다시 말해 백수를 그렇게 일컫는 신조어로 "쉬었음 청년"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하지만, 기자나 , 그런 것을 조사하는 사람들, 평범한 직장인은 모른다. 20대, 30대의 사람들이 단지 쉬고 싶어서 "쉬었음 청년"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우리 학교는 꽤나 나쁘지 않은, 국공립대학이었다. 그 안에 포함된 우리 학과도 학교 안에서는 꽤나 커트라인도 높고 학교를 대표하는 학과였지만, 석사 박사까지 하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전공. 딱 그런 학과였다.
그리고 졸업요건에는 학점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시스템. 우리가 졸업한 이후에는 그게 개선되어, 논문을 작성하던지,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던지, 토익 점수가 있어야 졸업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지만, 내가 졸업할 당시에는 학점 이외에 조건이 없었기에 우리는 총도 갖추지 못하고 전쟁터로 내보내졌다. 물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도 있겠지만, 전공을 살리는 것 이외의 길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 더 컸으리라. 그렇게 졸업 후 10여 년이 지났고, 나는 운 좋게 방향전환에 성공했지만, 내 주변에는 쉬었음 청년이 몇이나 있고, 그들은 도약하기 위한 동력을 잃어버렸다.
내 주변의 쉬었음 청년이 되어버린 친구들은 대부분 같은 길을 걸었다. 학위 이외에 자격증, 토익성적, 대외활동 경력과 여러 경험치 아무것도 없던 그들이 대학 졸업 후 선택한 길은 아무 조건 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도전할 수 있는 공무원 시험.
하지만, 도전은 공평하게 할 수 있었지만 합격해서 공무원이 되는 건 바늘구멍이었다. 장수생이 되어갈수록, 구멍은 점점 작아졌고, 그들은 겉치레식 노력 이외에 몇 년이나 했으니 포기하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몇 년이고 그것에 매달렸다.공무원 시험은 늪이었다. 1년차,2년차에 탈출하면 나갈 수 있지만, 오래 머물수록 나가기 힘든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 중이었지만, 젊은 20대의 두뇌를 따라갈 수 없었고, 주변의 시선은 공시생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안타까움의 시선들만이 그들을 쉬었음 청년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도 그들이 원해서 쉬었음 청년이 된 것은 아니었으리라.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지만, 노력의 결과값의 최대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낮았고, 그것이 합격이라는 목걸이를 받기엔 너무 낮았을 뿐이다.
그러한 친구들에게, 방향 전환과 길을 제시해주거나 늪에서 꺼내 줄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들은 운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다.
부모님께서는 그들에게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투영하시며 그들이 자신들이 되지 못한 꿈을 이루길 희망하시고, 특별한 학과를 나온 대학동기들은 그들에게 전공 이외의 길에 대해서 알려주기는 어렵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보아온 친구들 또한 응원이라는 말만 전할 뿐 그들의 삶을 배놔라 감놔라 할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한 어드바이스는 결국 잔소리가 되어버리고 이는, 친구관계를 무너뜨리고, 결국 고립되어, 원치 않는 쉬었음 청년이 되어버린다.
친구가 없어지고 조언자가 사라지며, 그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온라인으로 소통하게 되면서, 온라인의 각종 거짓 스펙으로 허영심만 읊어대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자존심만 강하고 새로운 도전은 하기 어렵고 경험과 경력은 없는 망가진 쉬었음 청년이 되어버린다.
하면 되잖아?라고 말하면 안 된다. 하지 않는 게 아니다. 할 수 없는 것이다. 방법을 모르고, 시도해 볼 용기가 없기 때문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운좋게 내가 그 회사에 입사했더라도 해보지않은 일을 해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의 그들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무리인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도전조차 하지않으며, 새로운 일을 시도 조차하지 않는다.
도전이라는 단어는 잊어버렸고, 자신감은 상실되었다. 경력도 경험도 없기에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른다. 그저 했던 일을 반복하는 선택 밖에 할 수 없지만, 결국 그런 그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확률보다, 자기위로만 하며 그들을 제자리에 머무는 확률이 높기에 "쉬었음 청년"이 되게 만들어버린다.
나는 오랫동안 "쉬었음 청년"은 아니었지만, 공무원 시험 기간 1년정도는 쉬었음 청년이었고, 좆소기업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생산직에서 10년 정도를 일했던 사람으로써, 친구들에게 함부로 조언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뒤늦게 공공기관에 공무직으로 입사하고 기술직 재임용함으로써 친구들에게 길(좆소기업 및 최저임금 생산직, 중소기업 등 - 공공기관 공무직 - 공공기관 기술직) 정도는 제시할 수 있다. 쉬었음 청년에서 공공기관 직원이 된다면 좋은 직장은 아닐지라도 조금은 스스로에 대해 소개 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먼저 그 길을 걸었으니까, 모든 쉬었음 청년에게 내가 걸어 온 길을 제시할 순 없지만,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는 길을 알려줄 수 있다. 그 길을 걸을 지 현재에 머무를지는 그들이 정할 일이지만, 최소 쉬었음 청년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임용 후 현직에서 근무하면서 공공기관들을 보니 꽤나 임용 할 수 있는 길과 방향이 보인다. 아마 항상 올라오는 공고나 수요,공급의 형태, 그리고 부족한 인력 등이 보인다.
어느 업계에나, 공급은 항상 부족하고, 수요는 넘치는 길이 있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단지 행정이라는 보직 이외에 조금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보직도 공공기관에는 필요하기 때문에 그 쪽을 노려보라고 조언한다. 급여가 작고 워라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좆소기업보다, 최저임금 생산직보다, 쉬었음청년보다는 훨씬 나은 일 말이다.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도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이미 꽤나 늦었다.
3년반이나 공무원을 준비하던 친구 중 한명은 AI니, 개발자니 하는 광고에 속아 자격증 하나도 얻지 못하는 다른 국비지원으로 신나게 1년을 날렸다. 지금은 폴리텍에서 과정평가형으로 자격증을 취득 중이다.
5년이나 공무원 준비를 하던 친구는, 스스로 기능사 공부를 시작했다. 아직 여전히 현재자리에 머물어 있지만 내년에는 쉬었음 청년을 버리고 도약할 것 같다.
꽤 오래 생산직에 머물다가, 3년이나 쉬었음 청년이 되어버린 친구는, 그 기간 전공을 살러, 전기기사를 취득해서. 총이 없던 전쟁태에 총을 가지고 전쟁터로 나아갔다. 지금은 꽤나 우수한 시설관리 인력이다.
3년이나 공무원 준비릉 한다고 오랫동안 쉬었음 청년이었던 친구는 몇년 전 어렵게 용기를 내어, 아무런 인연도 없는 경기도의 사이다 공장에서 갔다. 20번이상이나 회사를 바꾸어서 잃어버린 3년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평택의 반도체 회사로 가서 다니다가, 이제 이제 미국 반도체 공장으로 간다.
사람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나도 공무원 공부를 할 때 1년정도 쉬었음 청년이었다. 지금의 길을 걷게 될 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단지 쉬는 기간의 차이일 뿐이다. 조금 오래 머물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어렵지만 일어서서, 다시 도약할 것이라고.
쉬고 싶어서 쉬는게 아니라는 것을.
(내 친구들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쉬었음 청년의 도약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