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첫 일본여행을 준비하다.
혼자이거나 둘만 있을 때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다른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부터는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기에 이것저것 고민해야 되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분들은 모두 이런 고민을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다니던 여행도 나만 좋은 곳이 아니라 아이들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여행의 범위가 많이 좁아졌습니다. 올해로 5살 된 쌍둥이, 3살 된 막내(여행 시점에 두 돌이 안 된), 이렇게 아이가 셋이다 보니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겨울, 집이 부산인데 인천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일 때문이긴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어 여행도 할 겸 우리 가족 모두가 같이 갔습니다. 7시간이 걸렸습니다. 교통 체증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중간중간 자주 쉬어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7시간이 걸린 거죠. 나 혼자 차를 몰고 갔다면 아마 5시간이 안 걸렸을 겁니다. 식당을 가더라도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 곳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함께 있으면 움직임이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떠났던 후쿠오카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어떻게 준비했으며 어떻게 다녀왔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 브런치에서 일본 여행에 관해서 글을 적고 있고 일본을 많이 다녀왔지만 아이들과 함께 떠나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힘이 들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떠나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은 것이 1월 말쯤.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짜 꼽아보니 2월 10일 금요일 오후부터 출발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그다음 주 어느 날이든 상관없었지만 가능하면 14일에 돌아오려고 계획을 세웁니다. 15일에 다른 일이 있어거든요. 아래는 참고를 위한 2017년 2월 달력입니다.
먼저, 일본으로 건너갈 교통편을 마련해야 합니다.
처음으로 생각한 곳은 오사카. 최근 5년 동안 매년 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도 개인적으로도 여행을 다녀온 곳이라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도 여행을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을 갈 때마다 이용하는 여행사에 항공권 문의를 합니다. 자유여행을 주로 다루는 여행사이기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과 숙박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검색을 통해 더 저렴한 항공권과 숙소를 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찾기 위해 수고를 줄이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문의를 하고 나니 잠시 후 연락이 왔습니다. 항공권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여행사에서 받을 수 있는 가격과 내가 직접 항공사에서 예매하는 가격이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사를 통해서 항공권을 구하게 되면 당연히 여행사 수수료가 붙게 되니 직접 항공사를 통해 예약하는 것보다 비싸게 되겠지요. 이곳은 내가 단골인 여행사이다 보니 여행사 담당자께서도 자기네 여행사를 통하지 말고 직접 항공권을 구매하라고 이야기해 주십니다. 직접 예약은 할 수 있으나 이런 상황에서의 항공권은 무지 비쌉니다. 이 돈을 지불하고 꼭 가야만 할 상황은 아니기에 일단 오사카는 다음을 기약합니다.
다음 후보지는 후쿠오카. 후쿠오카시는 아니지만 후쿠오카현(福岡県)의 키타큐슈시(北九州市)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었고 가끔 여행도 갔던 곳이라 이곳 역시 익숙한 곳입니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부산에서 제일 가깝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는 이점도 있구요. 그래서 후쿠오카 항공권을 다시 문의합니다.
잠시 후 연락이 왔습니다. 원하는 날짜에 항공권은 있답니다. 그런데 출발이 7시 50분이랍니다. 그렇다면 공항에 6시까지는 가야 하고, 애들 셋을 깨워서 준비시키려면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야 합니다. 뭐, 어떻게든 가야 한다면 준비는 할 수 있습니다만, 이렇게 일찍 일어나게 되면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짜증 가득한 고난의 길이 될 것은 안 봐도 뻔합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를 가는 것도 포기합니다. 아마 우리 부부 둘만의 여행이었다면 이 비행기를 타고 떠났을 겁니다.
하지만 후쿠오카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도 갈 수 있습니다. 쾌속선의 경우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만 막힌 공간에서 어린아이들이 3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행여 울거나 짜증이라도 내면 다른 승객들에게 엄청난 민폐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쾌속선을 포기하고 밤에 출항하는 카멜리아 표를 알아봅니다. 그런데 이것도 처음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던 2월 10일 금요일은 만석이랍니다. 그다음 날인 토요일은 정기 운항을 하지 않는답니다. 다행히 그다음 날인 2월 12일 일요일은 표가 있답니다. 그런데 2월 12일 밤배를 타고 가서 2월 14일 톨아오게 되면 실질적으로 일본에 머무를 수 있는 날은 2월 13일 하루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카멜리아'라는 배는 부산에서는 밤에 출발하지만 후쿠오카에서 돌아올 때는 11시 정도까지 부두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 날에는 다른 일정을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돌아오는 날짜를 2월 15일로 변경합니다. 일단 2월 12일 밤에 출발하여 15일 돌아오는 일정의 표는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참고로, 카멜리아의 경우 금, 토요일 출발과 일요일 리턴의 경우 금액이 조금 비쌉니다. 일~목 출발이나 평일 리턴의 경우 요금이 조금 저렴하기 때문에 12일(일요일) 출발로 예약을 했습니다. 이 부분도 카멜리아 예약을 할 때 참고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밤에는 아이들이 자야 하는데 카멜리아 일반실의 경우 보통 10명이 함께 쓰는 방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승객들과 함께 자야 하는데 아이들의 자는 시간에 다른 승객들이 다 조용히 있어줄 리가 없겠지요. 그래서 선실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합니다. 다행히 침대가 아닌 5인실의 이불 방이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일본으로 이동할 교통편이 확정이 됩니다.
2월 12일 밤에 출발하는 카멜리아, 5인실.
2월 15일 돌아오는 카멜리아. 이 때는 낮이기 때문에 10인실을 사용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일반실로 예약을 합니다.
참고로 카멜리아의 경우 6세까지는 무료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기본 배 값은 없었지만 선실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은 모든 인원이 지불해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지불한 것은 성인 2명의 왕복 배값과 5인의 선실 업그레이드 비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배는 아주 커서 작은 배와는 달리 울렁임이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비바람이 부는 엉망인 날씨만 아니라면 멀미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이제 숙소를 결정해야 합니다. 숙박 문제도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5명. 호텔의 경우 일반적으로 싱글 또는 2인 1실입니다. 호텔에 따라 트리플 룸이 있긴 합니다만 객실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트리풀 룸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2개의 방을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잠을 잘 때 이산가족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나도 썩 내키지 않을뿐더라 아이들도 잘 안 떨어지려고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같은 방에서 머무를 방법을 찾아봅니다. 그래서 호텔을 포기하고 지난겨울에 이용했던 온돌방 형태의 숙소를 알아보기로 합니다. 이곳은 조식이 제공되지는 않지만 아래에 사진처럼 작은 주방이 있어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아침을 직접 해결할 수 있고 금액도 호텔에 비해 저렴합니다. 가족이 여행할 때 이용하기 아주 좋은 형태의 숙소입니다. 여행사에 문의했더니 다행히 객실 여유가 있습니다. 후쿠오카 교통의 중심인 하카타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이므로 위치도 나쁘지 않습니다.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이 곳으로 예약을 합니다.
이곳의 경우 아이 요금(4세 미만)은 1명은 무료, 2명은 성인 1인 요금입니다. 따라서 우리 가족은 성인 3명의 요금으로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행의 큰 틀이 잡혔습니다.
2월 12일 일요일 밤 부산항 출발. 13일 아침 후쿠오카 도착.
13일, 14일 후쿠오카에서 숙박.
15일 후쿠오카에서 부산으로 귀국.
우리 가족이 5명이긴 하지만 비행기와 달리 선박이기 때문에 5살(여행 시점에 만 3세) 쌍둥이의 기본 비용이 들지 않았고, 숙소의 경우도 아이들 인원수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꽤 저렴하게 예약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 5명이 배와 숙소 예약에 지불한 금액은 52만 원. 배에서 1박을 하긴 합니다만 3박 4일에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이제 예약을 마쳤으니 일본에서 보내는 13일과 14일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야 할까 고민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