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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상 어떤가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화사 이충열 전시회와 서울여담재 이야기

by 꿀벌 김화숙

급한 마음에 받은 메일 하나 공유하며 시작합니다!


여성 공간 하나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소식입니다. 여성 역사 공유 공간 서울여담재가 말입니다. 바로 딱 한 달 전 9월 8일 금요일 오후 거기서 이충열 작가의 전시회를 보고 왔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이 정부는 하루하루 여성 지우기에 혈안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여성 혐오적인 매체를 이끈 사람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나오지 않나,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며 여가부를 문 닫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말 그대로 청문회에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더군요.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고용 평등상담실'도 없앤다잖아요. 여성을 지우고 시민운동을 지우는 정부에 맞춰 서울시는 서울여담재도 방빼라는 겁니다.


서울여담재 존치를 위해 애쓰는 분들과 연대하는 서명을 했습니다. 여담재를 지키고자는 사람들 이름으로 이충열 작가가 메일을 보내온 덕분에요. 책상 머리에서 공허한 작품 만드는 작가가 아니라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고 싸우는 작가인 겁니다. 이충열 작가님한테서 온 메일과 카드뉴스를 그대로 공유하며, 한 달 전 거기서 본 화사 이충열 작가 전시회도 짧게 정리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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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의 이충열입니다.


2023년 9월 27일 저녁부터 10월 3일까지 809명/단체의 연대서명을 해주셨습니다.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저는 여담재의 초대를 받아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성사 발굴 성과를 공유하는 원탁토론회와 이용자 간담회 등에 참여하였고, 두 달 넘는 전시기간동안 관찰하면서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의 존재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모아주신 힘으로 서울시와 국민신문고에 각각 2종의 민원을 신청했고, 그중에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담당관으로부터 서울여담재 위탁기간은 종료됐으나, 여담재의 역할을 수행할 기관 검토 중에 있다는 답변을 받아 그에 따른 요구를 하려고 합니다.


서명 이후 진행 사항을 카드뉴스로 만들었으니 참고해주시고요, 널리 공유 해주시고 계속 서명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의 존치는 그 역할과 기능 수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그 공간 그대로의 유지가 어렵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이 모아주신 힘을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의견 있으시다면 공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공유드릴 진행 사항이 생기면 또 메일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 이충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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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작가의 전시회는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제목대로 질문하는 전시회였어요. 작품으로 전시된 질문미로를 걸으며 질문하고 생각하는 시간이었죠. 시작은 아주 일상적이고 흔한 질문 같았어요. 가다 보니 느껴지더군요. 크게 보면 두 종류의 질문이었어요. 내용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인 대답과 '내가 결정할 수 없이 내 것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로 대답이 나눠지더군요.


내가 누구냐고? 혹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결정된 나를 너무 붙잡고 산 건 아니었나? 그게 나라고? 내가 결정하지도 바꿀 수도 없는 것들로만 나를 말한다고? 질문하게 되더군요. 예를 들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어? 부모가 누구야? 성별은? 이런 식이죠. 또는 또는 무슨 색을 좋아해? 어떤 옷을 입고 있어? 좋아하는 음식은? 작가는? 여행지는? 아주 쉽고 단순한데 어떤 나로 살고 싶냐고 결국 묻는 거 같았어요.


분주한 일상에서 잊어버리거나 지나치기 쉬운 질문 아닌가요? 나 스스로 안다는 착각, 나는 원래 이런 사람? 그런 게 어디있냐는 질문이었어요. 내가 좋은 쪽으로 나를 만들고 바꾸며 살 수 있잖아? 자신에게 집중하며 체험하는 예술행위 덕에 스스로와 대화할 수 있었어요. 한걸음 한걸음 질문을 마주하며 생각하며 스스로 고민하는 여정이었죠. 나를 그리는 그림이었고 이충열 작가와 동행하며 대화하는 여정이었어요.


'나에게 주는 상'을 직접 만드는 시간도 재미있었네요.


순식간에 아이가 돼 신나게 즐겼어요. 까이꺼 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거 있나요? 재미있는 예술 행위로 또 하나의 창작행위로 노는 거죠. 스스로를 칭찬하기, 좋고말고. 팍팍하게 사느라 쓸데없이 나를 볶아댄 것들에 대한 사과이자 보상도 되잖아요. 상에 진심인 저와 딸은 놀이삼매경으로 끝내기가 아쉬울 정도였답니다. 별별 제목을 다 갖다 붙여보고 썼다 지웠다 하면서요.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는 사람들이니까요.


빈 상장 하나 가져와서 짝꿍에게도 쓰게 했습니다. 모녀가 상을 줄까도 생각했지만 그에게도 스스로를 칭찬할 기회를 주고 싶었고 무슨 상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또 하나의 멋진 상이 나오더군요. 그렇게 세 사람의 상장은 9월 8일 이후 우리집 거실에 나란히 전시돼 있답니다. 꿀벌은 호랑이상, 딸은 건국투사상, 그리고 제 짝꿍 중년남자는 들음상. 나에게 상을 주고 받는 일 즐거운 일 아닌가요? .


호랑이상/ 꿀벌 김화숙

위 사람은 차별과 혐오로 잠든 세상에서 깨어있는 호랑이로 포효하며 춤추며 말하고 행동하고 나대기에 위 상을 수여합니다.


건국투사상/ 정민지

위 사람은 깨어서 공부하고 투쟁하며 차별과 혐오 없는 새 나라를 만들고 있기에 위 상을 수여합니다.


들음상/ 정하덕

위 사람은 짝꿍과 세 아이의 말에 귀를 잘 기울여 듣기에 위 상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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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가는 길, 당신에게 오는 길' 을 따라 한 걸음씩 천천히 걷는 길 역시 멋졌습니다. 발아래 바닥에 쓰인 글자를 따라 읽으며 가는 여정이었죠. "약한 자가 가질 수 있는...." 으로 시작하는 글이 계단을 이어 지하로 내려갔다간 바깥으로 이어졌습니다. 여담재 건물이 경사에 지어진지라 도로 편 지상이 있고 지하에서 이어진 반대편 마당이 또 있거든요. 난간과 뜰에는 자주색 댕기가 우리를 인도했어요.


자주색 댕기는 거기 살며 자주동샘에서 자주색 염색을 했던 단종비 정순왕후 이야기였어요. 지아비를 그리며 동쪽을 향해 매일 아침 절했다는 이야기만 저도 알고 있었네요. 한 인간으로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주색 염색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삶을 살아낸 이야기는 잘 안 알려졌죠요. 놀라운 여성 역사 현장인 자주동샘 곁에 떡하니 모모 남성 유학자의 집을 옮겨다 복원해 놓은 게, 생뚱맞더군요. 이처럼 지워진 여성의 역사를 이충열 작가는 살리고 드러내고 말해지게 하고 있었어요.


계단에서 만난 글자 목소리 일부만 인용해 봅니다.


약한 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권력자가 자신에 대해 내리는 정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래요.


자신에 대한 정의는 본인만 내릴 수 있어요.


그러니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애쓰기보다

당신이 가진 힘으로 당신을 지켜요.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몸을 보내요.


9월 8일 서울여담재 이충열


맞습니다 맞고요.

약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권력자가 나에 대해 내리는 정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















































































































































'그녀에게 가는 길, 당신에게 오는 길' 을 따라 한 걸음씩 천천히 걷는 길 역시 멋졌습니다. 발아래 바닥에 쓰인 글자를 따라 읽으며 가는 여정이었죠. "약한 자가 가질 수 있는...." 으로 시작하는 글이 계단을 이어 지하로 내려갔다간 바깥으로 이어졌습니다. 여담재 건물이 경사에 지어진지라 도로 편 지상이 있고 지하에서 이어진 반대편 마당이 또 있거든요. 난간과 뜰에는 자주색 댕기가 우리를 인도했어요.




자주색 댕기는 거기 살며 자주동샘에서 자주색 염색을 했던 단종비 정순왕후 이야기였더군요. 지아비를 그리며 동쪽을 향해 매일 아침 절했다는 이야기만 저도 알고 있었네요. 한 인간으로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주색 염색으로 경제활동을 했다는군요. 놀라운 여성 역사 현장인 자주동샘 곁에 떡하니 모모 남성 유학자의 집을 옮겨다 복원해 놓은 게, 정말이지 쌩뚱 그 자체더군요. 이처럼 지워진 여성의 역사를 이충열 작가는 살리고 드러내고 있었어요.




계단에서 만난 글자 목소리 일부만 인용해 봅니다.








약한 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권력자가 자신에 대해 내리는 정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래요.




자신에 대한 정의는 본인만 내릴 수 있어요.




그러니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애쓰기보다


당신이 가진 힘으로 당신을 지켜요.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몸을 보내요.






9월 8일 서울여담재 이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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