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빅셀
더 이상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남자가 있었습니다.
날씨가 어떤지조차 알고 싶지 않아 유리창을 모두 가리고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그에게
“빛이 전혀 안 들어와 너무 어둡잖아요. 날씨가 좋은 게 왜 싫은가요?”
아내가 묻자,
“날씨가 좋은 게 싫은 게 아니라, 날씨가 어떤지 알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하며
그는, 스위치를 돌려 전등을 켤 수 있다는 것조차
알고 싶지 않다면서 전등도 떼어버렸습니다.
얼마 뒤, 그와 아내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당신은 무엇을 모르게 되었나요?”
“난 아직도 모든 걸 알고 있어.
날씨가 어떻다는 건 모르지만, 어떨 수 있다는 걸 여전히 알고 있고
당신이 가져다 준 저것이 감자와 고기라는 것도,
내가 입 밖에 내는 모든 단어들도 알고 있어....”
....
“이젠 날씨를 알지 못하면 어떻다는 것까지 알게 됐고
깜깜해도,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여전히 사물을 분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
그러자 아내가 말합니다.
“하지만 세상엔 당신이 모르는 것들도 있어요.
이를테면 ‘좋은 날씨’를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러자 그는 곰곰 생각했지요.
‘그건 원래 모르고 있었으니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할 필요가 없군.
흠.. 나는 우선 내가 뭘 알고 싶지 않은지 알아야겠어.’
몇 해가 지나 마침내 중국어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말합니다.
“모든 걸 안 다음에야 비로소 그 모든 걸 이상 더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
그렇게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하나씩 알아나가다가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 모든 걸 알고자 했던 사실을 잊어버린채
옛날처럼 살게 되는 그...
달라진 건, 이젠 중국어도 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책상은 책상이다>로 잘 알려진 작가 피터 빅셀의
<아무것도 더 알고 싶지 않았던 남자> 이야기입니다.
비정상적이고 이상하고 괴팍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고
순수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소유자로 볼 수도 있는 인물들이
<책상은 책상이다>에는 등장합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비껴나,
자신만의 진실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외와 상실...!
지구 끝에 있어도 소통이 가능한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고립은 과연 무엇일지...
되짚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