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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황초현 Sep 01. 2018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더 이상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남자가 있었습니다.


날씨가 어떤지조차 알고 싶지 않아 유리창을 모두 가리고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그에게 


“빛이 전혀 안 들어와 너무 어둡잖아요. 날씨가 좋은 게 왜 싫은가요?”


아내가 묻자,


“날씨가 좋은 게 싫은 게 아니라, 날씨가 어떤지 알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하며

그는, 스위치를 돌려 전등을 켤 수 있다는 것조차 

알고 싶지 않다면서 전등도 떼어버렸습니다.    


얼마 뒤, 그와 아내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당신은 무엇을 모르게 되었나요?” 


“난 아직도 모든 걸 알고 있어.

날씨가 어떻다는 건 모르지만, 어떨 수 있다는 걸 여전히 알고 있고

당신이 가져다 준 저것이 감자와 고기라는 것도,

내가 입 밖에 내는 모든 단어들도 알고 있어....”

....


“이젠 날씨를 알지 못하면 어떻다는 것까지 알게 됐고

 깜깜해도,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여전히 사물을 분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    


그러자 아내가 말합니다.


“하지만 세상엔 당신이 모르는 것들도 있어요.

이를테면 ‘좋은 날씨’를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러자 그는 곰곰 생각했지요.


‘그건 원래 모르고 있었으니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할 필요가 없군.

흠.. 나는 우선 내가 뭘 알고 싶지 않은지 알아야겠어.’    


몇 해가 지나 마침내 중국어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말합니다.


 “모든 걸 안 다음에야 비로소 그 모든 걸 이상 더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    


그렇게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하나씩 알아나가다가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 모든 걸 알고자 했던 사실을 잊어버린채

옛날처럼 살게 되는 그...

달라진 건, 이젠 중국어도 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책상은 책상이다>로 잘 알려진 작가 피터 빅셀의 

<아무것도 더 알고 싶지 않았던 남자> 이야기입니다.


비정상적이고 이상하고 괴팍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고

순수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소유자로 볼 수도 있는 인물들이


<책상은 책상이다>에는 등장합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비껴나,

자신만의 진실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외와 상실...!


지구 끝에 있어도 소통이 가능한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고립은 과연 무엇일지...

되짚어보게 됩니다.



in 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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