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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달 Jan 22. 2020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

자꾸 마음을 다 주지 않게 된다

 

 나는 나름 이 부서의 선임자다. 경력자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이 회사에 이 부서는 (현재 근무지는) 나 혼자이고 지점 4개에 각 같은 일을 하는 부서 사람들이 1명씩 있어서  서로 업무적 연락도 하고 공유할 일들, 고충들을 털어놓는다.


 이 부서의 업무가 그리 녹록지가 않아서인지 새로 들어온 2개 지점의 직원이 1년을 못 버티고 나가는 일이 2번이나 있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이라 교육비도 들여가며 교육시키고 얼르고 달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또 다를 것이다.


 내가 그나마(?) 경력자이다 보니 새로 오는 사람들을 업무도 알려줘야 하고 하소연도 들어줘야 하고 각 부서 간 조율도 해주는 입장이 되었다. 각 지점의 사정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나 또한 곤란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선의로 챙겨주고 싶었고 업무도 혹여나 서툴러서 실수하고 욕먹을까 싶어 그들을 챙겨줬던 부분들이 그에게는 오지랖이고 지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같다. 결국 한 지점의 사람은 부서이동을 신청했고 나머지 다른 지점 사람들과는 교류를 일절 끊어버렸다. 그들의 이 부서 업무 포기가 나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냥 나 혼자 느끼는 부분들이다.


 사실 서류와 현실과의 괴리가 존재한다. 적어도 우리 부서는 그런 부분이 심하다. 어떤 평가를 받고자 하면 그 기준과 틀에 맞는 서류를 꾸며내듯이 만드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신입들 입장에서는 그 괴리를 내가 대변하고 그것을 마치 따라야 한다는 것처럼 설명했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라고 뾰족한 수는 없다. 나도 처음에 그 괴리를 못 참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몰래 냈었다. 여기를 떠나지 않는 이상 이 괴리를 다 좁히지는 못할 것이다. 좁혀나가려 애쓸 뿐.


 내 마음은 선의였지만 정말 내 마음대로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느끼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나의 대화방식과 전달 방식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어느 정도 개선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일이 생겼다. 신입에게 너무 배려를 하다 보니 또 명확한 지시를 원하는 사람도 있더라...

 점점 나는 성의껏 알려주지 않게 된다. 적당히 알려주고 버틸사람은 버티면서  물어보겠지라는 생각으로 한동안 지냈다. 나도 지쳤었나 보다. 그리고 선의를 베풂이 화살로 돌아온 것 같아 상처를 받았던  같다.


 요즘도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업무 급히 하면서 하루씩 빼서 지점으로 가서 일을 알려주고 있다. 오히려  일이 밀리기도 한다. 나도 힘들다. 제발 나가지 말아 주오..


  한동안 지속된 우울감은 좀 걷혔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회의감도 좀 나아졌다. 다행히도 슬럼프는 극복했다. 나 자신을 트레이닝하는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과 이 또한 나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겠지라는 무한 긍정주의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지치면 그냥 지치게 둘까 보다. 나도 지칠  있는 사람이고 힘들면 잠시 눈감고 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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