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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Feb 19. 2024

집단 착각

노사임당, 사랑 착각, 2024


제 책을 출간하기로 한 박영사가 아무래도 대학 교재를 주력으로 출판하는 곳이라서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합니다. 그러니 2월 말이나 되어야 디자인팀이랑 편집자 배당이 이루어질 것이라 지금은 그저 소소하게 가벼운 책이나 읽으며 그쪽에서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편집 부장님께서도 <사랑이라는 착각>을 제 책 제목으로 염두하고 계셔서 <착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다른 책들을 검토해 보셨다고 합니다. 저도 그러다 <집단 착각>이라는 심리학 책을 마침 찾아보았습니다.


평소 대중서는 읽지 않지만 책 제목에 <착각>이 들어갔다는 것이랑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님이 쓴 책이라 선택했으나 세 번 정도 중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올만치 저랑은 맞지 않았습니다만 꾹 참고 읽은 리뷰 간단하게 써보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집단 착각>은 심리학 전공 서적이 아니기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글 흐름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많은 연구 자료도 예시로 나와 있어서 무척이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토드 쎔 자체가 워낙에 달필이신 것도 금방 느낄 수 있고요. 여담이지만 Todd Rose라는 인물이 멋지다는 것도 글을 통해서 느껴집니다. 요즘 말로 흙수저이지만 그런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 심리학 계에서 유명한 강연자가 되었다는 드라마는 이 책에서도 종종 나옵니다.


사실 제가 칭찬드릴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만 쓰는 것이 맞을지 고민 중이고요. 프로이디안 호주 회계사가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님이 쓴 심리학 책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집단 착각>에서 강조하시는 것이 사사로운 관계에 억눌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니, 그럼 불경하지만 토드 쎔에게 배운 대로, 거칠고 무식하더라도 제가 느낀 것을 계속 써 보겠습니다.


자세한 책 내용은 읽어보시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에 간략하게만 정리하겠습니다. 우선 이 글은 여러 가지 가정이 은근히 깔려 있고요. 이것 중에 단 하나라도 동의하지 못하시는 분들 가령 창조론자나 무의식에 대해 깊은 개념이 있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보입니다. 책에 나오는 가정들 몇 개만 보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성 본능이 가장 강한 동물로, 사회성은 생물학에 속하는 상수이다;

우리는 타인을 모방하려는 본능이 있다;

인간은 남이랑 연결되는 것을 즐거워한다 (그럼 혼자 있는 게 좋다는 애들은 싹 다..);

어딘가에 속하는 것을 갈망하도록 우리 뇌는 진화해 왔다;

우리 삶에 의미가 부여되면 자기 존중감을 얻는다;

우리 모두는 집단 착각에 휩쓸려 다니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도파민 중독자이다;

사회에서 인정/공감받고 싶어 하는 것도 본능이다;

집단 착각에 굴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개인 정체성은 사회 정체성이랑 밀접하다;

다른 이들이 진짜로 원하거나 믿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다;

규범이 존재하고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면, 모든 사람이 거기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악법이라도 우리에겐 법(규범)이 필요하다;

우리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우리는 정말 필요로 하는 것에만 집착한다;

반복되는 정보를 우리는 믿는다;

자신 가치랑 반하는 일을 했을 때, 우리는 본능으로 기준을 바꾼다;

자존감이 높아지면 건강이랑 행복이 대체로 증진된다;

(집단 착각을 해결할) 정답은 신뢰다.


너무 길어져서 그만 쓰고요. 이렇게 보시면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냥 만원 짜리 명언집이나 처세술 모음에 나오는 것들입니다. 이 책에 큰 줄기는 <집단 착각>이라는 것은 우리 개인이랑 사회를 병들게 하는 현상으로 깨버리고 해결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리고 토드 쎔은 이에 대한 해답이랑 결론도 주십니다.


<왜?>라는 질문은 개별성을 살려주기에, 모방 본능 혹은 연쇄 반응을 견제할 수 있다;

양심에서 외침이 들리면 침묵하지 말자;

<왜>라는 질문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대화 물꼬를 트자;

스스로 전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틀렸을 가능성을 찾자;

반드시 믿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남을 믿자.


제가 너무 간략하게 정리했기에 김이 빠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 과정을 상세한 설명이랑 연구 자료를 제시하기에 글은 크게 무리 없이 읽히긴 합니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것은 해법이 너무 일반론이며 연구 자료 등도 두 번 세 번 이상 반복해서 계속 책 안에서 돌기에 중반부 넘어가면 지루하더군요. 전체 분량에 60% 정도는 날리고 간략하게 써도 되지 않을까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토드 쎔이 <옥시토신-주의자> 느낌이 좀 있습니다. 옥시토신이랑 도파민으로 우리 뇌가 즐거워한다는 간단한 논리가 거의 만능키로 이 책에서 쓰입니다. 그것으로 사회 현상을 보고 해결하는 것이 뇌과학식 접근이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부학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심리학뿐만 아니라 정신분석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기며,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많은 증상들은 (e.g. 히스테리, 노이로제, 신경증, 마비 따위) 뇌기능 오류라고 접근해 수술이나 약물로 다 해결하겠지만 아니죠. 대략 옥시토신이란 홀몬이 있고 사회성에 관련된 기능을 하는구나는 정도로 듣고 넘겼습니다. 정신분석을 슬쩍 아는 제가 온갖 인간사를 <무의식>으로 해석하려고 달려드는 거랑 비슷해 보였네요.


뭔가 의미 있는 것을 굳이 찾아보자면 두 개정도 기억이 나는데요. 첫째는, 정보 질質을 판단할 때, 특히 <집단 지성>이랑 <집단 무지성>을 잘 구별해야 한다는 것으로 개인들이 각자 판단한 결과를 모아서 만든 것은 집단 지성으로 정보 가치가 높지만 모방 심리로 앞사람 것을 따라한 결과물은 샘플이 아무리 커져도 의미는 고사하고 오히려 나쁜 결과인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요. 쌀로 밥 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토드 쎔이 말씀하신 사회수 n이랑 만족도를 표현한 그래프


두 번째는 <정체성 복잡도>를 높이는 것이 더 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다양한 사회에 속해 있다면 그렇지 못한 이보다 자존감이 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집에서 남편만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아내랑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인 모임, 운동 모임, 술모임, 동창 모임, 글쓰기 모임 등등을 가진 남편은 아내보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인데요. 한 조직에서 까이더라도 다른 모임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회복할 기회가 있는 반면 아내는 남편에게 상처받으면 자존감이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굳이 심리학으로 연구하지 않더라도 아침 드라마 따위에서 자주 보아온 평범한 이야기 같아요.


토드 쎔 말씀을 기반으로 제가 만든 위 그래프를 보시죠. 저라면 이렇게 그래프를 넣어서 설명하겠네요. 우리가 속한 사회 개수는 0이 될 수 없기에 참여한 사회 숫자는 0 뒤로는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건 생물로서 죽어야만 가능한 상황이니까요. 문제는 내가 속한 모임, 사회가 많을수록 만족도는 올라가는데요. 어느 임계점을 지나면 그 행복도는 천천히 증가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사회에서 받는 탈락 위험이나 왕따 같은 스트레스는 아무리 작은 사회이거나 얄팍한 모임이라고 한들 내게 엄청난 충격파를 준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프에서 상승 곡선이랑 하락 곡선에 기울기가 다르다는 것이죠. 하락 곡선 기울기가 훨씬 가파르다는 것은 우리가 조직에 들어가면서 얻는 기쁨보다 조직에서 탈락하는 고통이 더 크다는 것으로 이를 방지해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는 참여한 사회/모임 수를 늘려서 만족감 부분은 계속 강화시키고 불만족-공포 부분은 상쇄시켜야 한다는 것을 제 도식에서 표현했습니다.


노사임당 선생이 새롭게 개발하신 글체로 써주신 작품입니다.


다음으로 이 책에서 <무의식>을 언급하는 부분을 보겠습니다. 토드 쎔이 연구하는 심리학이 아무래도 무의식을 연구하는 정신분석이랑은 다르며 이 책은 대중서로 역할이 있기에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예능으로 말했는데 다큐로 받아들여서' 발끈하는 오류이긴 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만 짧게 써보겠습니다.


읽으며 <무의식>이 나오는 부분에 표시한 것을 다시 보니 책에는 열 번 이상 <무의식>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는데요. 과연 토드 쎔이 무의식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으신지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느끼기로는 우리가 평소 대화에서 쓰는 수사정도 느낌으로 쓰는 것 같았고요. '본능'이라는 뜻을 다르게 표현하는 수준 같습니다. 아래 책에서 뽑은 문장 중에 <무의식>을 <본능>이라고 치환해도 뜻이 크게 변화가 없을 거예요.  


군중과 함께하고자 하는 우리 본성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며...

우리의 뇌는 우리가 보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검증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거울 뉴런/ 모방) 이 모든 과정은 전적으로 무의식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신경과학에 따르면 우리의 인지 활동 중 95퍼센트는 무의식적으로 벌어지는데,


프로이트 선생님이 무의식을 아무래도 생물학에서 이야기하는 본능으로 초기에 말씀하시는 경향이 있어서 많은 분석가들도 자칫 그렇게 오해한다고 하지만 라캉 쎔이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은 언어 구조라고 정리하면서 그 논란도 어느 정도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욕망을 다루는 부분도 잠시 나옵니다. 라캉이 이야기한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유명한 말이 떠올라 심리학자가 설명하는 라캉 비밀이 있을까 하여 잠시 설레었으나 그냥 우리 평상 언어인 욕망을 뜻하는 것으로 대략 '본능으로 남을 모방하는 욕망 때문에 우리는 원치 않는 문제로 빨려 들어간다' 이런 것이네요.


다음으로 라캉 <거울 단계>랑 비교해 볼만한 <거울 뉴런> 이야기가 나와서 다시 혹했지만 은유로서 거울을 말했던 라캉이랑 다르게 비추는 기능으로서 진짜 거울을 이야기를 하시는 토드 쎔이라 기대한 내용이랑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간략하면 위에서 누차 이야기한 <모방> 행위를 설명하는 것으로 실제로 거울처럼 남을 보고 따라 한다는 내용입니다. 긴 유아기에 주목하는 라캉 이론을 조금 더 보강해 주는 자료로 포유류들 임신 기간 이야기를 본 것은 토드 쎔은 의도하지 않은 제 개인 수확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자세한 내용은 다 잊히고 누군가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래 입니다.


"착하게 살자."


끝으로 토드 쎔이 일부 샘플만 가지고 전체를 향한 편견을 가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지만, 이 책으로 인해 앞으로 저는 평생에 다시는 대중서를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나를 이상주의자라고 불러도 좋다.
- Dr T. Rose, Collective Illusions.


노사임당, 사랑이라는 착각,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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