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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Jun 30. 2016

진정성 추구 여행자

진정성의 의미와 고찰

 지난 시간 <여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잠깐 언급했던 MacCannel의 "진정성(authenticity)"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얼핏 보면 '진지한 여행인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이는 곧 여행을 자신의 삶의 얼마큼 밀접하게 받아들인 건지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셈이기도 하다.

진정성의 종류는 <객체적 진정성>과 <실존적 진정성>으로 나뉘는데, 이 글에서는 관광객의 주체적인 체험에 관련된 <실존적 진정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노마디즘 관점에서 본 진정성 추구 여행> (변찬복, 2013) 논문에서의 묘사를 통해 진정성의 개념과 진정성 추구 여행자의 모습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실존적 진정성은 여행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적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는 여행자들이 지각하는 

  진정성이다.

- 개인이 자율적 주체성에 근거하여 자신의 영역에서 주인이 되는 것이다 (Kernis & Goldman, 2006)

- 자유롭게 자기 자신을 정립하는 것이다 (Ferrara, 1995)

- 안정적인 삶이나 정주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자가 아니며 무한성의 추구와 변화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사회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뚫고 나아가는 숭고의 심리를 담지한 자이다.

- 모험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자이다.

- 존재론적 방랑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자이다.


 실제로 정보통신의 발달과 교육 수준의 향상,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 추구와 개별 여행이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진정성 여행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일시적인 기분전환의 목적이나 휴양의 목적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재정립하려는 기획"으로서 여행을 바라보는 것이다.



문득 나의 지난 여행들이 떠오른다.

그냥 그저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에 만족했던 여행.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나라에서 신기한 것들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봤다는 것에 감격스러웠던 여행.


이런 경험을 하고 하지 않고 자체에, 아니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곳에 발을 디뎌 봤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그때.

난 진정성 있는 여행을 했던 걸까?


단 한 가지라도 내 삶으로 투영시키지 못하고 즐거움에만 만족했던 여행은 더 새롭고 강한 자극으로만 나를 유인했을 뿐, 본래 내 삶을 이뤄나가기 위한 어떠한 역할도 이뤄내지 못했다.

일상으로 돌아와 또다시 허덕이며 많은 것을 느낀 줄 알았지만 정작 느낀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직감했다.


여행에서 만끽했던 여유는 왜 일상에선 느낄 수 없는 것일까?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내가 '게으를 권리'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여행을 통해 삶을 바꾼다는 말은 

여행을 통해 먼저 '나'를 바꿈으로써 나오는 것이었다.

나의 관점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는 순간, 삶이 여행이 되는 것이었다.


나의 여행이 과연 진정성 있는 여행이었나 아리송할 때 이 글에선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여행자가 내면의 목소리와 존재론적 성찰과 같은 내적 판단의 원리에 의해 자신의 삶을 기획하려는 의도 없이 오로지 육체적 건강과 일상성으로 다시 돌아가서 속물적 생존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만 가지고 있다면 여행의 장소와 상관없이 진정성 추구 여행자의 범위에서 제외된다.(p.208)


 글이 담고 있는 말은 꼭 오지를 가고, 에베레스트 등산을 하고, 사막 횡단을 하면서까지 진정성 있는 여행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니 꼭 그렇게 여행을 해야만 진정성 있는 여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오해를 하면 안 된다는 거다.


진정성 있는 여행은 진정성 있는 "여행자의 태도"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진정성을 추구할 만한 여행 상품을 많이 만들어 낸다고 한들 여행자가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 여행자들의 여행에 대한 생각과 좋은 가치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거창해 보이지만 하나도 거창하지 않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가장 기본적인 '진정성'여행.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이 기대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여행에서 마주할 나, 그리고 여행으로 얻은 것들을 적용시킬 여행 이후의 삶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더 멋진 우리의 여행을 위하여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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