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타고날까? 개발될까?
회사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잘 나오는 팀이 있는가 하면, 회의 때마다 말이 없어지고 조용한 분위기만 이어지는 팀도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은 개인의 재능이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팀이 일하는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천장높이와 창의성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으면 사람들의 사고가 더 자유로워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를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높은 천장은 심리적으로도 여유롭고 탁 트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개방적으로 생각하고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는 거죠. 반대로 천장이 낮고 공간이 좁은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세부적인 분석력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에는 생각보다 이런 물리적인 환경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창의성은 단지 물리적인 조건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심리적인 분위기, 팀의 문화, 리더의 태도 같은 요인들이 훨씬 더 큰 역할을 하죠. 예를 들어, 아무리 천장이 높고 공간이 좋아도 리더가 “그건 말도 안 돼”라고 자주 이야기하거나, 팀원들이 말 실수할까 봐 눈치를 본다면 창의적인 의견은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수해도 괜찮고, 어떤 아이디어든 일단 꺼내볼 수 있는 분위기에서 창의성은 자연스럽게 피어납니다.
조직행동 관점에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을 바꾸자’고 말하기보다는, ‘심리적 공간’을 먼저 바꾸자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이 마음 놓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여기는 문화, 그리고 질문과 토론이 활발한 팀 문화가 바로 그 심리적 공간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물리적 공간이 더해진다면 금상첨입니다. 회의실이나 협업 공간을 만들 때도 벽 색깔이나 조명, 천장의 높이 같은 요소를 조금만 신경 써도 팀원들의 생각이 훨씬 유연해질 수 있어요.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다면, 그 공간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훨씬 자유로워질 테니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조직이나 팀을 이끄는 리더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바로 '환경'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창의성은 단순한 능력 문제가 아니라, 내적인 동기, 조직의 문화, 그리고 리더의 태도와 행동에 따라 자극되기도 하고 억제되기도 하죠. 리더가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유지하느냐에 따라 팀원들의 창의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그중에서 조직 문화적 환경으로는 실수해도 괜찮고, 누구나 의견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즉 심리적 안전감이 특히 중요합니다. 하버드대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이런 심리적 안전감이 팀의 창의성과 직결된다는 걸 밝혔죠. 픽사(Pixar)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실패를 하나의 학습 기회로 여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었던 거죠.
또 하나, '다양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 다른 관점이 부딪히면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IBM은 다양한 인종, 성별, 국가의 인재들을 적극 채용하고 관리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창의성과 경쟁력을 높인 기업 중 하나입니다.
리더의 태도와 행동도 정말 중요합니다. 변화를 이끌고,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 좋은 사례입니다. 대표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있죠. 그는 비전과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면서도, 직원들이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격려했습니다. 이런 리더십 덕분에 애플은 혁신의 상징이 되었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 팀이 일하는 환경은, 팀원들이 “이건 좀 엉뚱한가?” 싶은 아이디어도 마음껏 꺼낼 수 있는 분위기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물리적인 환경을 조금 바꾸고, 그보다 더 중요한 심리적 환경을 함께 바꾸어 나가는 방식으로 말이죠.
창의성은 특별한 몇 사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적절한 환경만 만들어지면 누구나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환경을 만드는 역할은 결국 리더와 조직문화에 달려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Reference
Meyers-Levy, J., & Zhu, R. (2007). The Influence of Ceiling Height: The Effect of Priming on the Type of Processing That People Us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4(2), 174–186.
Edmondson, A. C.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2), 350–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