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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Apr 11. 2021

아빠 오리 연못 위에 둥둥

사랑은 때로 본능을 거스른다.


모처럼 아내와 일월저수지를 걸었다.

커다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오솔길을 지나는데 저수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나무데크 길이 보였다.

아내와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는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데크 부근에 있던 오리가족을 찍고 있던 터였다.


엄마 오리 옆에서 삐약삐약 거리는 아기오리들이 참 예뻤다.

아빠 오리는 없나?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조금 멀리 물속에서

오리 한 마리가 쑥 올라오더니 아기오리들 곁으로 빠르게 다가간다.

자세히 보니 입에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물고 있다.

아기오리들은 아빠 오리한테 가면서 더 크게 삐약삐약 난리다.

제일 먼저 온 녀석이 아빠가 입에 넣어 주는 물고기를 받아먹는다.


아빠 오리는 그렇게 물고기를 넣어 주고는 다시 돌아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올라오지 않는다.

왜 이렇게 오래 있지? 하는 순간 아빠 오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에서 머리를 쑥 내민다.

그러더니 아까처럼 아기오리들한테로 다가가서 입에 물은 물고기를 먹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일 먼저 달려온 녀석을 못 본척하고 그다음 녀석의 입속에 넣어준다.

우리는 그렇게 아기오리 삼 형제가 모두 먹이를 먹는 것을 보고는 흐뭇하게 자리를 떴다.


아빠 오리는 아기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물속에서 한참 동안 숨을 참는다.

그렇게 한참만에 물 위로 올라올 때는 어김없이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있다.

숨을 참고 아기들에게 먹일 적당한 물고기를 찾아 물속을 헤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물속에서 사투를 벌일지도 모른다.

아기오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그리면서 말이다


아빠 오리도 그저 안전하고 편안하게 물 위에 둥둥거리며 가족들 곁에서 유유자적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또 맛있는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으면 그냥 꿀꺽 삼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빠 오리는 아기오리들에게 물고기를 먹이기 위해 숨을 참는 고통을 이겨내며 한참 동안 물속을 자맥질한다.


그렇게 사랑은 당연한 본능을 거스르기도 하는 것인가 보다.


#오리 #가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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