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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Jul 16. 2021

맴맴맴맴

8년의 기다림

여보 저 소리 좀 들어봐요. 첫 매미 소리네

현관 쪽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던 아내가 살짝 들뜬 목소리로 고개를 돌리며 나를 부른다. 

얼른 노트북 영상의 소리를 줄이고 아내의 시선을 따라 귀를 기울이니 창밖으로 거칠지만 청량한 소리가 들려온다.

맴 맴 맴 맴

올여름 처음 듣는 매미소리, 본격적인 여름이 왔다고 알려주는 소리, 그간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소리, 

시끄럽지만 소란하지 않고 단조롭지만 지루하지 않은 '맴~맴~' 소리에 잠시 취해가고 있을 때 

아내가 매미에게 말했다.


반갑다. 8년 만에 올라왔구나, 그동안 고생 많았네 

그래, 너는 땅 속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디고 준비해서 뜨거운 여름 한 복판으로 올라왔구나. 열기 가득한 폭염 속에서 당당하게 너의 존재를 소리치고 있구나. 고생 끝에 또 고생하러 올라왔는지도 모르겠다만 고되고 짧기만 한 삶에서 당당하고 아름답게 노래하려무나. 곧 잊힐 너이지만 너 때문에 세상은 더 아름다워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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