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고래의 배 속으로 함께 끌려 들어간 이슬은 거대하고 어두운 내부를 조심스레 탐색하기 시작한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르며, 주변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검은색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 페트병들이 어지럽게 퍼져 있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굵은 낚시 바늘과 낚싯줄들이 뒤엉켜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고래의 뱃속 깊숙한 곳에 파고들어 고통스럽게 보였다.
고래가 운다.
슬픔에 가득 찬 고래의 울부짖는 소리가 뱃고동 소리처럼 낮고 길게 파도를 타고 바다를 가득 채운다. 고래의 울음은 바다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절규가 되어, 파도를 타고 멀리 퍼져 나가며 바다 전체를 슬픔으로 가득 채운다. 대왕고래의 울음이 바다에 울려 퍼지자, 멀리 떨어진 고래들이 그 울음에 동조하듯 일제히 울음소리로 화답한다. 그들의 울음은 서로를 위로하고 연결하는 바다의 고독한 노래가 된다. 바다 위에서는 인간의 기술이 만들어낸 인공 소음이 고래의 고막을 파고든다. 대형 선박의 엔진 소리와 음파 탐지기의 공격적인 울림은 바다의 평화를 깨트린다.
이 거대하고 신비로운 바다의 수호자들이 겪는 아픔은, 눈에 보이는 상처만이 아니라, 깊숙한 내면의 고통까지 이른다. 바다 깊은 곳에 버려진 낚시 바늘과 플라스틱 조각들은 그들의 육체를 찢고, 그 상처는 고통을 자극하지만 이보다 더 가혹한 것은, 인간의 기계가 만들어 내는 끊임없는 소음이다. 소음 오염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한때 바다의 군주로 군림하며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추던 고래들이 이제는 생존을 위해 인간을 피해 도망 다니기에 급급하다. 언제부터 노래를 잊은 고래는 더 이상 춤 추지 않는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고래는 한동안 시간이 정지한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결심한 듯 거대한 덩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방향을 틀어 소음의 진원지를 향해 나아갔다. 상선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소음의 크기는 점점 더 커져갔다. 고래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그의 마지막 질주가 절정에 이르렀다. 바다의 평온을 깨고, 모든 생명의 눈길을 끄는 그 순간, 무겁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상선이 방향을 잃고 크게 흔들렸다. 고래의 몸이 상선의 견고한 철판과 충돌하는 순간, 그 충격은 고래의 뼈와 살을 찢었다. 거대한 충격파가 주변 바다를 진동시키며, 그 공명은 마치 고통의 합창처럼 들렸다. 상선의 프로펠러는 불규칙하게 휘어지며, 마지막 소음과 함께 회전을 멈추었다.
찢어진 고래의 상처 사이로 붉은 피가 흘렀고, 마치 해가 지듯이 바다는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고래는 힘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갔다.. 언제 왔는지 돌고래들이 고래 주변을 맴돌며 서럽게 울부짖는다.
대왕 고래의 작은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흘러내린다. 고래의 눈물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온 이슬 또한 어둡고 깊은 바다로 가라 않는다.
느리게 뛰던 고래의 심장이 완전히 멈추었다. 바다의 심연에서, 한 고래의 삶이 저물어 간다. 이 거대한 생명체의 마지막 순간은 조용하지만, 바다는 그의 죽음 앞에서 경건한 침묵을 지킨다. 그 순간, 바다는 모든 생명이 하나로 어우러진 신성한 장소로 변모한다.
고래의 주변에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이 모여든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작은 물고기들이었다. 그들은 고래의 거대한 몸을 신성한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며, 그의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이어서, 큰 상어들도 조심스레 그의 곁을 지나가며, 평소라면 느낄 수 없는 조화와 존중의 기운을 바다에 퍼뜨린다.
장례의 순간, 바다거북들도 나타나 고개를 숙인다. 그들의 느린 움직임이 고래의 영혼을 위로하는 듯, 깊은 바닷속으로 그를 인도한다. 빛이 미치지 않는 바다의 깊은 곳에서는, 아직 본 적 없는 신비로운 생물들마저 고래의 장례에 참석하여 마지막을 함께한다.
완전한 어둠이 깊은 바다를 덮는다. 이곳에서는 빛이란, 심해의 생명들이 자아내는 형광색 불빛들뿐이다. 이 불빛들이 고래의 마지막 여정을 조명한다. 고래 주위를 에워싸며 반짝이는 이 형광색 불빛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기손톱보다 작은 해파리들에서 나온다. 그들의 작고 투명한 몸체 안의 필라멘트에서 빛이 반짝인다. 마치 하나의 생명체인 듯,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고래의 마지막 길을 안내한다.
고래의 몸은 천천히 바닷속 숨겨진 무덤으로 이끌린다. 그곳은 마치 전설 속 코끼리 무덤처럼, 고래의 거대한 머리뼈와 등뼈, 그리고 감춰진 어깨와 다섯 개의 손가락 뼈가 고스란히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신비로운 장소는 심해의 불빛들에 의해 비추어진다. 해저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심해 생물들은 조용히 나타나 고래의 몸통에 달라붙는다. 그들은 고래의 지방과 단백질을 해체하고, 이산화탄소까지 남김없이 분해하며,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이 과정은 비록 슬프지만, 신비롭고 아름답다. 고래의 육체는 서서히 사라져 가고, 순백의 뼈만이 남겨진다. 이 뼈들은 심해의 바닥에 조용히 누워, 다가올 수많은 세대의 바다 생물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피난처를 제공한다. 고래의 마지막은 애절함과 함께 심해의 영원한 기록으로 남는다.
해파리 떼들이 밝힌 불빛은 그의 영혼을 바다의 깊은 곳으로, 빛의 춤과 함께 영원히 평화로운 안식을 찾는 곳으로 이끈다. 고래의 영혼은 이제 자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