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몰카범이 되는 세계?

뇌 기술의 발전과 AI의 시대를 대비한 상상

by 일등박사

장면 1. 최면으로 찾아낸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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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도로.

어둠 속에서 달려온 차가 ‘쿵’ 하고 사람을 치고 사라졌다.

목격자는 있었지만…

“차 번호는 기억하시나요?”

“그… 회색 같은데요? 숫자는… 아마도… 0이 있던 것 같습니다… 아마요…”

수사관의 얼굴이 구겨진다.

아무래도 ‘아마’로는 검거가 어렵다.

결국 최면 전문가가 등장하고, 목격자의 뇌 속 기억을 시점 재생하듯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놀랍게도 흐릿했던 장면에서 번호판이 또렷하게 튀어나온다.

해당 번호판을 조회하니, 그 시점에 지나갔던 차가 맞음이 확인된다!


인간의 뇌는 사실, 생각보다 꽤 많은 걸 저장하고 있다.

단지 우리가 꺼내 쓰는 능력이… 좀 구린 것뿐이다.



장면 2. 지하철의 ‘뒤주머니 폰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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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는 이상한 사람이 많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화장실, 길거리 등 다양한 곳에서 촬영을 하다 적발된다.

현장에서 적발되면 끝이 아니다.

핸드폰 외에도 집의 PC나 클라우드를 분석하면,

엄청 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나오고 그것을 증거로 제판을 받고 벌을 받는다.

저장된 파일들이 가장 큰 증거이다.


장면 3. 그리고 등장한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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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인간의 ‘입력 오류’를 지켜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늘 그렇듯 지구에서 가장 하고 싶은 걸 그냥 해버리는 남자, 일론 머스크.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과 컴퓨터의 병목은 키보드다!”

그래서 그는 뇌에 칩을 꽂아버리기로 한다.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해 버리면

입력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질 것이다.

뇌 직결 USB-C 포트 시대의 시작.

(물론 방향은 오른쪽 귀 근처.)


장면 4. 뇌파로 그림을 복원하는 신기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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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신 연구 하나가 더해진다.

High-resolution Image Reconstruction from Human Brain Activity (Takagi et al., CVPR 2023)

이 연구는 사람이 실제로 본 장면을, 그 사람이 뇌에서 발생시키는 신호만 가지고

AI가 고해상도 이미지 파일로 복원해 낸다.

말 그대로 “뇌가 본 것을 PC가 그린다.”



기술이 인간을 투명하게 만드는 시대


이 장면들을 조합해 보면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리고 동시에 섬뜩하다.
뉴럴링크와 뇌 기반 영상 복원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내면은 점점 더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을 갖게 된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무의식의 기록’을 짊어진 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뉴럴링크가 대중화된 세계를 상상해 보자.
뇌가 인지한 장면이 자동으로 로그 형태로 저장되고, 그 기록이 적절한 장비와 기술을 통해 이미지로 복원되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기억의 한계를 이유로 어떤 순간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긍정적 차원에서는 길거리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뇌 속 이미지의 로그가 범인을 찾아주거나 나의 결배감을 증명해 준다.


다만 부정적 차원에서 보자면!

핸드폰은 주머니에 있고, 카메라를 켜거나 촬영 버튼을 누른 적도 없다.
그럼에도 인간의 본능은 아주 짧은 시간 특정 시선에 머물곤 한다.

그것은 의도적이 아닐 때도 많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시각 반응에 가깝다.

그러나 이 무의식적인 시선의 움직임마저 뇌-컴퓨터 로그에 남는다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이러한 기록이 수사나 검증의 목적으로 열람될 수 있다면, 인간의 '응시' 자체가 하나의 데이터가 된다.

그 데이터는 행위라기보다는 생리적 반응에 가까움에도, 기록은 기록대로 독립적인 존재감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어떤 시선은 설명 가능하겠지만, 어떤 순간은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으로 남을 수도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 인간은 더 정밀한 능력을 갖게 되는 동시에, 더욱 투명한 존재로 변한다.

뉴럴링크와 뇌 파형 복원 기술은 기억을 복원하고 장애를 돕는 등 사회적으로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생각을 빠르게 표현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인간의 활동 반경을 혁신적으로 확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발전은 ‘생각의 프라이버시’라는 마지막 경계선을 위협하기도 한다.

우리의 의도가 아닌 순간적인 인지조차 데이터가 되는 사회에서,

인간은 무엇을 근거로 자신의 내면을 설명하고 방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미래는 무엇일까.
범죄가 완벽히 추적되는 사회일까.
기억을 정확히 재생할 수 있는 세계일까.
혹은 뇌를 스쳐 지나간 모든 시선까지 기록되고 해석되는 감시적 환경일까.

기술은 결국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생각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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