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손절도 삶의 지혜
때로는 가장 효과적인 인간관계 관리법
여러분 누군가를 손절하거나, 누군가에게 손절을 당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40대 중반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사라졌네요. 아마 그렇게 사라진 인연들 중에, 저를 손절했던 사람들이 있겠고, 제가 알게 모르게 손절한 인연들도 있을 거예요. 또한 손절 없이 자연스레 유효기간이 끝난 관계나, 잠시 잠을 자고 있는 인연 (경영학에서는 dormant ties라고 부릅니다)들도 있겠죠.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가 좁아진다고들 하는데, 제가 점점 사회성이 떨어지고 독단적이 되는 걸까요? 손절을 하는 사람들은 인내심이 부족하고 정이 없는 사람들일까요?
아니요. 저는 손절이 큰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마음과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고, 의미 있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계발하는 것을 도와주는 큰 지혜 말이죠
다만 손절이 지혜가 되려면, 손절이 무엇인지, 또 어떤 기준에 따라서 손절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1. 손절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에 따르면, 손절(損切)은 “앞으로 주가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로 주식시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인간관계를 (갑자기) 끊는다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사람도 자본처럼 생각하는 용어라는 비판도 있지만, 저는 덜고 끊는다는 손절이 인간관계에도 잘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사전적 정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손절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를 깊게 생각해 보면, 인간관계를 맺고, 끊고, 혹은 놓아버리는 데 있어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결정을 해야 할지 통찰력을 얻게 됩니다.
2. 현명한 손절을 위한 액션 플랜
(1) 인간관계에서 손해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주식에서의 손절은, 금전적 손해가 (즉 주식을 구입했을 때의 가격보다 현재 주식의 가격보다 많이 낮아지는 상황) 기준이 됩니다.
인간관계에서 견디기 힘든 손해란 무엇일까요? 사회교환이론 (social exchange theory by John W. Thibaut and Harold H. Kelley)에 따르면 비스니스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친구 혹은 연인관계에서도 사람들은 주고받는 것이 균형을 이룰 때 만족하고, 주는 것에 비해서 받는 것이 부족할 때는 그 관계를 단절하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상호성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이성적인 행동이에요.
다만 친구 관계에서 주고받는 것은 금전이 아니라, 나눔 (sharing & openness), 도움과 지원 (support), 함께 하는 경험 (interaction), 긍정성 (positivity) 같은 우정의 요소들입니다. 따라서, 친구가 우정을 나누지 않을 때 손절을 생각해 보실 수 있겠어요 . 예를 들어서, 20년 지기 친구이지만, 만약 여러분만 일방적으로 상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상대는 사랑을 받기만 한다면 (혹은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 우정은 건강하지 않은 우정이고, 상대를 조용히 놓아주는 것을 생각해 볼 시점일 거예요. 하지만, 단순히 상대가 지루하다 혹은 상대의 조그만 결점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손절을 생각한다면 약간 조급한 것이겠죠.
(2) 어떻게 상황이 악화될지 예측할 수 있나요?
앞으로 손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이 될 때, 주식이든 사람이든 손절을 하게 됩니다. 복잡하고 엮인 주식시장에서는 과거의 주식 가격이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쉽습니다.
예를 들어서, 상당히 오랜 기간, 여러분의 절친이 남들에게 여러분 험담을 한다거나, 여러분의 도움을 갚지 않고, 매번 더 요구를 한다면, 그 절친은 내일도 비슷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큰 거죠. 그런 상황에서 손절을 고민하시는 것은, 여러분이 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시기 때문입니다. 다만 손절을 실행하시기 전에, 그 친구분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솔직한 대화를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만에 하나, 이 마지막 대화가 더 공고하고 진실된 우정의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상대가 나르시시즘 같은 병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면 마지막 대화를 생략하시고, 조용히 손절하세요. 이런 사람들은 남들을 착취하고, 공감능력도 부재하고, 우정 자체를 진실하게 쌓기 힘든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을 동정하는 것은 괜찮지만, 상대를 고치겠다는 마음으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3) 왜 손해를 감수하고 끊어야 하나요?
마지막으로 손절을 할 때 과거의 손해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그 관계를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상대에게서 받은 상처나, 일방적이었던 우정을 생각하면, 사실 화도 나고, 상대에게 따지고 싶고 이렇잖아요.
그런데 철학자 발타자 그라시안이 말했듯, 무관심이 최고의 복수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관계에서처럼, 법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 상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겠죠. 하지만 마음의 손해는 따진다고 해서, 상대가 물어주기도 힘들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인연에도 유효관계가 있어서 어떤 친구들과는 건강한 우정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가 끊어지거나 잠을 자게 될 때도 있고요.
Baltasar Gracian: There is no revenge like oblivion, for it is the entombment of the unworthy in the dust of their own nothingness.
손절을 옹호하는 글을 써지만, 그 과정이 참 쉽지 않다는 것 알고 있어요. 슬프기도 하고 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효하지 않은 관계를 비운만큼, 진정한 친구들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시간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배웠기에, 저는 이제 손절을 보다 편안하게 결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런던에서 신바람이박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