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09

13장 5일째 저녁

by 교관

409.


보는 마동과 보이는 마동의 다른 시간성이 한 곳에서 마주하고 있었지만 비현실적이지 않았다. 보이는 마동에게서는 죽음의 냄새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두려움의 공포에 한없이 쪼그라들어서 또 다른 자신은 너무나 보잘것없고 작아 보였다. 그 순간, 누군가 아니 여러 명의 어떤 존재들이 마동의 팔다리를 붙잡고 꼼짝 못 하게 했다. 마동은 고개를 돌려보니 해변의 목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자신의 팔과 다리를 붙들고 있었다. 마동은 목 없는 사람들에게 놓으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소리라는 곳이 공명에 지나지 않았다. 마동이 부르짖는 소리는 마동의 입 밖으로 나와서 소리라는 형태를 띠지 못하고 소멸했다. 마동은 그저 입만 벙긋 벙긋거렸고 목 없는 사람들이 마동의 사지를 강력하게 붙들고 있었다. 입에서 소리는 나오지 않은 채 팔다리를 목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주고 철길 위에서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기괴한 모습의 철탑 인간이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런 얼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철탑 인간은 쇠붙이 몸뚱이의 철탑 형태에서 악의에 가득한 징그러운 진액을 질질 흘리며 서 있었다. 괄태충이 은밀하게 꿈틀거리고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철탑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왔다가 흡수되었다. 철탑 인간의 얼굴은 마동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징그러움의 극한을 보여주었다. 마동은 철탑 인간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래 눈을 뜨었구만, 자 이제.” 철탑 인간은 마동의 눈앞에 칼날을 가져왔다. 철탑 인간의 손에 들린 칼날은 마동의 눈앞에서 펜치와 메스로 스르르 변하였다. 철탑 인간은 펜치가 제대로 된 형태를 띠고 있는지 이리저리 돌려보고 작동을 여러 번 해 본 후 다시 허리를 구부렸다.


“이봐, 워밍업이라는 게 있잖아. 자네의 동공을 도려내기 전에 고통이라는 게 어떤지 맛보기를 보여주겠네.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라는 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인간은 고통을 잘 참아내지 못하지. 여러 가지 고통 중에 치통은 참으로 아프지. 역시 단지 아프다는 말로 모자람이 있다네. 이제 자네의 치아를 뽑은 다음 치아 신경을 건드려볼 거네. 이건 말이지 나치가 오래전에 감행했던 고문의 한 방법이네. 그들은 알았던 거지. 인간의 고통 중에서 치통이야 말로 엄격하게 제일 심한 고통이라는 걸 말이야.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나. 그때에도 내가 가르쳐주었지. 실험의 용도가 아니라네. 고문이었지 고문.”


철탑 인간은 마동을 입을 벌렸다. 철탑 인간이 벌린 게 아니라 다른 어떤 힘에 의해서 마동의 입이 벌어졌다. 마동은 힘을 주어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마동의 입을 벌리는 힘은 굴삭기와 맞먹었다. 발버둥을 치고 몸을 비틀어 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입은 그대로 벌어졌다. 입이 벌어지고 나니 마동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심장이 불판 위에서 팝콘처럼 크게 부풀어 올라 엄청나게 뛰었다.


“아플 거야, 하지만 말이야, 고통이라는 걸 느끼는 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것이라네. 그 편이 낫다네.” 철탑 인간이 쇳가루와 진액을 흘리며 말했다. 입은 물론이고 팔다리와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었다. 벌린 입으로는 침이 계속 새어 나왔다. 철탑 인간은 펜치를 마동의 벌어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운 금속의 성질이 치아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소름이 돋았다. 마동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그때 ‘뻑’하는 느낌이 들더니 철탑 인간은 치아 하나를 뽑아내어 마동의 눈앞에 들이댔다. 긴장이 극도로 달아올라 있어서 그런지 아프다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마치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한 것처럼 이를 뽑아내는 느낌이 마동의 머리에 전달되지 않았다. 치아가 빠져나간 결손 된 자리의 공백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혀가 따뜻했다. 피는 침과 함께 새어 나와 턱밑으로 흘러내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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