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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2. 2022

하루키의 고양이 씻기기

하루키 에세이

고양이 씻기기.


에세이에서 소개하지 않은, 라디오 방송에서 하루키 씨가 소개하는 에세이입니다. 그러니까 육성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청취자들에게 하는 말이라 높임말을 사용하지만 여기서는 책자의 에세이처럼 ‘그렇다’로 하겠습니다. 좀 더 나은 번역은 파인딩 하루키 사이트를 보시거나 원서로 읽고 싶으면 분들은 제 프로필의 링크를(이건 인스타그램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 들어가서 보시면 됩니다.


고양이 씻기기 – 하루키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오늘은 [무라카미의 세상 이야기] 라고 하는 것으로, 이것저것 잡담을 합니다. 도움이 된다든가, 뭔가 교훈이 담겨 있다든가, 그런 훌륭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뭐 고양이 머리라도 어루만지면서 적당히 예, 예 하고 넘어가 주세요. (네코아먀) 야옹. 그 틈틈히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겠습니다. 일요일 해질녘 편하게 들어주세요.


집에서 뭔가를 작업하고 있을 때 집으로 세일즈에 관한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대체로 집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그런 전화는 굉장히 곤란하다. 그런데 “지금 바쁘니까”라고 말하면서 쨍그랑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도 기분이 찝찝하고 상대방에게 나쁜 것 같아서, 그동안은 “지금 요리를 좀 하고 있는 중이라 손을 못 떼서 죄송합니다”라거나 적당한 이유를 꾸며내서 거절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럼, 요리는 언제쯤 끝납니까?” 같은 끈질긴 사람도 있어서 이 방법 역시 곤란할 때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죄송합니다, 지금 고양이를 씻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을 뗄 수가 없군요.”라고 거절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을 하면 상대방은 의표를 찔리고 바로 전화를 끊어준다. “그럼 언제 그 고양이를 씻기는 것이 끝나는 거죠?”라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고양이도 전부 제각각이고 고양이 나름이라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군요. 고양이를 실제로 씻겨 본 적은 있습니까? 고양이는 대체로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상당히 저항합니다. 고양이를 씻긴 다는 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목욕을 하면 일단은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무라카미 라디오 https://www.bilibili.com/video/BV13q4y1N7mK/?spm_id_from=333.788.recommend_more_vide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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