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큐팔사
두 개의 달이 떴다. 차갑게 타오르는 분노가 아니었다. 엷은 색감의 비애 같은 모습으로 또 하나의 달이 옆에 수줍게 떴다. 이쪽 세계에서 두 개의 달이 뜬 것이다. 달은 말한다. 희망 없는 인간이 계속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그리하여 인간은 무엇으로부터 희망을 부여받고, 그것을 연료로, 목적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두 개의 달은 조명에도, 소음에도, 오염된 공기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성실하게 저기, 저곳에 떠 있다. 순수한 고독과 고요함이 미웠던지 또 하나의 달을 세상에 내놓았다. 덴고처럼 기억 속으로 파고든다.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시련이 있다. 단지 희망은 수가 적고 대부분 추상적이지만,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많고 대부분 구체적이지, 아오마메의 의식을 빌려 다마루의 말을 떠올렸다.
덴고와 아오마메가 동시에 달을 쳐다볼 때 두 사람의 주위에는 몇 가지의 공백이 남아 있듯 저 두 개의 달을 쳐다보는 주위에도 여러 개의 공백이 틈입했다.
지금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시간이 축소되고 또 축소된다. 두 개의 달이 떠 오른 밤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의지에 조종당하지 않을 것이다. 두 개의 달이 떠 오른 세상에서.
본격적으로 덴고가 공기 번데기를 다시 고쳐 씀으로 해서 두 개의 달이 뜬 세계로 들어가려 한다. 그 세계에서 덴고는 그토록 바라던 아오마메와 해후한다. 두 개의 달은 크기도 모양도 조금 다르다. 아마 덴고와 아오마메, 1984와 1Q84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검색을 하다 보니 가수 '카코포니'가 '두 개의 달'이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부른다. 가사를 보니 그와 그녀가 등장해 몽환적인 이 세계에 두렵지만 한 발을 내디딘다는 내용으로 꼭 덴고와 아오마메를 보는 것 같다. 노래도 멋지게 부른다. https://youtu.be/BOAfNIOm6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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