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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2. 2022

응답하라 1988 - 7회, 그대에게

아버지와 나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 내지는 그 목적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집이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이기에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집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또 인간이다. 인간이란 그래서 참 알 수 없다. 집에 10일만 있으라고 하면 지겹고 심심하기만 하다. 좀이 쑤셔 미칠 것만 같다. 아무리 집이 좋아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나는 아직 코로나에 걸려보지 않았지만 일단 걸리면 집에서 격리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지겨움을 겪었다.


집이란 악착같이 들어가고 싶은 곳인 동시에 어떻게든 떠나고 싶은 곳이기도 한, 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장소이다. 그래서 어딘가 여행을 갈 때에는 집으로 간다. 여기서 말하는 집이란 도착지의 숙소가 집에 가까운 형태를 띤 장소를 말한다. 호텔이나 모텔 같은 박스형 숙소에서 벗어난 곳을 찾아서 간다. 내가 지내는 집처럼 생긴 구조물에서 숙박을 하려고 애를 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집이 또 그리워지고 집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의 그 느낌과 그 기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집이란 그런 곳이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면 그런 집이 잘 나온다. 오래 전의 가구와 벽지, 그리고 소파. 밥상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 그리고 티브이. 작은 티브이 앞에 모여 앉아서 보는 아이들. 응답하라 1988, 7회에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크리스마스에 들떠있는 진주에게 진지하게 말하는 성보라. 산타 할아버지는 없어.  말은 들은 진주는 6 인생 전반에  좌절을 맛본다. 반상회에 모인 골목 어른들은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눈사람을 갖고 싶다는 진주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모두가 의견을 내고 머리를 맞댄다.


철없는 정봉이의 마니또 게임에 골목의 전사들이 모여들고, 전부 투덜거리지만 자신의 마니또에게 선물을 준비하려고 한다. 덕선이는 자신의 마니또는 정환이나 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핑크 핑크 털장갑을 선물로 받고 싶어 한다.


택이는 크리스마스가 아버지의 생일이라 덕선에게 전화로 선물 뭘로 사면 좋을까 물어보고 덕선이는 핑크 핑크 털장갑이라 대답한다. 택이 아버지는 인터뷰를 하면서 택이에 대해서 대답을 잘하지 못해 슬퍼한다.


엄마 없이 크게 한 택이에게 미안한 아버지는 자신은 쓸데없는 인간이라 자책한다. 우리 택이도 다른 애들처럼 사랑도 많이 받고 철마다 깨끗한 옷 입히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아프면은 엄마가 꼭 안아주고,,, 하필이면 아빠가 살아가지고,,


한편 덕선은 민옥과 자현이와 함께 압구정 햄버거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모두가 커플인데 여자들끼리만 있어서 정환을 부르는데 절대 안 올 거라 여겼단 정환이 오고, 정환은 덕선이의 식탐을 나무라며 한 번에 많이 주문하지 말고 다 먹고 또 주문하라고 한다. 집까지 같이 온 덕선이는 정환에게 야, 개정팔, 너 내 마니또지? 아닌데 왜 나에게 잘해줘? 정환은 덕선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요 머리로 잘 생각해 보라고 한다.


택이를 기다리던 덕선은 그대로 집으로 가는 택이에게 최택, 장갑은?라고 묻자, 택이는 고마워, 덕분에 잘 골랐어, 아빠가 좋아하실 것 같애.라고 한다. 그렇다, 사랑은 늘 한 방향이었다. 이거다 싶으면 마음은 저기에 가 있고 저길 가면 저 위로 가버리고 마는 사랑.


핑크 털장갑을 받은 택이 아버지는 당황하지만 무뚝뚝한 아들 택이가 이 장갑을 골랐을 마음을 생각하며 택이를 끌어안는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 넥스트. 아버지와 나 파트 1


봉황당은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택이도 자신을 닮을까, 그런 무뚝뚝한 인간이 될까 봐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크리스마스에 핑크 핑크 장갑을 받은 덕선이는 택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소리를 지르고 좋아한다. 그거 정환이 형이 준거야. 누나 크리스마스 선물이래. 그 형 미쳤나 봐.


박 기자로부터 아버지 인터뷰 영상을 받은 택이는 기원에서 틀어본다. 그 무뚝뚝하고 말이 없던 아버지가 수줍게 입을 연다. 사랑해, 아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사랑한다면 지금 말해야 한다. 숨 가쁘게만 살아가는 이 순간들이 아쉬움으로 변하기 전에 말해야 한다. 어쩜 시간이 남기는 가장 큰 선물은 사랑했던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고백해야 한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네, 이번에는 맨 마지막 참가팀, 참가번호 16번 서울 대표 그룹사운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https://youtu.be/TPoDCVSK1wA


집은 내 아버지의 등이자 엄마의 품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되면 비록 떠나야 하지만 돌아오면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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