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이네
잠이 들면 거의 매일 꿈을 꾸는 편이라 깊게 푹 잠들지 못하고 새벽에 한두 번은 꼭 깬다. 어떤 날은 멍청한 얼굴로 폰이 있으니까 꿨던 꿈의 내용을 메모해 놓고 다시 잠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오후의 한 시점이 되면 수마가 몰려와 뇌를 덮치려고 마수를 펼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때 해일처럼 몰려오는 수마는 피할 수 없어 깜빡 졸다가 또 어느 순간 내가 놀라서 발딱 일어나다 책상에 무릎을 박을 때도 있다.
그런데 한 두 달간은 잠들어도 꿈을 꾸지 않았다. 꿈을 꾸지 않아서 푹 잤는데, 또 괜히 섭섭하기도 했다. 꿈을 꾸면 비슷한 꿈을 자주 꾼다. 비슷한 도로에 비슷한 차에, 그리고 비슷한 행동으로 비슷하게 놀라면서 깬다. 분명 자동차를 몰고 붕 라며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순간 보면 나는 길거리에 서 있고 자동차는 혼자 도로를 달리고 있다. 나의 손에는 조이스틱 같은 것이 들려 있고 조이스틱으로 자동차를 조종하지면 내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동차는 굉음을 내며 빠른 속력으로 달려 뒤집히거나 가드레일을 들이받는다. 그러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는데 사라진 곳에 가면 다른 자동차를 처박은 다음 멈춰있다. 그다음부터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대역죄인처럼 차주에게 가는데 옆에 뜨거운 물에 덴 사람이 누워서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다. 그 옆에 쪼그리고 앉은 여자는 속옷을 입지 않았다. 나는 빨리 차주에게 가야 하는데 속옷만 입은 여자 때문에 가지고 못하고 계속 그 앞에 서 있다. 여자는 일어나서 나를 데리고 차주에게 나를 데리고 갔다. 그곳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로 차가 저기에서 수영을 하고 있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누가? 여자가. 여자는 갑자기 매기로 변하면서 물에 뛰어들고 나는 뜰채를 주웠다,,,,, 대충 이런 제길 같은 내용이 꿈으로 나타난다.
그러다가 요 며칠 집중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개판인 꿈이다. 렌터카 회사에서 아반떼를 빌렸는데 가니까 벤츠를 대여해 주었다. 아반떼가 아직 안 들어와서 죄송하다면서 벤츠를 타고 가라는 것이다. 투덜투덜거렸지만 벤츠를 몰고 붕 나왔다. 야호. 네비가 켜졌는데 아스카 키라라가 나와서 자두를 먹었다. 아이코 이런 횡재가. 그만 화면에 집중하느라 차를 박고 말았다. 벤츠의 앞 엠블러가 빌 머레이 얼굴처럼 찌그러졌다. 큰일이군. 경찰이 왔다. 그런데 네비 화면에 아스카 키라라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자두를 다 먹은 아스카 키라라는 옷을,,, 경찰에게 들키면 안 되는데, 하며 꿈에서 깨어났다.
꿈은 구멍 뚫린 필름과 비슷하다. 꿈은 늘 희뿌옇고 항상 안개 같다. 꿈속의 세계 역시 시선 그 너머의 세계라서 그런지 희뿌옇다. 꿈에서 깨어나면 까맣게 잊게 된다. 꿈속에서 선명한 풍경이 꿈이 산산조각이 나버리면 희미해져 버리고 희미함은 희뿌옇게 변하게 된다.
꿈이 산산조각 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눈을 뜨고 나면 희미하고 희뿌옇던 꿈은 조각난 메타포어가 되어 이리저리 흩날리다가 결국에는 빛으로 변하고 만다. 눈에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잡히지 않는 물질. 그러다가 눈으로 보이는 빛조차도 그저 이 세계에 속한 하나의 꿈처럼 느껴진다. 꿈이라는 단어는 친근하지만 적당히 생소하다. 어떠한 형태를 뜻하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그 형태를 말하려고 하면 여지없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국밥집 첫째 아들도 이렇게 시작해서 재벌집 막내 아들내미가 된 거 아니야?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The Rubettes의 Sugar Baby Love https://youtu.be/HxsNy4NoZ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