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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6. 2023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한 번 더 읽었다. 여러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다 잊어버리는 하얀 도화지 같은 내 머리. 제목은 넷킹 콜의 노래 south of the border에서 따왔다. 넷킹 콜이 부르는 노래는 60년대의 멕시코를 말한다. 에드 시런이 카밀라 카베요와 함께 부른 south of the border도 있다.


주인공인 어린 하지메와 어린 시마모토는 시마모토의 집에서 레코드로 음악을 들었다. 시마모토의 긴 손가락이 소파에 앉은 그녀의 치마의 격자무늬를 천천히 더듬는 것을 멍하게 보던 하지메와 기묘한 기류가 흐르려고 할 때 난데없이 저 멀리서(왜 저 멀리서 들려왔을까) 넷킹 콜의 south of the border, 즉 국경의 남쪽이 들렸다. 넷킹 콜의 버전보다 프랭크 시나트라 버전이 더 나은데 이 소설을 읽을 때에는 넷킹 콜을 듣자.


스파이더맨, 서태지, 에릭 사티, 존 레넌, 커트 코베인, 에밀리 디킨슨, 라이너 마리아 릴케, 헤르만 헤세, 카프카, 그리고 하루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이 이름들을 가진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외톨이라는 것.


외톨이는 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타고나서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헤세는 고독한 사람에게서 문화가 탄생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독자적인 삶이나 독자적인 사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일생 동안 군중의 일원으로 살고 행동한다는 것, 이런 사실을 그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중략)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다릅니다. 개별자로서의 개성과 삶을 소명으로 여기고 감당할 능력이 있는 소수에 속하며, 군중과 달리 섬세한 감각과 뛰어난 사고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더 자세하게, 더 예민하게, 더 풍부하게 뉘앙스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형태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의 창작을 위해 잠을 뒤로한 이들을 무려 헤르만 헤세가 응원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군중과는 다른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사고력을 지니고 있으니 더 풍부하게 많은 것을 느껴 보도록 하자.


왜냐하면 소수의 외톨이에게서 문화는 탄생하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하루키 #村上春樹#むらかみ#はるき#MurakamiHaruki#south_of_the_border_West_of_the_Sun #국경의남쪽_태양의서쪽 #國境の南_太陽の西



넷킹 콜의 국경의 남쪽 https://youtu.be/gDpTxrj3Fps

NELSON GONÇALVES


프랭크 시나트라 버전도 한 번 들어볼까https://youtu.be/9HFdJlFPFsw

catman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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