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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8. 2023

변진섭 어디까지 들어봤니

변진섭 2집

남자는 역시 핑크라고 카세트테이프에 박힌 나사가 아주 멋들어지게 보인다. 꼭 골든라이탄처럼 벌떡 일어나서 변신할 것만 같다. 미니카라면 트랜스포머 정도가 되겠지만 라이터나 카세트 같은 경우는 골든 라이탄에 가깝다. 뭔 소린지 모르겠는 사람은 그냥 패스.


나에게는 오래된 미니카도 있다
이 안에 변신하는 미니카도 한 대 있음

변진섭 앨범 중에 변진섭 2집이 제일 좋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좋은 노래가 없다. 변진섭은 정말 힘 안 들이고 아주 편안하게 고음과 바이브레이션을 낸다. 얼굴의 표정이 그대로, 주욱 이어지면서 저 높은 곳을 향해 목소리가 올라간다.


87년 MBC 신인가요제 1회 출신으로 은상을 타며 가수로 데뷔한 변진섭은 1집의 성공 이후 2집마저 1집처럼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으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황태자의 자리를 지키려는 찰나, 그만 신승훈이 나타나서 그 엄청난 인기를 독차지하는 걸 막는다.


변진섭과 신승훈은 상업적 광고 같은 걸 하지 않으며 노래를 불러서 어쩌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인기가 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티스트는 그냥 가수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요프로그램에 나타나지 않아도 변진섭이 부르는 노래는 늘 1, 2등을 다투었다. 그래서 거만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변진섭 하면 최진실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최진실은 섭섭이 오빠와 결혼할 계획이 있다고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웠다. 최진실이 무명이었을 때부터 알고 지내며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 바빠지고 나서는 뭐 그렇게 연락이 뜸해지면서 소원해졌다고 하는데... 변진섭은 최진실의 사망소식을 듣고 빈소에 와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여러 방송 카메라에 찍힌 모습이 생각난다.


요즘 변진섭의 큰아들이 아티스트 스위밍 선수를 하고 있어서 가끔 티브이에 나온다. 큰아들의 얼굴은 변진섭의 얼굴을 떼서 갖다 붙여 놓은 것 같다. 아주 닮았다. 변진섭이 막 그렇게 또 잘생긴 건 아니니까 아빠 얼굴 닮았다고 하면.


큰아들이 아티스트 스위밍 선수를 할 수 있었던 아무래도 변진섭의 아내의 영향이 컸지 않았을까 싶다. 아내가 아티스트 스위밍 국가대표였고 또 90년대 중반에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부분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유전자가 큰아들에게 물려 간 것 같다. 유전자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어떤 결계 같은 것이 있다.


이 앨범의 ‘숙녀에게’는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 2에서 다 같이 부르면서 한 번 더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었다. 노래가 너무 좋은 거 아니니.https://youtu.be/RfxidoaCGH0

MBCentertainment 아 박명수 왜 그냥 웃긴거니


변진섭 팬들은 앨범 속 모든 노래들을 몽땅 좋아하겠지만, 아니 꼭 팬이 아니더라도 이 앨범 속의 노래들은 전부 듣기 편안하니 좋다. 아무튼 이 앨범을 통해 노영심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둘리 남매를 보는 듯한 닮은 두 사람이 청바지가 잘 어울린다며 ‘희망사항’을 부르면서 노영심은 변진섭을 닮은 얼굴로 티브이에서 많이 나왔다. 작년 겨울,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옛날 티브이를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보다가 노영심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이영애도 같이 나왔는데 노영심이 이영애에게 언니언니 하는 것이다. 이영애는 아니 왜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저를 언니라고 부르냐니까, 그럼 예쁜데 언니라고 불러야지 흥, 같은 뉘앙스로 똑 쏘면서 말했다. 노영심이 진행을 하는 음악회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노영심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노영심의 음악이 가장 돋보였던 건 개인적으로 드라마 ‘연애시대’의 음악이었다. 만약 연애시대에서 음악이 빠지거나 다른 음악가가 했다면 은호와 동진의 그 이상하고 이상한 연애에 몰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애시대는 너무나 재미있었던 드라마로 나는 그 드라마가 나오기 훨씬 전에 일본판 원작 소설을 읽었다. 거기에 주인공 하루와 신이치로보다 드라마의 동진과 은호가 더 좋았던, 원작을 뛰어넘은 건 아마도 처음이었지 싶다.


그런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니 연애시대 감독이 한지승 감독으로 노영심 남편이었다. 그리고 노영심이 드라마 음악을 했다. 그런 두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라마에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드라마 제작이 열약한 환경인데 이미 시나리오가 7, 80%가 나와 있어서, 쪽대본으로 하루하루 쳐대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재미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런 노영심 부부도 후에 이혼을 했다. 고로 남녀관계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 앨범에서 딱 한 곡을 골라라면 ‘이별을 받아드리리’로 하겠다.



https://youtu.be/SZ4CT7-23eY

Shinbeom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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