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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9. 2023

전복을 먹다가

일상적인 생각



전복을 먹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오늘 이전처럼 그냥 아무렇지 않게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는 이 전복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매일 새로운 일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반기는데 새로운 일들이 호러블 한 일들뿐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수월하게 방류하게 되었을까. 나는 물고기 회보다 전복이나 멍게를 아주 좋아하는데 오늘 이전처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내내 사로잡혔다.


아이들은 김도 아주 잘 먹는데 이제 김밥도, 김도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을까. 5일 전에는 코로나 때 지원했던 지원금을 환수하는 방법을 모색한다고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세수부족에 소상공인을 잡기로 한 모양이다.


여기는 바닷가라 바닷가에 적을 두고 먹고사는 사람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떻게든 생선은 먹어야겠지만 지금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말을 하면 가짜뉴스라고 하려나. 이 정도는 괜찮잖아.


미국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너무 조용한 것 같다. 어? 뭐지? 할 정도로 그냥저냥 막 넘어가는 것 같다. 피프티 사태와 주호민 사태는 그만 듣고 싶어! 할 정도로 시끌시끌한데 동해 표기 문제는 고요의 바다와 같다. 적막하게 그대로 흘러가는 기분이다. 홍범도 흉상 철거 문제도 그렇고 매일 새로운 일들이 아침에 눈 뜨면 일어나고 있다.


사실 저들이 부럽다. 요즘 얼마나 좋을까. 원하는 대로 되니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행복하고 또 행복하고 매일이 행복한 하루일 것이다. 예쁘게 차려입고 환호하는 곳만 다니며 멋있게 사진 찍히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얼마나 신날까. 사소한 부분에 신경 쓰며 나를 가장 멋지게 보일 수 있게 주위 사람들이 받쳐주는 삶을 살고 있으니 요즘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수를 왕창 걷어 권력자들이 살기 좋아지면 일반 국민은 힘들어진다. 끈 하나 겨우 붙잡고 있는데 살기 힘들어지면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유가 없거나, 또는 그저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빛이 싫다, 쳐다본다는 이유로 사람을 공격하게 된다. 내가 당하지 않아서 아직 안전하군, 하고 생각하지만 만약 피해자가 내가 되었다면 세상이 지옥처럼 보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집에 문 밑으로 주사기를 통해 화학테러를 하여 그 집의 아내, 생후 10개월의 딸이 두통과 매스꺼움, 호흡곤란, 구토 증상을 보였다. 너무 무서운 일이다. 이웃이 이런 테러를 한다는 것이.


며칠 전에는 통닭을 포장해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매장 안에 혼자 온 한 아버님 손님이 닭과 맥주를 마시며 트림을 너무나 크게 꺼어억하는 거였다. 정말 듣기 싫었다. 나야 포장해서 나가면 그만이지만 매장에 앉아서 닭을 먹는 손님 중에 성질이 더러운 사람이 있었다면 바로 욕이 날아갈 정도로 큰 소리로 트림을 몇 번씩 하면서 먹었다. 어째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했고, 혼자서 뭔가 말을 하는 걸 보니 세상에 불만이 많아 보였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뭐랄까 약자에게 칼날의 방향을 겨누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킬러라고 불리는 유투버가 있는데 이 유튜버가 장사하는 곳에 앉아서 방송을 켜고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기 위해 엄청난 짓을 저지르며 장사하는 사람들을 몰락의 길로 빠지게 만들었다. 신고한 경찰이 왔음에도 방송으로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경찰과 언쟁을 벌이며 자극적인 방송을 했다. 심지어 동물을 학대하는 모습도 방송하고, 식당에서 옷을 벗거나 음식을 집어던지는 일들을 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형사 처벌의 기록이 없고 조현병으로 인해 징역 4년밖에 선고하지 않았다.


이런 악질적인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당하는 사람들은 그저 하루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나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는 가지 않는다. 당하고 죽는 사람들은 평범한 약자들 뿐이다. 배상훈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들의 범죄를 딱 집어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서 죽은 사람들만 너무나 그저 불쌍할 뿐이라고 한다. 도심지에 장갑차를 배치해 봐야 폭염이라 그 안에 경찰들이 들어가 앉아 있을 수도 없고 그저 보여주기 식이라 예비 범죄자들이 직접 장갑차 앞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며 사람들과 공유하며 재미있어할 뿐이다.


전복을 먹다가.



오늘의 선곡은 스웨이드의 뷰티풀 원스 https://youtu.be/xqovGKdgAXY?si=hXXvOVy15ACfLlJ1

Suede 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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