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하루키 에세이 - 고양이를 버리다
이 에세이는 일본의 문예춘추 문예지에 실린 후 한국에는 조금 늦게 나왔다. 한국출판이 되기 전 심야북카페에서 번역해서 낭독을 했다.
이 낭독 버전이 한국 출판물보다 더 좋다. 처음부터 좀 다르게 진행되지만(한국 출판물에는 여러 부분을 드러냈다) 내용은 같다. 좀 덜 다듬어진 것 같은데 에세이라 그게 더 좋다.
무엇보다 배경음이 있고, 낭독하는 이의 음색이 호소력이 짙다. 하루키의 아버지 이야기가 마냥 유쾌하지 만은 않아서 낮게 깔리는 낭독자의 목소리가 무척 어울린다.
특히 난징학살 중 중국인 군인을 참수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부분은 처절하기만 하다. 사람의 목이라는 게 단단하게 몸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근육과 피와 살로 붙어 있기에 물리적인 힘으로 간단하게 떨어져 나가는데 그걸 담담하게 그리고 몹시 사실적으로 떠올리는 하루키 아버지의 모습을 낭독한다.
하루키는 아버지의 그 끔찍한 경험, 아버지의 회상 즉 머리가 잘려 나가는 그 끔찍한 광경이 피를 나눈 아들의 의사체험으로 부분적으로 물려받았다. 유전자는 그런 것이다. 유전자는 피를 통해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의식을 통해서도 이어져 있다.
유전자라는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의 형태가 달라져도 유전자 즉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 끔찍한 전경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침묵을 선택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전쟁의 공포를 잊지 못하지만 잊어야 하는 아버지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루키 역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전쟁의 끔찍한 전경을 이어받았지만 당시 하루키 역시 지켜야 할 아내, 가족이 있었다.
그런 아버지와 하루키를 이어준 건 나무 위에서 울먹이던 어린 고양이었다.
https://youtu.be/HRNqhItHGLI?si=0T-Nv5wZkUCC14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