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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건 당국은 이후 블라디미르 상병에 대해서 조사와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풍선 같았으며 약한 외부의 충격에도 몸은 쉽게 망가져 죽음으로 갈 수 있었다. 이런 상태로 살아있다는 것이 미국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연구에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믿었다. 세계에서 제일 강대국으로 설 수 있는 기반은 정보에 있었다. 정보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방대한 정보는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길이다. 정보수집이 그 일순위에 있었고 미국은 늘 한 발 빼앗기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상병의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보안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안이 흐트러져 러시아군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국가적으로 난처해질 뿐만 아니라 전쟁의 물꼬를 터는 계기가 될지도 몰랐다. 블라디미르 체르마니노프는 살아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았다.
심장은 아주 느리게 뛰고 있었지만 뇌는 죽어있었다. 신체의 변화를 연구하려고 해도 몸이 불어서 물컹물컹하여 호수나 링거의 주삿바늘을 꽂을 수 없었다. 몸은 거대한 물 풍선 인간을 보는 것처럼 불어있었지만 체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댐의 물은 빠지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상병 역시 왓킨스처럼 몸의 털이 다 빠져나가 있었고 손톱이나 발톱도 원래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미국 최고의 생리학박사들과 병리학, 뇌 전문의들이 모여서 블라디미르에 대해서 관찰을 했지만 전혀 보고된 바가 없는 모습의 뇌사상태라 진전은 거의 없었다.
미군의 군사서류 A1034584의 c-8에 블라디미르의 체르마니노프에 관한 기록일지가 대 시간마다 작성이 되었다. 텍사스 주 보안당국의 연구실 벙커 안의 침상에 누워 있는 블라디미르 상병은 한 시간마다 침대 위의 시트를 갈아야 했다. 이전 텍사스에서 왓킨스와 비슷한 증상의 사람 세 명을 연구한 곳도 블라디미르 상병이 누워있는 벙커 안의 연구실이었다. 군사서류 A1024908의 a-8, a-6에는 텍사스에서 연구한 왓킨스와 비슷한 증상의 연구일지가 개제 되어 있었다.
블라디미르 체르마니노프는 정확하게 시트를 갈아치운 뒤 55분이면 몸에서 땀 같은 물이 흘러나와 침상의 시트를 모두 적셨다. 블라디미르 상병의 입안으로 호수를 밀어 넣어 물과 영양분을 공급했는데 그 양이 실로 엄청났다. 블라디미르는 자의로 링거 병 안의 액체를 빨아 마시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링거 병의 액체는 동이 나있었다. 한번 공급받는 링거의 수액은 5명이 한 끼를 먹는 양과 흡사했다. 블라디미르는 뇌사상태임에도 몸에서 액체를 뱉어냈고 링거 병의 액체를 빨아들였다.
2008년 마지막 달,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벙커 속의 연구원들과 군인들은 크리스마스이브라 긴장을 풀고 고요하게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기념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연구실의 연구도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에는 중단을 하고 시간마다 체크하는 감시체재 만으로 시스템을 돌리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상병의 침상 시트는 55분마다 갈아 주었고 그 역할은 연구원 중 두 명의 박사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 한 명은 피부색소학박사인 노라였고 또 한 명은 호흡기관전문의 마이어스였다. 두 사람은 한 조였고 블라디미르의 연구에 착수하는 전문가들 중에 각 분야를 맡고 있는 최고 의학박사들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두 사람은 블라디미르 상병의 몸의 변화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블라디미르의 연구가 인간이 지니는 병마에 대해서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믿으며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미국군부의 연구목적을 노라와 마이어스는 알지 못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고 자정을 넘어가면서 그들은 블라디미르의 침대시트를 갈아주려고 연구실로 돌아갔다. 텍사스 주 북쪽 하늘에서 자줏빛의 큰 마른번개가 한 차례 떨어졌고 노라와 마이어스가 블라디미르가 누워있는 연구실로 들어가려고 유리문을 열려고 하는데, 모아이의 입처럼 굳건하게 닫혀서 열리지 않았다. 노라는 되돌아서 열쇠를 가지러 갔다. 문은 비밀번호를 누르면 열리는 도어시스템이었고 이 비밀번호는 매일 바뀌었으며 들어갈 수 있는 연구진에게만 알려진 번호였다.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빨간불이 들어왔다. 연구를 하는 벙커 안에서 빨간색은 좋지 못했다.
노라가 고요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밤에 열쇠를 가지러 간 사이 마이어스는 유리벽안의 블라디미르 상병이 누워있는 침상에서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몸을 움직인다고는 하지만 그저 침대가 달그락 거릴 뿐이었다. 침대는 간질환자가 증상을 보이는 것처럼 덜덜 거리며 움직였다. 마이어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유리문에 붙어 있는 것밖에 없었다. 블라디미르의 몸이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 마이어스의 육안으로 들어왔다. 블라디미르의 몸에서 물이 조금씩 빠져나오면서 침대가 흔들거렸고 블라디미르의 몸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대로 뒀다간 블라디미르의 몸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와 그는 가죽만 남은 인간으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마이어스는 노라를 힘껏 불렀다. 블라디미르의 몸에서 많은 양의 물이 빠져나와 연구실의 침대 밑바닥에 흥건하게 고이기 시작했다. 마이어스는 노라를 더 큰소리로 불렀다. 마이어스는 유리문의 손잡이를 잡고 다시 한번 비밀번호를 누르며 문의 손잡이를 세차게 돌렸다. 마이어스가 문을 열려고 문에 붙어서 노력을 하는 동안 블라디미르의 몸은 점점 쪼그라들어가고 있었다. 마이어스는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구둣발로 차기도 했다.
마이어스는 블라디미르의 호흡기관을 연구하고 싶었다. 어떠한 경로로 인해서 블라디미르의 허파에는 허파꽈리 공간에 있어야 할 폐포모세혈관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블라디미르의 뇌사상태가 유지되는 동안 호흡기관의 장기가 이상하더라도 그는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었다. 마이어스는 블라디미르를 통해서 호흡기관을 심도 있게 연구하여 인간의 수많은 비밀 중에 하나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발견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