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이팟 클래식 1

단편소설

by 교관

줄거리 및 작품소개: 요즘에도 아이팟 클래식을 고집하고 좋아하는 그녀 역시 관념적으로도 아이팟 클래식을 닮았다. 그런 그녀가 아이팟 클래식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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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팟 클래식으로 음악을 듣는 그녀는 나의 여자 친구다. 그녀는 160기가의 아이팟 클래식을 가지고 다니며 노래만도 120기가나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여자 친구는 그 기기를 들고 다녔다. 하나씩, 차곡차곡 음악을 아이팟 클래식 안에 집어넣어서 120기가를 만들었다.


알려지지 않은 언더그라운드의 노래와 모던 락, 클래식이 엄청났다. 제3세계 국가의 음악도 상당하게 들어있었다. ‘리시달’이라든가 ‘조르주 가르비앙’ 같은 이탈리아 가수나 포르투갈, 콜롬비아의 가수들 노래와 쿠바의 재즈와 노르웨이의 음악도 들어있었다.


그녀는 소설 교코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교코는 어린 시절에 자신에게 쿠바의 춤을 가르쳐준 호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실 교코를 읽으라고 그녀가 책을 빌려주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좋았다. 그녀가 이야기해 주면 교코가 호세를 찾아서 마이애미로 가는 여정이 눈에 선했다. 교코가 호세를 찾아 들어간 ‘스루 카리베’라는 곳에서 교코는 호세의 삼촌에게 면박을 당하고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교코가 음악에 맞추어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스텝을 밟는 묘사를 그녀는 나에게 공을 들여 말해주었다. 그녀는 교코가 호세에게 배운 쿠바의 춤을 추는 장면과 그 춤에 맞게 나오는 음악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떠오른다며 나에게도 아이팟 클래식으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몸이 노래에 따라 절로 움직였다.


그리고 미술품을 찍어놓은 사진도 그녀의 아이팟 클래식 속에는 듬뿍 들어있었다. 1960년대 구상에 반하는 초현실 화가들의 그림이라든가 실존주의 화가들의 그림들도 그녀의 아이팟 클래식 속에 사진으로 가득 들어있었다. 그녀는 일을 하다가 무엇인가 막히거나 생각할 일이 생기면 그림들을 보며 음악을 들었다.


그녀는 프리랜서로 그래픽 디자이너의 일을 하고 있어서 아이팟 클래식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나를 만나서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할 때에만 잠시의 휴식기를 가진다. 그럼 아이팟 클래식은 휴우 이제 하드 디스크를 진정시키고 앉아서 쉬어볼까,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팟 클래식은 마치 살아있는 수생동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혼자 오더를 받아 묵묵히 일을 하지만 다른 프리랜서처럼 집 안에서 일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이팟 클래식에 잔뜩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며 카페에 앉아서 작업을 했다. 그녀는 오전에 가는 카페와 오후에 가는 카페와 저녁에 나를 만나지 않았을 때 가는 카페가 전부 정해져 있었다. 그때그때 듣는 음악도 어느 정도 지정되어 있는 듯했다.


아이팟 클래식은 아이팟 터치나 아이폰과는 다르게 물리적인 하드 디스크가 존재해 있다. 침수에 약했고 조금 무겁고 오로지 음악을 듣거나 작은 화면으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게 전부라는 말을 하면 그녀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미소를 지으며 “그래서 더 좋은걸요”라고 말했다.


“인간적이잖아요. 조롱하는 분위기도 없어요.”


그녀의 생일에 아이팟 터치를 선물해 줄 테니 바꿔 보는 게 어떻겠냐는 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만약 사 줄 거면 아이팟 클래식을 하나 더 사달라도 했다.


“실은 말이죠, 아이팟 터치나 아이폰을 가지고 있지만 수많은 어플을 다 만져 볼 수는 없어요. 무엇인가 아주 많이 흐트러져있으면 그중에서 정말 필요한 몇 개만 파고들게 되어있어요. 아이팟 클래식은 고만할 필요가 없어요. 노래를 듣고 가끔 영상을 보면 돼요. 그뿐이에요.”


터치는 아니지만 아이팟 클래식의 직관적인 휠을 손가락으로 돌릴 때면 머릿속에 화학적인 반응이 온다는 것이다. 휠을 돌릴 때 ‘또가닥’하면서 나는 소리는 아이팟 터치나 아이폰과는 또 다르게 들린다고 했다. 그것은 언어로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팟 클래식은 침착해요. 내가 침착하게 대하면 침착하게 반응을 해 줘요.”


그녀의 그래픽 디자인적인 영감은 아이팟 클래식 안의 음악과 미술작품을 찍어놓은 사진으로 채워나갔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용량을 무엇으로 채워나가지 했는데 어느 순간인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어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악이 있어요. 다 듣지는 못하지만 들을 수 있을 때 실컷 듣고 싶은 게 내 바람이에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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