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동이 모르는, 아니 마동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속 어느 누군가의 그리움.
장군이의 눈을 통해서 교차하는 자신의 그리움을 마동은 투영하려 했다. 대학교시절에 동거했던 연상의 그녀를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그 속에 연정을 가득 담고 있는 그리움은 없었다.
그녀는 피아노를 계속하고 있는 걸까.
야트막하고 얇디얇은 마동의 메마른 그리움은 저 밑, 마음의 구석 어딘가에 눌어붙어 있다가 장군이의 눈동자를 쳐다보는 순간 순식간에 밑바닥에서 떨어져 가슴 위로 올라오려고 했다. 마동은 그 감정이 어떤 것에서 올라오는 감정인지 알 수는 없었다. 마음속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작은 마음, 그 마음이 궁금했다. 작은 마음은 필시 그리움이었다.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왼쪽가슴에 올렸다. 피가 혈관을 타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낮 동안 메스꺼움이 심했지만 모든 것이 한 번에 뚫리는 기분이었다.
왜 그럴까. 어째서 피가 솟구친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저 그레이트데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마동은 장군이의 눈을 보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등대로 올랐다. 어제보다 더 빠르고 더 힘 있게 달렸다. 어딘가에 숨어서 길고양이들만 마동이 빠르게 달리는 것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여름밤의 후텁지근한 바람을 가르며 마동은 등대를 지나 항구 쪽으로 달렸다.
디렉트메시지: 소피, 어제 하루는 잘 견뎌 낸 거야?
디렉트메시지: 그래, 동양의 멋진 친구. 어제 하루를 나름대로 견뎠어. 여긴 아직 엄청나게 퍼부은 비 때문에 사후처리로 난리도 아니라구.
디렉트메시지: 어제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거야?
디렉트메시지: 예스. 아침에는 여기 근처 공원에 조깅을 하러 다니지만 요 며칠 동안 어림도 없다구. 공원은 마치 쥬만지에서 동물들이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엄청난 모양새를 하고 있어. 보는 순간 오 마이 갓.
시계를 보니 여긴 밤 열한 시쯤이었다. 소피는 아침 열 시에 놓여 있을 것이다. 천재지변이라는 것은 시간을 따지지 않고 장소도 묻지 않는다. 대도시를 기형적으로 변모시키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디렉트메시지: 세계에서 제일 큰 컴퓨터 같은 도시라지만 하늘에서 무참히 내린 비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이곳은 고생이야.
디렉트메시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잘해놓고 그것에만 신경을 쓰는 건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양이야. 사람들은 세상을 오직 사물로 보는 세계관을 지니고 있어.
디렉트메시지: 맞아 동양의 멋진 친구. 세상을 마음으로 보는 가치관이 필요한데 말이야.
소피의 말은 언제나 옳다. 편견이란 무섭다. 마동은 소피가 어덜트배우라는 수식어 때문에 생각마저 자신과 옳지 않게 다르다는 편견이 처음에 있었다. 소피와 대화를 하면 마동은 조금씩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피의 의식은 은하계처럼 거대하고 넓었다. 소피는 마동에게 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마동은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샤워 후 샌드위치를 만들어 책을 보고 있다고 했다. 소피는 무슨 책이냐고 물어왔고 마동은 며칠 전부터 보고 있는 프로이트 뇌 생리학에 관한 서적이라고 했다. 소피는 오우,라고 했고 마동은 저스트 키딩이라고 했다.
디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만약 뇌생리학이나 집단무의식에 관한 책을 본다면 집중해서 보도록 해봐.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을 거야. 그리고 동양의 멋진 친구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서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받아들이기 쉬울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몸살은 좀 어때? 난 오늘 당신의 그 후일담 때문에 궁금해서 아마도 하루가 금방 지나갔는지 몰라.
디렉트메시지: 비슷해. 몸살기운은 밤이 되면 아주 말짱해지지. 거짓말처럼 말이야. 낮 동안 병든 닭 같던 몸도 이상하지만 저녁이 되면 잠도 달아나고 몸이 생생해져. 그러니까 나 자신도 믿을 수가 없어. 소피는 아침을 먹었어? 난 지금 샌드위치를 만들었어. 먹어가면서 소피와 대화를 할 거야.
소피는 마동이 만든 샌드위치를 사진으로 보고 싶다고 했다. 마동은 사진 찍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식당을 가면 음식이 나오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먹은 음식이 이런 것이다, 나는 늘 이런 음식을 먹으며 이만큼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전투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보였다.
소피는 샌드위치 사진을 보내보라고 재촉했다. 마동이 어떤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마동은 사진을 찍어서 아무런 보정작업 없이 화면을 통해 소피에게 보여주었다. 샌드위치는 그다지 대단하다 할 만큼 맛있게 만들지는 않았다. 호밀식빵을 잘 데워서 그 사이에 토마토를 굵게 썰어 넣고 브리치즈를 넣고 아루굴라를 사이에 끼워 넣은 것이 고작이다. 소피는 아주 맛있게 보이며 신선하다고 했다.
정말 맛있게 보이는 것일까.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디렉트메시지: 소피는 지금 이 시간에 바쁜 거 아닌가?
디렉트메시지: 응, 맞아 동양의 멋진 친구. 오늘은 오후에 회사 스튜디오에서 파트너와 섹스신 촬영이 있어.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해. 스토리형식의 촬영이라 시나리오가 있어. 대사 같은 것을 숙지해야 하는데 파트너 역시 이 바닥에선 아주 거친 사람이라서 약간 걱정이 된다구. 영화는 아니고 웹사이트 업로드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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