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애 바사삭

이었던 날에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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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다. 오전에 나오는데 차 앞에 가로주차를 해 놓고 핸드브레이크 잠금, 연락처도 없었다. 자동차에 연락처는 남겨놔야 하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짙은 선팅과 함께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차를 주차하고 가버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할 수 없이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주머니에 오천 원짜리가 있어서 버스를 타려고 하니 오천 원을 받지 않았다. 못 타게 하는 것이다. 울산 버스 노선이 엉망으로 바뀌어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참 걸렸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상당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sns에서도 울산 시민은 불만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어떤 구간은 다시 바뀐 걸로 안다.


좌석버스는 오천 원이라도 받아주겠지 하며 좌석버스가 오면 타려고 했지만 20분 뒤에 종점에서 출발이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있는 정류장에 도착하는 건 적어도 3, 40분은 걸린다. 30분쯤 서 있으니 다음 시내버스가 왔다. 오천 원을 보여주니 역시 그 돈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잔돈은 괜찮으니까 오천 원을 넣겠다고 하니 그 돈은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천 원짜리가 오늘처럼 무쓸모였던 적이 있었을까. 왜 하필 오천 원짜리만 있어가지고. 사정을 설명하기에는 시간과 장소가 너무 이상하고, 나는 이미 버스에 올라탔다. 왜 오천 원짜리는 받지 않는 걸까. 그럼 이 돈을 기사님께 드릴 테니까 좀 태워 달라고 했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는 모처럼 재미있는 거리를 내가 준 모양이었다. 폰을 보던 사람들이 전부 앞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기사님은 짜증이 좀 났다. 이해한다. 나 같아도 짜증이 날 것이다. 그래도 이 버스를 놓치면 너무 늦게 된다. 그랬는데 기사님이 그냥 타라는 것이다. 네?(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니, 그냥 타시라고요. 해서 감사합니다. 하며 자리로 가서 앉았다. 기사님은 좋은 분이다. 기사님의 짜증은 당연한 것이다. 버스를 무척 오랜만에 탔다. 버스를 타면서 느낀 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너무 우당탕탕 같은 소리가 이거 잘못하다는 도로에서 멈추겠구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급정거가 많아서 사람들이 앞으로 쏠렸는데, 조금 놀랐던 건 버스에 탄 사람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었다.


최초에 가로주차를 해 놓고 핸드 브레이크 걸어 놓고 연락처 하나 없는 그 XX 오늘 점심 먹다가 장염이나 걸리고, 내일은 무좀에 한 달 내내 설사에 일 년 내내 두통이 시달리고 만성 비듬에 괴로워해라.


버스를 정말 오랜만에 탔다. 한 8년? 정도 만에 시내버스를 탄 것 같다. 집으로 올 때에도 당연하지만 버스를 탔다. 집으로 올 때에는 정확하게 천육백 원을 맞췄다. 천 원짜리 한 장과 오백 원짜리 동전과 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올라타면서 넣었다. 이게 너무 별 거 아닌데 짤랑짤랑하며 내려가는 소리가 얼마나 짜릿하던지. 집에서 나올 때와 다르게 집으로 갈 때에 올라탄 버스에는 주로 젊은 층이었다. 내가 버스에 타고 집으로 온 시간이 대략 20시 30분 정도인데 8년 전에는 그 시간에 버스는 박 터질 정도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렇게 널널 할 수 있나? 할 정도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버스 노선이 그렇게 바뀌었나 싶기도 했다.


시내에서 올라타 앉아갈 정도라니. 몇 정거장 정도는 일어서서 가는 사람도 있었으나 이내 빈자리가 생겼고 다 차지 않았다. 그만큼 도시 인구가 빠져나간 것일까. 버스를 타면서 느낀 점은 버스비나 나의 자동차 기름 값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시내버스 말고 좌석 버스를 매일 타고 다닌다면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집에서 일하는 곳까지 20킬로미터정도 떨어져 있는데 만약 그 거리가 더 짧았다면 버스요금이 기름값보다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울산은 40년 만에 버스 노선을 전부 뜯어고쳤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8년 전에는 방어진에서 시내 쪽으로 가는 버스가 많았는데 이제 시내버스는 한 대뿐이었다. 정말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이게 말이 돼? 할 정도였다.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법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가면 알 수 있다. 버스는 아침에 올라탄 버스도 저녁에 올라탄 버스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너무 덜덜거렸다. 쿠탈탈탈하는 소리가 심했다. 가끔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멍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버스에서 폰을 보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운전사와 내가 유일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데이트할 때 버스에 앉아서 그냥 끝까지 갔다.


가면서 밖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울산은 생각보다 크고 넓다. 버스는 어디에나 간다. 버스를 타고 끝에서 끝까지 가면서 둘러보는 풍경이 재미있기만 했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아무 때나 내려서 식당을 찾아 들어가 배를 채웠다. 그래서 해운대를 갈 때에도 시골 구석구석 전부 다 들렀다가 가는 완행 버스를 타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 그 버스 노선은 없어졌다. 도대체 가로주차를 해 놓고 핸드브레이크를 잠그고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사람은 무슨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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