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기분이 좋아지려고 마신 술은 단 한 번도

by 술 마시던 나무

프롤로그 – 기분이 좋아지려고 마신 술은 단 한 번도 날 기분 좋게 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보통 술을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마신다.

기분이 좋을 땐 더 좋아지기 위해, 기분이 안 좋을 땐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하지만 정말 술은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걸까?


물론,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양된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게 되고,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마치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착각일 뿐이다.


술이 우리를 정말 기분 좋게 만들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혹은 그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숙취는 몸과 마음을 완전히 마비시킨다.

생산적인 활동은커녕, 사고조차 흐려지고, 삶의 모든 감각이 무뎌진다.

아무리 의지를 가져도, 알코올이 사라지기 전까지 우리는 평소의 내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술을 입에 댄다.

왜냐하면 중독이라는 존재가 이미 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독자의 뇌는 신경가소성*의 방향이 왜곡돼 있다.

어떤 자극이든, 결국 알코올로 연결되도록 회로가 짜여 있다.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나는 지독한 알콜릭 환자였다.

지금도 그렇다.


알콜릭은 완치되지 않는다.

다만, 뇌의 방향을 조금씩 다른 쪽으로 바꾸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훈련하고, 다르게 살아가려 애쓴다.


지금 나는 겉보기엔 문제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회사에도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웃는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분명히 안다.


알코올과 함께 살아가는 한,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것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알코올과 공존하며 성장하는 삶은 불가능하다는 걸.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 뇌가 경험, 학습, 반복된 행동 등에 따라 신경 회로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능력.

즉, 중독이나 회복 모두 ‘반복된 경험’에 따라 뇌의 회로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