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채워준 자리

공백을 메우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

by 술 마시던 나무

자연이 채워준 자리


공백을 메우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


자연을 가꾸는 일을 하다 보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생명의 원초적인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멀리서 볼 때는 아무 변화도 없어 보였던 밭이

가까이 다가가 손에 잡초를 쥐려는 순간,

그 사이로 얼굴을 내민 작은 새싹들이 보인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푸른 기운이

오늘은 또렷하게 나를 맞이한다.


어떤 잎은 향이 없지만,

어떤 잎은 손끝에 닿기만 해도 은은한 향을 내뿜으며

나의 신경계를 부드럽게 자극한다.

숙근이 겨울을 이기고 올라오는 순간들,

작은 모종들이 제 몫을 하며 자리 잡는 그 과정.

이 모든 생명력을 지켜보는 일은

내 하루를 기대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자연은 그렇게

내 안의 공백을 조금씩 확장시키며 채워주었다.


나는 더 이상 중독물질의 갈망에게

여유로운 빈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생명과 성장의 리듬을 따라가는 법을 배웠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 않다.

갈망은 때때로 상기처럼 찾아오고,

그럴 때면 자연의 시간 앞에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다시 깨닫곤 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자연으로 공백을 메우는 일은

‘나에게 맞는 방식’이었다는 것.

누군가는 운동일 수 있고,

누군가는 글쓰기, 음악, 창작, 혹은 누군가를 돌보는 일일 수도 있다.

각자에게 맞는 *공백을 메우는 도구(tool)*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가만히 있어도 공백이 생기지 않을 만큼

많은 일과 생각으로 채워져 있다.

해야 할 일들이 나를 움직이고,

자연의 작은 변화들이 나를 일으키고,

새로운 성장이 나를 기다리게 한다.


기억해야 한다.

중독물질은 공백의 시간을

가장 교묘하게 파고드는 전문가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여 갈망이 스며들었다고 해도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그것이 거짓된 교감신경의 작용임을 인지하자.

그리고 이렇게 되뇌어 보자.


“이 신호는 진짜가 아니다.

나는 이 순간을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버텨내면

그 교감신경은 서서히 힘을 잃고

마침내 포기하게 된다.


자연이 가르쳐준 것도 바로 그거였다.

성장은 느리고, 변화는 조용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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