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이어진 인연이라는 족쇄

관계는 남고, 술은 끊어야 할 때

by 술 마시던 나무

술로 이어진 인연이라는 족쇄


— 관계는 남고, 술은 끊어야 할 때


술을 자주 접하던 사람들의 주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풍경이 있다.

자연스럽게 지인들의 구성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처음 술을 접하던 시절,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같은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

주기적으로 밥과 술을 함께하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었던 관계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 관계들 중 상당수가

술이라는 매개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인연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술이 사라지면, 관계가 시험대에 오른다


술을 끊거나 줄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고통은

몸의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변화다.


특히 늘 술을 함께 마시던 사람들과

술 없이 마주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괴롭다.

• 어색한 침묵

•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

• “왜 안 마셔?”라는 질문

• 분위기를 깨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단주를 결심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시험처럼 다가온다.


나 역시 이 부분에서

지금도 여전히 괴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그런 만남을 일부러 피한 적도 많다.



피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이상

이 만남은 언젠가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를 다시 시험하려 들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깨달았다.

피하는 전략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술로 이어진 인연은

술을 끊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돌파해야 하는 건 관계가 아니라 ‘나의 반응’이다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해 필요한 건

상대를 바꾸는 것도,

관계를 억지로 정리하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건

나만의 마인드셋이다.

• 술을 마시지 않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

• 술 없이도 이 자리에 존재해도 된다는 태도

•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그 감정을 견디는 힘


이런 작은 돌파들이 쌓일수록

뇌는 점점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불편했던 만남이

두 번째엔 덜 불편해지고,

세 번째엔 견딜 만해지고,

어느 순간엔

술이 없어도 괜찮은 내가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승수를 쌓는 과정이다.



술 없는 만남에 적응하는 것도 훈련이다


중독된 뇌는

늘 익숙한 환경을 원한다.

그래서 술과 함께했던 관계를

쉽게 놓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 관계 속에서 술 없이 버텨내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뇌는 새로운 기준을 학습한다.


“이 상황에서도

술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구나.”


이 학습이 쌓일 때

술은 더 이상 그 관계의 필수 조건이 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관계가 아니라 ‘나’다


술로 이어진 인연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인연이

나를 다시 알코올에 묶는 족쇄가 된다면

그 관계는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관계를 끊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지켜내는 연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연습을 피하지 않고 반복할 때,

우리는 술이 아니라

의지로 이어진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관계는 남고,

술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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