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 장, 그리고 사람의 태도

by 술 마시던 나무

식문화, 장, 그리고 사람의 태도


이 글은 어떠한 표본조사나 역학조사를 통해 느낀 사항이 아니다.

특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 결과도 아니다.


그저 여러 나라를 경험하거나 관찰하며 느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한 행인이

건강한 식문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어

조심스럽게 꺼내는 생각 정도로 읽어주면 좋겠다.


다만 이 생각의 바탕에는

최근 과학이 이야기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장과 뇌는 연결되어 있다.



사람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영향을

생각보다 깊게 받는다.


음식은 단순히 몸을 만드는 재료가 아니라

장 속에 살고 있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장내 미생물은

다시 뇌와 연결된다.


이 연결을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고 부른다.


장내 미생물은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의 생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보면

어떤 공통적인 인상이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을 보면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문화와 교육의 영향이 크겠지만

그들의 식문화도 흥미롭다.


일본 식탁에는

발효식품, 생선, 해조류, 비교적 가벼운 식사가

자주 등장한다.


이런 식단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염증을 낮추는 방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장내 환경이 안정되면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사회에서는

전반적으로 감정 표현이 절제되고

차분한 태도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미국을 떠올리면

조금 다른 장면이 떠오른다.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높은 당분과 지방의 식단.


이러한 식단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염증 반응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식문화 속에서 자란 사회는

에너지 넘치고 적극적인 면도 있지만

동시에 충동적이고 과잉 소비적인 문화도 함께 존재한다.


물론 이것이 음식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몸의 대사 상태와 장 환경이

뇌의 감정 조절과 충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은 존재한다.



한국을 보면 또 다른 모습이 있다.


한국의 전통 식문화는

김치와 된장 같은 발효식품이 중심이다.


이 부분만 보면

장 건강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현대 한국의 식문화에는

한 가지 강력한 요소가 더 있다.


술 문화다.


술과 함께 먹는

기름진 음식,

고염분 음식,

탄수화물 중심의 안주.


이 패턴은

장 환경을 변화시키고

대사 균형을 흔들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회에는

높은 스트레스와 빠른 소비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모습도 보인다.



유럽 일부 지역을 보면

또 다른 장면이 나타난다.


특히 지중해 식단은

올리브 오일, 채소, 생선, 견과류 중심이다.


이 식단은

항염증 효과와 장내 미생물 다양성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에서는

식사를 천천히 즐기고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도

함께 나타난다.



이 모든 장면을 보면서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가 각 나라 사람들의

“보편적인 태도”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 일부는

어쩌면 장에서 시작되는 신호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장내 미생물은

염증 반응, 대사 상태,

그리고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신호는

장–뇌 축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물론 인간의 태도는

문화, 역사, 교육, 경제 등

수많은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식문화 하나로

사람의 성격이나 사회의 모습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 생태계는

장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며

우리의 뇌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각 나라의 식문화는

그 사회의 사람들의 몸뿐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에도

아주 미세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확정적인 결론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질문이다.


하지만 그 질문은

충분히 흥미롭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히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 속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는 다시

우리의 뇌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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