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르멘 Nov 13. 2024

해치워라 꼬막  

5천 원의 사치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어젯밤엔 퇴근한 남편과 컵라면 하나, 언젠가 사둔 골뱅이 하나, 김 한봉, 배추김치로 저녁을 해치웠다.


반찬이 없네...


집에서 하는 요리라곤 4살짜리 아들내미 요리가 다다.

뭔가 밥을 제대로 차려먹는다는 것, 이 엄청난 미션이 된 기분이랄까.


오늘은 아들 소아과와 내 한의원을 가기 위해 오전 시간을 조금 비웠다.

한의원 치료를 마치고 상가 1층 반찬가게를 들려봤다.

무엇을 살까 하다가

아들이 좋아하는 2,500원짜리 고사리 반찬 하나를 골랐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꼬막 반찬.

맛깔나게 양념돼 있는 꼬막이 참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가격을 보니 고사리의 2배, 5천 원.

순간 고민이 됐다.

나 혼자 먹자고 사는 게 맞을까?

사이즈를 보아하니 한 끼면 다 해치워버릴 양인데, 한 끼에 5천 원짜리 반찬을?

참 이게 뭐라고 고민이 됐다.

그러다 오늘 같은 날 아니면 언제 먹을까 싶어 꼬막반찬도 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와서 꼬막반찬에 밥을 먹는데 역시나 5분도 안돼 해치워버렸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꼬막을 먹은 게 언제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미혼 때 엄마랑 살 땐 꼬막 2통 정도는 거뜬히 먹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도 반찬가게 꼬막이었지만, 나는 본래 손맛과 정성 이런 걸 그다지 따지지 않고

맛만? 따지므로. 그로 써도 충분했다.


원래가 반찬파인 나는 반찬이 빨리 소모된다.

특히 꼬막 같은 반찬은 더욱이.


그래도 참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나를 위해 사서 온전히 나만 먹는 반찬이었지만, 어느 순간 2순위로 밀려나버린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골라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역시나 먹는 건 행복이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을 기꺼이 나를 위해 차려 먹는 행위는 참 위로가 된다.

스스로 하는 응원이랄까.


가끔 꼬막을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고달픈 날, 삶이 외로운 날, 삶이 즐거운 날 상관없이 그냥.

해치우자, 꼬막!

매거진의 이전글 라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