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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론크래프트 Aug 31. 2017

해양에 가면

드론과 함께 한 해양영토 대장정

나의 특별한 공간, 브런치에 특히 별났던 나만의 해양영토 대장정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해양영토 대장정은 대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들에게 젊음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깊이 있는 추억을 연결해주는 고리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앞서 현재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려 한다.


나는 소심한 성격이다. 우유부단하고 낯가림이 심하여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혼술족, 혼밥족, 혼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 한참 이전부터 혼자 생활했다. 처음엔 주변의 눈초리가 신경 쓰였지만 이제는 혼자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혼족 만렙인 셈이다.


나는 드론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드론과는 2016년에 처음 신설됐고 지금은 2년 차 학생이다. 학생 때는 치열한 취업 경쟁을 대비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 작성한다. 그래서 나는 드론과에 재학하면서 각종 공모전 입상, 초등 중등 고등학생 대상 드론 교육, 드론 관련 자격증, 브런치 작가 등 여러 활동을 했다. 그중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며 나의 포트폴리오 요약본이 됐다.


나는 27살이다. 2학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취업 걱정에 시달리는 시기이다. 그래서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앞날이 조금 혹은 많이 달라질 수 있을 대학생의 여름 방학 기간 동안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했다. 대학생의 방학은 자격증 공부, 제 2 외국어 공부, 아르바이트, 여행 등 고려할 사항이 많지만 나는 대학생 때만 경험할 수 있는 대장정을 알아봤다. 대장정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신청했다. 처음 대장정을 신청한 곳은 해양 영토 대장정이 아닌 동아제약 국토 대장정이었다. 결과는 불합격이다. 마음을 다잡고 다른 대장정을 알아봤지만 학생에겐 부담되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마음을 비우고 반포기 상태에서 우연히 해양영토 대장정을 발견했다. 국토 대장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해양영토 대장정은 생소했다. 이전에 쓰디쓴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서를 썼다. 마음을 비우고 신청서를 썼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꼭 붙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써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꼭 붙기를 기도하며 합격 날까지 기다렸다. 결과는 합격! 하지만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소심한 내가 그 많은 사람들과 7박 8일간 나 스스로 혹은 단체에서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두려웠다.

해양영토 대장정에 대한 나의 계획은 간단했다.

대장정 일정 기간 동안 드론과 함께 동행하여 드론으로 나의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지난 해양 영토 대장정 참가자 중 드론과 함께 했던 흔적이 보이지 않아 드론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매우 흥미로웠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백에 처음 글을 쓰는 것처럼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7박 8일간 드론과 함께 대장정 프로그램을 완수한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열정과 패기가 있는 한 대학생으로서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해양영토 대장정의 경로는 이렇다.


도약팀 경로 : 서울→인천→백령도→서천→진도→해남→완도→제주도·마라도→여수→부산

희망팀 경로 : 서울→강원 고성→속초→동해→울릉도·독도→포항→울산→부산


해양 영토 대장정 프로그램은 도약팀, 희망팀으로 2가지 경로가 있다. 경로는 참가 신청할 때 미리 결정한다. 나는 도약팀에 신청했다. 최동단에 있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의 가치와 역사에 대하여 몸소 체험해보고 싶었지만 신청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여 독도 체험은 다음으로 미루고 북한과 매우 가까운 군사상 요충지인 백령도와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마라도 섬을 나의 두 발로 밟아보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다.


해양영토 대장정 1일 차

해군회관 집결·발대식·해양레저·인천항 갑문과 인천신항


드디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약 170명의 대학생들이 해군회관에 집결했다. 170명의 학생들은 해양영토 대장정 여행을 떠나기 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성격, 인물, 사상 등 각기 다른 자기만의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의 모양과 형태 또는 그 안의 모습을 어떻게 쓰여왔을지 모르지만 7박 8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서로의 가면을 알아가는 대학생만 누릴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한 것은 낯선 사람들과 좁은 방에서 옷 갈아입기였다. 발대식이 치러지기 전 서로의 맨몸을 공유할 때부터 우리의 여행은 시작된 것이다. 어색하고 설레는 묘한 기류가 흐르는 소강당에 발대식이 시작됐고 레크리에이션 강사에 따라 척척 진행되었다.


각 조별로 친목 시간을 가졌다. 나는 1조에 속했고 조 투표로 1조 조장이 되었다. 소심한 내가 어떻게 조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시작부터 험난했다. 조장이라는 역할에 걸맞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팀 이름을 정했다. 그 이름하야 '우리는 하나다 WE ARE THE ONE', 처음 '우리는 하나다'라는 팀 이름을 제시한 대원은 내 옆자리에 있던 박다솜 대원이다. 1조는 남자 4명 여자 5명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은 아주 형식적인 소개였다. 1조는 인천, 부천, 시흥, 속초, 광주, 대전, 대구, 순천, 부산 각지에서 온 해양영토 대장정 대원들이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친구들과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됐다.


차도녀의 가면을 쓴 박다솜 대원

우리 조에서 처음으로 말을 튼 박다솜 대원은 순천에서 왔다. 박다솜 대원은 22살이며 순천대학교 물류학과에 재학 중이다. 이목구비가 또렷하여 차가운 도시 여자의 느낌으로 무심하고 차가울 줄만 알았던 박다솜 대원은 섬세하고 다정한 대원이었다. 알면 알수록 맑고 구수했다. 매일같이 활짝 웃는 모습에 호감 가는 대원이다.


첫날엔 인천갑문 견학, 인천신항 견학과 해양레저 체험을 했다. 해양레저는 2인 카약과 8인 고무보트를 체험했다. 카약과 고무보트는 단독행동이 아닌 둘 이상이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해양레저이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곧은 방향으로 나아가진 않았지만 조가 이루어지고 처음으로 한 마음으로 노를 저었다.


인천항 갑문

인천항은 1883년 개항하여 100여 년이 넘도록 우리나라의 대표 항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천항 갑문은 인천항의 입구로서 1918년 최초의 근대적 갑문인 독(DOCK)이 완성되어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고 특히 인천항 갑문은 1974년 5만 t급 1기, 1만 t급 1기의 초현대식 갑문이 건설됨으로써 대형 선박 30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동양 최대의 시설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조석간만의 차가 심한 항만에서는 선박을 안전하게 통과시키기 위해서 수위의 고저를 조절하기 위해 설치한 수문을 갑문이라고 한다. 인천 앞바다는 세계적으로도 밀물과 썰물의 조석간만의 차가 크기로 유명하다. 이 불리한 자연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둑을 쌓아 인천 내항을 만들었고 내항으로 입항하기 위한 구조물이 바로 인천항 갑문이다. 인천항의 갑문은 갑문으로는 길이가 가장 긴 벨기에의 엔트워프항, 깊이가 가장 깊은 프랑스의 르아브르항, 넓이가 가장 넓은 독일의 빌헬룸스하펜항 등과 함께 세계 5개 갑문이고 아시아 최대 갑문이라고 한다.


어색한 대원들의 화합을 위해 1일 차부터 레크리에이션 게임을 시작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각 조별로 조장을 무대 위로 불러 춤을 추면 조 점수를 준다고 했다. 조를 대표하는 조장으로써 1조를 위해 춤이라도 출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많은 사람들 앞에 서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대에서 1조 테이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다음에 점수 얻을 기회가 온다면 꼭 하리라 다짐했다. 폭탄 돌리기 게임을 진행했다. 이전의 기회를 다시 주려는 듯 1조 대원 모두 한마음으로 마치 트릭을 쓴 듯이 나를 벌칙에 걸리게 했다. 어딘가 찜찜한 기회가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섹시 춤을 잘 추는 사람에게 조 점수가 나간다고 했다. 조금 전 실패의 쓴 맛을 본 나는 정형돈의 저질 미국 댄스를 췄다. 그것도 테이블 위에서 췄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희한하게 조를 위해서 어떻게든 점수를 얻으려고 애를 썼다는 것에 스스로 감탄했다. 정형돈의 저질 미국 댄스 덕분에(?) 재밌는 조장으로 인식됐다.


해양영토 대장정 2일 차

국토 끝섬 전망대·해병 6 여단 흑룡부대·천안함 46 용사 위령탑·통일기원비·두무진


드디어 1조가 한 배를 탔다. 약 4시간에 걸쳐 백령도에 도착했다. 유독 배 멀미가 심한 이하늘 대원은 배에서의 4시간은 지옥과 같다고 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최전방 접전 지역이다 보니 여객 선실 안에서 뿐 아니라 섬에서도 해병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최근 북한이 괌 포위 사격을 예고하는 등 위협 발언으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라 해병들이 분주해 보였다. 백령도에 군사시설이 대부분이지만 가는 곳마다 경치가 좋았고 관광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의외였다. 특히 백령도 두무진의 신비한 절벽과 기암괴석의 떼 묻지 않은 이국적인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바다의 종착역인 끝섬 전망대에 올랐다.


평범한 가면을 쓴 이하늘 대원

속초에서 온 이하늘 대원은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가면을 쓴 듯 매우 평범했다. 이하늘 대원은 22살이고 강원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다. 7박 8일이 짧다고 느껴진 이유 중 하나가 이하늘 대원의 벗겨진 진짜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속마음을 털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심청각은 고전 소설 심청전의 배경 무대인 백령도 진촌리에 있다. 평소엔 짙은 해무가 드리워져 있어 육안으로 1년에 한두 번밖에 볼 수 없는 북녘땅을 오늘은 운이 좋아서 보였다고 한다. 백령도 끝섬 전망대에서 저너머에 손에 잡힐듯한 북녘땅을 바라보며 분단 현실을 느꼈다. 끝섬 전망대에 내려와 천안함 46 용사 위령탑을 방문했다. 천안함 위령탑은 천안함 침몰 지점에서 2.5k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다. 2.5km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침몰했는데 앞에 보이는 건 바다뿐이라 천안함 46 용사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천안함 침몰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표지판이 있었으면 좋겠다. 각 조장이 대표로 앞으로 나와 희생된 장병들의 얼굴이 새겨진 부조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헌화했고 경건한 마음으로 묵념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백령도에 머물렀지만 천안함 46 용사 위렵탑과 우리 바다를 지켜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천안함 위령탑

이근배 시인이 쓴 추모시 '불멸의 성좌여, 바다의 수호신이여'

해보다 밝은 별들이어라 조국수호의 서해 전선을 지키다가 적들의 불의의 폭침으로 순국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마흔여섯 해군 용사들 이 나라의 하늘에 불멸의 성좌로 떠 있어라. 동해, 서해, 남해, 삼면이 바다인 우리 강토 바다는 장엄한 반만년 역사의 보루였고 이 겨레 기름진 삶의 터전이었느니 조국의 아들들이여 용사들이시여, 그대들이 영예롭게 선택한 해군의 이름만으로도 가슴과 어깨에 빛나는 계급장만으로도 그대들의 나라사랑, 그대들의 용맹은 천하무적의 개선 군이었어라. 아, 그날 2010년 3월 26일 파도도 잠드는 시간 누구는 아버지 어머니께 문안 전화를 드리고 누구는 연인을 그리는 편지를 띄우고 꽃다운 젊음들이 평화의 꿈을 펼칠 때 어찌 뜻하였으리 하늘이 무너지는 한순간의 참화가 우리의 고귀한 아들들을 앗아갔어라. 그대들의 육신 그대들의 정신은 저 왜적을 막으려 스스로 동해의 용이 된 문무대왕 대륙까지 호령하던 해상왕 장보고 대사 백전백승 구국의 성웅 총무 공의 얼을 받았으니 그대들로 하여 분단 조국은 하나가 되고 그대들로 하여 대한민국은 세계 으뜸이 되고 그대들이 바친 목숨 영원한 성좌가 되어 길이길이 이 겨레 빛이 되리라. 자유, 평화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리라.


2010년 3월 26일 21시 22분, 고귀한 희생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 이근배 시인의 추모시 '불멸의 성좌여, 바다의 수호신이여' >

해양영토 대장정 3일 차

심청각·점박이물범서식지·콩돌해안 정화활동

< 효녀 심청상 앞에서 >

백령도에 머문 지 이틀째, 오전 7시 30분께 심청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청전의 주인공 효녀 심청이는 장님인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고전 소설 심청전의 배경 무대인 심청각은 백령도 진촌리에 있다. 천연기념물 제 311호 점박이물범이 집단 서식하는 하늬 바다에 향했지만 물범은 볼 수 없었다. 점박이물범들은 서해의 풍부한 먹이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백령도를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까나리를 잡아먹기 위해 그물망을 다 헤집어 놓아서 어민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됐다고 한다. 이윽고 백령도의 천연기념물인 콩동 해변으로 이동했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은 조약돌이 해변에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자갈 해변에 파도가 칠 때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경쾌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가만히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해양영토 대장정 대원들은 아름다운 콩돌 해변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조별로 포대를 한 개씩 들고 정화활동을 했다. 백령도의 마지막 코스 백령도의 또 다른 천연기념물인 사곶 해변에 들렸다.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과 함께 전 세계 단 두 곳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군사 시설이 대부분인 백령도는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아름다운 백령도를 드론으로 촬영할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인천에 도착한 후 숙소로 갔다. 해양영토 대장정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아직 친해지지 않은 1조가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와 섞여서 방 배정을 받는 것이다. 그래도 하루하루 방 배정을 새롭게 받는데 같은 조의 김수범 대원과 함께 배정받아 편안히 지냈다.

< 해양영토 대장정 1조가 콩돌 해변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

미소의 가면을 쓴 김수범 대원

한양대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인 20살 김수범 대원은 대구에서 왔다.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이지만 약사가 꿈이라고 한다. 대장정 기간 동안 항상 웃고 있던 장난기 많은 김수범 대원은 고등학교 때 생긴 대인기피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양영토 대장정에 지원했다고 한다. 항상 웃고 있는 김수범 대원은 과거에 겪은 아픈 상처가 미소의 가면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해양영토 대장정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상처가 많이 아물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해양영토 대장정 4일 차

해양생물자원관·새만금홍보관·해안누리길·갯벌체험·명량대첩 승전광장


씨큐리움은 해양생물자원관의 전시관으로 Sea(바다) + Question(질문) + Rium(공간)의 합성어로 바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전시, 교육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해양생물에 대한 가치와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쓰이는 7500여 점의 해양 생물들은 실제 생물을 박제한 것이라고 한다. 바닷속 다양한 생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양 생물이라면 사지를 못 쓰는 최재경 대원은 나를 닮은 해양 생물이 있다며 어디론가 끌고 갔다. 나를 끌고 간 곳에 거북이가 있었다. 평소 거북이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그냥저냥 했다. 하지만 최재경 대원은 거북이 옆에 오징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장님 오징어 닮았어요. 엥?!


수줍은 가면을 쓴 최재경 대원

그 누구보다 말이 없을 것 같았던 최재경 대원은 친화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리액션이 좋아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한다. 한 번 친해지면 어색함 없이 원래 만났던 친구처럼 친해진다. 덕분에 사람 사귀는 방법을 어느 정도 깨우쳤다. 우리 조의 마스코트로써 제일 사랑받는 최재경 대원은 20살이라는 나이에 대외활동을 여럿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나의 20살 때에는 노는 것 외엔 다른 활동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 드론과 함께 한 시큐리움 >

새만금이란 명칭은 김제 만경 방조제를 더 크게 더 새롭게 확장한다는 뜻으로 김제 만경평야를 일컬어왔던 금만이라는 말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붙여 새만금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아래 사진에 끝없이 펼쳐지는 새만금 방조제는 세계 최장 방조제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주다치 방조제(32.5km)보다 1.4km 더 길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 간척 사업인 새만금사업의 추진 과정과 향후 계획까지 새만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종합 홍보관이다.

< 드론과 함께 한 새만금 홍보관 >

새만금 홍보관에서 나와 변산 마실길 2코스로 향했다. 변산 마실길 2코스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우리나라 트레킹의 3개 코스라고 한다. 변산 마실길 트레킹을 마치고 모항 갯벌 체험장으로 이동해 바지락 캐기, 조별 달리기, 기마전 등 해양 운동회를 하며 해양영토 대장정에 참여한 대원들과 친목 시간을 가졌다. 평소 해수욕장만 찾는 나로선 갯벌 체험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갯벌에서 벌여진 달리기 시합에서 우승한 신정윤 대원은 승부욕이 강하다. 결승전 중에 뾰족한 조개 때문에 생긴 상처로 인하여 피가 나옴에도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달리기 시합이 끝나고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응급 처치하러 갔다. 오히려 놀란 조원들을 진정시켰다.


무뚝뚝한 가면을 쓴 신정윤 대원

부천에서 온 신정윤 대원의 첫인상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칼 같은 반응과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다가가기 제일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신정윤 대원의 따뜻한 내면을 보게 됐다.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누구보다 대원들을 챙기는 여린 대원이었다. 다시 한번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 드론과 함께 한 갯벌 체험 >

전남의 진도에는 해남반도를 사이에 두고 유리병의 목처럼 갑자기 좁아진 해로를 울돌목이라고 한다. 조수는 썰물 때 물을 따라 해벽에 부딪혀 요란한 울음소리같이 들리므로 명량으로 통용하기도 한다. 이 명량(울돌목) 해협은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의 수군이 일본의 수군을 크게 격파한 곳이다.

< 드론과 함께 한 명량대첩승전광장 >

명량대첩 이순신

1597년 일본 수군이 133척의 배를 이끌고 조선에 침입할 때, 이순신 장군이 명량의 거센 조류를 이용하여 격퇴한 전투. 당시 조선의 전력은 12척의 배와 군사 120명에 불과했으나, 일자형 진형을 이루며 적에 대항했고, 일본군 장수 구루시마의 목을 베어 사기를 꺾으면서 일본 병선 31척을 격파했다. 이 전쟁은 모함을 받아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이 다시 통제사가 되어 승리를 이끈 해전이며, 정유재란의 흐름을 바꾸게 되었다.
< 뒤 해협에 거센 물살이 형성되는 것이 보입니다. >

해양영토 대장정 5일 차

해남 땅끝 전망대·장보고 기념관·청해진 유적지·장보고 동상


< 드론과 함께 한 해남 땅끝전망대 >

남해바다의 끝, 서해바다가 시작되는 해남 땅끝 전망대를 본 후 장보고 기념관으로 향했다. 장보고는 활을 잘 쏘아서 신분이 상승했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천민으로 태어난 장보고가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828년에 귀국해 오늘날의 완도인 청해에 진영을 설치하면서부터이다. 대사로서 병사들을 지휘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해적을 소탕하여 서남부 해안의 해상권을 장악했으며, 당·신라·일본을 연결하는 무역활동을 주도했다. 이러한 장보고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도 장보고를 기리는 동상이 있다. 해양영토 대장정을 통해 역사를 새로 쓴 이순신·장보고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바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바다의 중요성도 깊이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제주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완도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블루오션 장보고

서남해안 지방의 토호 출신으로 무예에 자질이 있어 당나라로 건너가 그 실력을 인정받은 뒤 귀국, 왕의 허락을 받아 군사 1만 명을 모아 청해진을 건설했다. 장보고는 해적들을 소탕하여 서남해안의 해상권을 장악했고, 당·신라·일본을 잇는 해상무역활동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골귀족들은 그가 중앙정부에서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원하지 않았다. 중앙정부는 무력으로 그를 토벌할 능력이 없었으므로 한때 장보고의 부하였던 염장을 자객으로 보내 그를 죽였다.


해양영토 대장정 3일 차부터 단체 퍼포먼스를 준비해왔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단체 퍼포먼스 춤을 가장 먼저 완벽하게 춘 조에게 6일 차에 피자와 치킨을 준다고 했다. 모든 조가 피자와 치킨을 쟁탈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춤에 매진했다. 하지만 치킨과 피자는 모든 조에게 공평하게 나눠줬다. 약 90명을 통제해야 하는 레크리에이션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항상 입으로는 그럴듯하게 말한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쓴 것처럼 레크리에이션의 말은 신뢰가 안 갔다.


해양영토 대장정 6일 차

제주국제평화센터·박물관은 살아있다·제주 해군기지


전날 비가 부슬부슬 내려 기상상황을 걱정하면서도 마라도로 간다는 생각에 새벽 아침부터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대를 안고 방을 나설 채비를 하는데 밖에서 예감이 좋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높아서 오전에 마라도로 들어가는 배가 하나도 없어서 못 가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나의 기분은 마치 쓰다 남은 자투리 같았다. 해양영토 대장정 기간 동안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항상 옆 자리에 앉은 박소연 대원은 마라도를 못 간 것이 제일 아쉽다고 했다. 마라도가 이번 여행의 최대의 관심사였기에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마라도에 가는 대신 제주 서귀포시 중문에 위치한 제주국제평화센터와 박물관은 살아있다에 방문했다. 제주에서는 관(정부)을 통하지 않고 남북 민간인들끼리 많은 교류를 했고 북한 측을 제주도에 3번이나 초청해 민간차원에서 교류했다고 한다. 남북 교류의 장 등 평화 관련 주제의 사진 기록물을 감상하거나 세계 평화에 기여한 정상을 비롯한 다양한 밀랍 인형을 모아놓은 전시관을 구경했다.


어른의 가면을 쓴 박소연 대원

광주에서 온 24살 박소연 대원은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대원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듯하다.
< 드론과 함께 한 제주국제평화센터 >

박물관은 살아있다 체험관의 방문은 평소 고된 일정 속에서의 보금자리가 됐다. 마라도에 못 간 덕분에(?) 대원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더욱 친해진 계기가 된듯하다.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위치한 제주 민군복합항(제주 해군기지)을 방문했다. 해양영토 대장정 대원들이 방문한다고 해서 배를 다 모아놨다고 한다. 총무공 이순신함, 세종대왕 함과 고속정을 업그레이드한 고속함이 있었다. 제주도는 해군기지 마저 자연 친환경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아름다운 해군기지를 드론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해군기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드론과 함께 한 제주 박물관은 살아있다 >


다음날 희망팀과 합류하기 위해 여객선 터미널로 갔다. 제주도에서 여수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5시간이다. 그동안 각 조별 팀원끼리 제작한 UCC 동영상을 최종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1조는 UCC 동영상에 유일하게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쓴 팀이라서 상위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순위권 밖, 이유는 기획력이 부족해서였다. 1조 UCC 영상이 뽑히지 않았다는 것에 같이 아쉬워 해준 해양영토 대장정 간부들은 심사위원이 정한 합산 점수에 대해서는 손 쓸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교수님들에게 찾아가 떼쓰고 싶었지만 결과에 승복해야 했다. 그래도 해양 대원 모두가 1조의 UCC 동영상에 환호해주며 칭찬 일색이었기에 미련은 없었다. UCC 동영상을 2일 차부터 편집해온 조재형 대원 덕분에 좋은 추억을 쌓았다. UCC 영상 발표 이후 꿀 같은 자유시간을 가졌다. 배에서의 5시간은 따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5시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지루하거나 피곤할 틈 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츤데레 가면을 쓴 조재형 대원

동국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25살 조재형 대원은 1조 UCC 동영상 촬영과 편집을 도맡았다. 2일 차부터 혼자서 몰래 UCC 동영상 편집을 준비한 조재형 대원은 다른 대외활동에서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인지 작전 구상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평소 겉으로는 새침하고 퉁명스럽게 대하면서 대원들에게 할 거 다 해주는 성격이다. 속은 눈물을 훔칠 만큼 감정적이며 우리 조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대원이다. 해양 세계 탐험이 해양영토 대장정 지원 계기라고 한다.

해양영토 대장정 7~8일 차

여수 국가산업단지·부산 갈맷길 3코스·전야제·국립 해양박물관·해단식 및 시상·해산

< 드론과 함께 한 부산 갈맷길 >

어느덧 해양영토 대장정의 막바지다. 해양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지나 부산 갈맷길 3코스의 트레킹을 마치고 드디어 전야제 행사가 진행됐다. 전야제는 뉴스 기자와 일문일답으로 시작하여 각 팀별로 선발된 상위 UCC와 단체 퍼포먼스 동영상 시청, 장기자랑, 해양 골든벨, 게임 순서로 진행됐다. 상위권에 뽑힌 조의 6개의 UCC 동영상 시청을 마무리하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던 찰나 갑자기 1조 UCC 영상이 틀어졌다. 편집을 맡은 조재형 대원은 감동에 벅차 눈물을 훔쳤고 우리 조는 서로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우승보다 값진 추억을 쌓았다. 우리 조는 전야제 장기자랑에 나선다. 대장정 3일째부터 장기자랑을 준비해 온 1조의 진가를 보여줄 때가 됐다. 장기자랑은 가수 노라조의 카레라는 노래로 춤을 췄다. 춤만 춘다면 순위권에 승산이 없겠다 생각하여 인도 사람처럼 직접 카레를 먹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대장정 도약팀, 희망팀 모두 열렬한 함성소리와 함께 카레 노래를 불러주었다. 덕분에 긴장한 탓에 단단히 굳어버린 몸이 풀리면서 무대를 즐기게 됐다. 결과는 1등! 노라조 카레를 기획한 장종수 대원 덕분에 추억을 한 층 더 쌓았다. 장종수 대원은 대장정 대원 모두를 제치고 해양 골든벨에서도 우승했다.


아버지의 가면을 쓴 장종수 대원

끝섬 전망대에 걸어 올라가는 동안 부산에서 온 대원과 대화를 나눴다. 부산에서 온 대원은 부산 동서대 국제관계학에 재학 중인 29살 장종수이다. 우리나라 모든 국토를 여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서남해안을 대장정 하면서 우리 해양영토를 직접 보고 느끼면서 해양영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위해 해양영토 대장정에 지원했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항상 조용한 장종수 대원은 해양영토 대장정 동안 뒤에서 묵묵히 우리 대원들을 챙겨주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섬세한 장종수 대원 덕분에 조장인 나는 부담이 줄었다.
< 해단식을 마친 '우리는 하나다' 1조 >

우리는 한배를 탔다: 미래를 향한 위대한 항해라는 주제로 시작한 해양영토 대장정은 해단식을 끝으로 7박 8일간의 긴 여정이 끝났다. 해단식은 국립 해양박물관에서 진행됐다. 해단식 때 해양영토 대장정 기간 동안 열심히 노력한 조에게 최우수상을 부여한다고 한다. 최우수 조는 단연 만능 1조의 몫이었다. 이로써 1조는 장기자랑, UCC, 해양 골든벨, 최우수 조, 달리기 시합, 모든 행사에서 1등을 거머쥐었다(UCC 영상은 마음의 1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양영토 대장정을 하면서 단순히 드론으로 찍은 영상만을 가지고 가려던 나는 좋은 인연, 1등, 추억 등 평생 잊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어갔다. 또한 항상 혼자 지내려던 안 좋은 버릇도 해양영토 대장정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을 통해 고쳐졌다.


가면의 의미

사람을 보고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은 결국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마주할 때 처음에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냄새를 맡는 것도, 만져서 느끼는 것도, 귀를 기울여 듣는 것도 아닌 눈으로 보는 것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도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상대방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사람의 진짜 내면을 보지 못한 채, 가면에 휩쓸린다. 그렇다고 해서 가면에 가려진 내면을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면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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