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얼에는 없는 드론 안전 비행 체크리스트 10
세상은 냉혹합니다. 짙어진 황사는 초미세먼지로 진화했고 아무 일 없던 우리의 대지에도 지진이 찾아 왔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 향한 일터는 위에서는 갑질이, 아래에서는 무개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험한 세상과 지난 한파를 피해 들어간 이불 속에서도 비행의 자유를 위해 고민을 마다하지 않은 아나드론스타팅이었습니다.
타이니 웁에서 BLDC 모터를 품은 본격적인 미니드론까지 살펴보았으니까요.
하지만 벚꽃과 함께 떨어진 봄비로 얼룩진 하늘은 맑게 개고, 시원스레 파란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머잖아 드론의 프로펠러를 무겁게 내리누를 뜨겁고 끈적한 여름 공기가 오기 전까지, 호버링 한번 하지 않고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청명합니다.
이대로 이불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5월은 드론의 계절입니다.
파란 하늘을 향해 비행하는 드론이 우리를 설레게 하더라도 들뜬 기분만으로 날리기엔 드론은 무서운 기계입니다.
역시 이불 밖 세상은 위험하고 냉혹한데다 노콘(No Control)이 난 드론이 어떤 사고를 저지를지, 날카로운 프로펠러는 어떤 유혈 사태를 부를지 모르니까요.
드론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닙니다. 드론 사고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가벼운 사고로 끝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사용설명서를 잘 따르면 드론이 벌이는 이상한 행동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걱정은 설명서를 따랐는데도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와 설명서를 읽어보지도 않은 경우죠.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드론이 어느 때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드론의 이상한 행동이 사고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나눌 이야기는 설명서도 들려주지 않는, 드론 안전 비행을 위해 알아야 할 10가지입니다.
GPS를 가진 드론은 조종 부담을 덜어줍니다.
조종기와 드론을 무선으로만 연결한 것과 달리 GPS는 하늘의 위성과 드론을 잇는 또 하나의 연결고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완구형 드론도 GPS를 가지게 있습니다.
GPS는 위성들이 보내는 시간 정보를 읽어 자신의 위치를 계산하는 장치입니다.
위성과 위성 사이의 거리와 위성과 드론 사이의 거리를 알면 드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편리한 GPS는 태양의 눈치를 봅니다. 바로 태양폭풍입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의 전파는 지구 전리층을 통과해 드론까지 도달하는데, 태양폭풍은 지구 위로 에너지를 쏟아내 이 전리층을 두껍게 만듭니다.
두꺼워진 전리층은 전파전달 시간에 오차를 만들죠.
GPS를 탑재한 드론은 위성 정보를 충분히 수신했는지 확인하는 것만큼 태양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태양폭풍은 드론의 나침판인 지자기 센서까지 교란시킵니다.
다행히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에서는 태양폭풍 경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비행 전에는 꼭 확인합시다.
자신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모르는 드론은 어떤 사고를 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드론은 크기와 비행 거리에 따라 인도어(Indoor)와 파크 플라이어(Park Flyer)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실내용 드론은 집안에서 사고를 칠 일이 적습니다.
하지만 태양폭풍을 피해 들어온 커다란 드론도 실내에서 날고 싶습니다.
GPS를 사용할 수 없는 실내에서는 기압 센서와 초음파 센서, 시각 센서 등의 도움으로 비행합니다.
하지만 이런 센서들은 실내에서 더 자주 실수를 일으킵니다.
공기의 압력을 측정하는 기압 센서는 방문을 여닫을 때 생기는 압력만으로 고도를 혼동하고, 반사된 초음파가 돌아오는 시간으로 높이를 감지하는 초음파 센서는 초음파를 흡수하는 카펫 위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이미지로 드론의 이동을 판단하는 시각 센서는 반복되는 무늬 앞에서는 가만히 있는지 어디론가 흘러가는지 알지 못해 오류를 일으키고는 합니다.
별 다른 센서를 사용하지 않는 레이싱 드론의 실내 비행은 더 위험합니다.
드론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기 어렵고, 빠른 비행이 목적인 드론이 집안 물건이나 사람에게 달려드는 데 1초도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팅을 마치고 정상 동작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잠깐해보는 호버링도 그렇습니다.
레이싱 드론에게 잠깐은 사고치기 충분한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액션카메라는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을 대신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드론과 액션카메라도 죽이 잘 맞는 사이입니다.
액션카메라에 저장한 영상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볼 수 있고, 카메라가 찍고 있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액션카메라를 WiFi로 스마트폰과 연결한 상태로 드론에 설치하면, 액션카메라와 그렇게 사이좋던 드론이 뿌리치듯 조종불능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유는 와이파이와 드론이 같은 2.4GHz 주파수를 사용하는데서 생깁니다.
조종기에서 보내는 2.4GHz와 액션카메라가 보내는 2.4GHz 사이에서 드론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드론은 둘 다 떠나보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드론에 액션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WiFi 기능을 끄세요.
거실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WiFi 무선 공유기가 모두에게 공평히 인터넷을 나눠주듯, 드론이 사용하는 2.4GHz도 주파수를 잘게 쪼게 모든 드론에게 공평하게 제공합니다.
드론과 조종기가 많은 기능으로 연결된다면 쪼개진 주파수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실시간으로 고화질 영상을 조종기로 전송하는 드론이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런 드론들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비행했을 때입니다.
드론들은 서로 더 많은 주파수를 차지하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하고, 패배한 드론은 우리 곁을 떠날지 모릅니다.
이런 일은 고성능을 자랑하는 DJI 드론이 동시에 비행했을 때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DJI 드론 동호회 정모에서는 순서를 정해서 비행하는 것이 드론과 생이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툭하고 던져 올린 드론이 날아오르는 것도 멋지지만 비행을 마친 드론이 손 위에 안착하는 모습은 정말 멋집니다.
하지만 드론의 프로펠러는 단단하고 날카롭습니다.
프로펠러는 바람을 가르기 위해 설계된 칼이고 보통 드론은 이 칼을 4개나 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안전장치가 있다 해도, 갑자기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는 드론에게 다가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고장이 나지 않은 드론도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갑작스런 돌풍에도 균형을 잡게 설정된 드론이 손 위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프리스타일 드론의 필수 기능인 에어모드(Air Mode)는 하강하는 순간에도 자세를 잡기 위해 출력을 올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굳이 프로펠러에 상한 끔찍한 사진을 검색해 보지 않더라도 드론은 무서운 기계입니다.
드론이 노콘 상태의 맹수가 되어도 위험하지만 가장 많은 사고는 뜻밖에도 배터리를 끼우는 순간에 일어납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드론은 배터리를 연결하는 순간 숨은 광기를 드러내죠. 그래서 드론을 잡는 손은 항상 프로펠러가 닿지 않는 곳을 잡아야 합니다.
특히 잡을 곳이 별로 없는 레이싱 드론은 더 신경을 써야합니다.
무슨 드론을 잡는 방법이 따로 있냐라며 귀찮고 번거로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드론은 4개의 칼을 가진 무서운 기계입니다.
드론을 날리다 보면 어찌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행하는 드론 앞으로 무언가 등장한다거나,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드론이 더 이상 안전한 비행을 약속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땅으로 착륙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자세 제어 센서가 이상하면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촬영용 드론은 리턴홈(RTH) 기능을 활용할 수 있지만, 땅으로 떨어트리는 것이 최적의 선택인 순간을 위해 비상 정지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드론이 무사할지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값비싼 외제차에 달려드는 것보다는 현명한 선택지입니다.
드론이 조종기 신호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GPS를 장착한 드론은 처음 비행 위치로 돌아오게 하거나, 조종범위 이상 비행하지 못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이 가진 센서라고는 자세 제어를 위한 자이로 센서와 중력을 감지할 가속도 센서 정도입니다.
그래서 조종기로부터 신호를 받을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어떻게 동작할지 정해야 합니다.
이것을 페일 세이프 (Fail Safe)라고 부릅니다.
페일 세이프 기능은 수신기에서도 정할 수 있습니다. 수신기가 조종기의 신호를 받지 못하면 미리 정해진 동작으로 드론을 움직입니다.
페일 세이프 동작이 영원히 작동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마저 동작하지 않는 위험한 순간은 없어야겠죠?
배터리를 연결하지 않은 프로펠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돌지 않는 모터에 달린 프로펠러도 얌전하죠.
날지 않는 드론의 프로펠러는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날지 않아도 배터리를 연결하고 모터를 돌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정비할 때죠.
레이싱 드론의 프로펠러는 너트를 이용해서 모터에 고정하는 일이 퍽 번거롭기도 해서 프로펠러를 단 상태로 정비를 할 때가 많습니다.
위험한지 몰라서가 아니라 프로펠러가 돌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죠.
물론 모터가 돌지 않도록 정상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면 괜찮지만, 사소한 조작 실수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모터가 미쳐 프로펠러를 휘두르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정비를 받는 드론은 정상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드론도 정비할 때는 평소와 다른 상태가 됩니다.
반드시 프로펠러를 제거하세요. 드론을 고치려다 우리가 망가져서는 안 되니까요.
드론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강력합니다. 조그만 완구형 드론이 사용하는 150mAh 용량 배터리도 45C 방전율을 가집니다.
즉 150mA의 45배 전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죠. 최대 6750mA의 전류입니다. 단순히 전류로만 보면 에어컨도 돌릴 수 있습니다.
이런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른다면 엄청난 열이 발생합니다.
추락으로 상한 배터리는 내부에서 높은 전류가 흐를 수 있습니다. 그 전류는 배터리를 뜨겁게 만들고 불이 날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드론이 사용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에는 젤 형태의 인화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습니다.
초가삼간을 홀라당 태우기엔 충분합니다. 상태가 의심스럽다면 아까워도 떠나보내야 할 때입니다. 쿨하게 떠나보내세요.
드론은 안전해야 합니다. 누가 조종하더라도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재산 손실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만드는 기계는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술이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한 장치가 만들어져도 그 장치를 무시하는 더 높은 성능을 찾기도 하니까요.
물론 무슨 짓을 해도 좀처럼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무언가를 부술만한 힘을 가지지 못하는 작은 드론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안전한 드론을 연구해야 하고, 그때까지 드론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합니다.
드론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비행하는 즐거움 못지 않으니까요.
오늘 살펴본 드론 안전비행을 위해 알아야 할 10가지는 여기까지입니다.
드론은 기능도 많고 종류도 많습니다. 그래서 드론이 위험한 상태가 되는 경우는 여기서 모두 다루지 못할 만큼 다양합니다.
다른 사고 사례나 나만의 안전 비행 법칙을 공유해 주세요.
안전한 하늘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드론을 조종하는 모든 사람의 몫이니까요.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