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피크 드론이 보여주는 새로운 진화
드론이 우리 곁에 가깝게 다가온 때는 세상을 바꾼 다른 기술들과 비교하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인도 영화 ‘세 얼간이’가 개봉한 해가 2009년이니까 대중에게 친근한 모양의 드론은 10년이나 되었습니다. 물론 전쟁을 위한 드론은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무선으로 비행하는 물건을 드론으로 본다면 최초의 드론을 찾는 일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여러 개의 프로펠러로 하늘을 나는 드론의 모양은 이미 영화 ‘세 얼간이’ 이전에 완성되었지만 카메라를 이용해서 세상을 내려다보거나 실시간 영상에 의존해 비행을 즐기는 레이싱 드론이 처음 등장한건 2014년이었으니 드론의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것은 5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짐벌을 가진 드론 덕분에 누구나 항공촬영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고성능 배터리와 모터 같은 드론 부품의 발전으로 드론은 더 빠르게 더 멀리까지 비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성능의 발전과 함께 크기도 작아지고 있습니다.
부품의 소형화 덕분에 레이싱 드론도 함께 작아지다가
드론은 넓은 벌판에서 좁은 방구석까지 비행 범위가 넓어지면서 함께 다양해집니다. 그리고 최근 실내 비행이 답답한 색다른 미니 드론이 창문 밖을 뛰쳐나갔습니다.
투스피크 드론은 타이니우프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얼핏 본 투스피크 드론은 프로펠러 덕트가 빠진 타이니우프의 모양입니다.
프로펠러를 보호하고 효율을 높이는 덕트는 타이니우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물론 1g의 무게 변화에도 비행의 느낌이 달라지는 타이니우프 중에는 조금이라도 가벼운 비행을 위해 덕트를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덕트가 없는 미니 드론으로 투스피크 드론은 새로울 것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타이니우프는 완구형 드론이 가진 출력과 FPV 카메라의 성능과 무게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드론입니다. 타이니우프는 좁은 방구석을 비행하는 특수한 목적 덕분에 더 이상 진화가 필요없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이니우프가 사용하는 브러시 모터(Brushed Motor)는 별다른 추가 부품이 필요없어 가볍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힘과 내구성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타이니우프보다 큰 드론은 힘과 내구성이 뛰어난 BLDC Brushless DC) 모터를 선호합니다. 타이니우프도 BLDC 모터가 탐나기는 마찬가지 였지만 타이니우프의 작은 공간에 들어갈 소형 BLDC 모터 같은 건 찾을 수 없었죠.
타이니우프는 이 초소형 BLDC 모터로 고속 비행이 가능한 마이크로 드론이 되었습니다. 물론 속도 역시 덩달아 빨라져 실내 비행이라는 타이니우프만의 장점까지 퇴색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다양한 BLDC 모터의 타이니우프가 등장했습니다.
브러시 모터 타이니우프와 BLDC 모터 타이니우프의 비행 느낌은 서로 다릅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는 사이 BLDC 모터 타이니우프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를 시작했습니다.
BLDC 모터 타이니우프는 한계를 끌어올리기 위해 배터리 2개를 직렬로 연결한 2s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타이니우프가 BLDC 모터로 아무리 강해져도 아쉬운 점이 남습니다. 타이니우프는 개운한 기분이 들기에는 아직 속도가 부족합니다. 고속 전진을 위한 가속도 그렇지만 자유낙하를 마치고 중력을 이겨 다시 하늘로 올라야 하는 프리스타일 비행은 어딘지 힘이 부족합니다.
이미 타이니우프 보다 크고 일반적인 레이싱 드론보다 작은 100급의 초소형 BLDC 레이싱 드론 성능과 비교하면 BLDC 모터 타이니우프의 성능은 더 아쉽습니다.
좁은 실내 비행을 즐기려고 만든 타이니우프가 고성능일 필요가 있었을까 근본적인 고민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BLDC 모터 타이니우프가 빠른 속력이 아쉬워 실내 비행을 포기했다면 차라리 넓은 실외를 위해 더 큰 출력을 찾기 시작합니다. BLDC 모터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새로운 타이니우프가 등장할 때입니다.
출력의 아쉬움을 채워 개운한 비행을 자랑하는 투스피크 드론은 이렇게 등장했습니다. 가벼움을 위해 프레임은 이쑤시개처럼 가늘고 길어지고 프로펠러를 보호하기 위한 덕트도 과감히 버렸습니다. 프로펠러도 직진 비행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2장 날개의 2엽 프로펠러입니다.
이런 형태의 변화는 새로운 게 아닙니다. 초소형 BLDC 모터를 만나기 전의 타이니우프도 성능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날렵한 프레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투스피크 드론은 이미 예견된 진화인지 모릅니다.
투스피크 드론은 드론 기술 분석으로 유명한 유튜버 캐밥FPV(KababFPV)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타이니우프의 덕트 디자인으로는 BLDC 모터가 최적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가볍고 단단한 카본으로 프레임을 새로 디자인하면서 투스피크 드론의 표준이 완성됩니다.
항상 신제품에 목마른 레이싱 드론 회사들 역시 투스피크 드론을 주목했습니다. 투스피크가 소개되고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투스피크 드론이 출시되기 시작합니다. 타이니우프 드론을 전문으로 만드는 베타FPV는 투스피크 드론 HX100을 선보입니다. .
대각선으로 마주본 모터 사이의 거리가 10cm에 불과한 이 100급 드론은 일반적인 크기인 200급 이상 크기의 레이싱 드론도 사용하는 3s 배터리까지 사용합니다. 베타FPV의 HX100은 레이싱과 프리스타일 비행 둘 다 만족스러운 비행 성능을 자랑합니다.
투스피크 드론이지만 3s 배터리까지 사용이 가능한 이 드론의 모터는 8500kv 입니다. 1V의 전압에 8500RPM으로 회전합니다. 10,000kv가 넘는 타이니우프 모터의 회전 속도보다 토크에 힘을 준 모터입니다. 강한 힘에 나온 속력 때문인지 프레임 역시 일반적인 투스피크보다 견고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캐노피는 3D 프린터로 만들어졌습니다. 해피모델이 얼마나 빨리 투스피크 드론을 출시하려고 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다른 이신의 드론처럼 바로 비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세일플라이X 역시 배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가방도 줍니다. 비행 속도를 결정지을 FPV 카메라는 작지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투스피크 드론은 이미 타이니우프에서 저만치 멀어지고 있습니다. 풀 스피드 투스피크 드론은 이름처럼 최고 속도를 위해 4s 배터리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모터도 4500kv로 다른 투스피크 드론보다 느리게 회전합니다. 그렇게 얻은 토크로 2장의 날개 대신 4장의 날개를 가진 프로펠러가 사용됩니다. 4엽 프로펠러가 만드는 고출력을 견디기 위해 전면 팔이 서로 연결된 프레임이 특징입니다. 이쯤 되면 이름만 투스피크 일뿐 100급의 미니 BLDC 드론과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터보비(TurboBee)는 투스피크 프레임에 타이니우프용 고속회전 초소형 BLDC 모터(10,000kv)가 사용되었지만
그래도 투스피크 드론은 전통적인 타이니우프처럼 배터리만큼은 아래쪽에 위치했지만 그마저 위로 바꾼 투스피크 드론이 있습니다.
레이싱 드론은 빠르게 수평을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무거운 배터리를 기체 아래 고정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상하를 뒤집는 회전이 잦은 프리스타일 드론은 위에 배터리가 위치하는 걸 선호합니다. 타이니우프는 FPV 카메라가 이미 윗자리를 차지한 덕분에 배터리가 할 수 없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작고 빠른 프리스타일 투스피크 드론이 프리스타일 비행을 장기로 삼는다면 배터리가 위에 고정되는 이맥스의 타이니호크는 당연한 디자인입니다. 비록 투스피크 드론 만의 가늘고 가벼운 디자인은 저 멀리 사라졌더라도 말이죠.
투스피크 드론이 BLDC 모터가 달린 타이니우프에서 진화했다고 하지만 성능에 집중하면서 점차 이미 인기 있는 100급 미니 드론과 비슷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투스피크 드론만의 매력은 아직 남았습니다. 타이니우프의 부품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프레임이 조금 길어져도 가볍습니다. 이렇게 가벼운 기체는 아무리 빠른 속력으로 어딘가 부딪쳐도 치명적인 위험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연방항공청 FAA가 250g 이상 무게를 가진 드론만 등록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타이니우프의 프로펠러 고정 방법도 투스피크 드론의 안전에 한 몫 합니다.
프로펠러가 어딘가 충돌해도 회전하는 프로펠러와 모터축이 미끄러지면서 멈춥니다. 프로펠러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기 전에 모터에서 빠져버리겠죠. 물론 최근 출시된 투스피크 드론은 프로펠러가 부러지면 부러졌지 절대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볼트로 고정하도록 되어 있는 모델도 있지만 그건 투스피크 드론과 미니 드론 사이의 변종입니다.
큰 회사가 드론 시장을 장악하면서 어쩐지 신기한 드론이 드물어진 게 아닌가 심심한 요즘, 레이싱드론은 타이니우프에서 투스피크 드론으로 진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투스피크 드론은 이미 여러 드론 회사에서 출시한 만큼 성능은 타이니우프의 갑갑함을 개운하게 해준다는 평가 입니다. 투스피크 드론 다음에는 어떤 드론이 우리를 즐겁게 할까요? 드론은 느리지만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