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행시 짓기
오늘의 글감 : 4행시로 글쓰기 (추 석 연 휴)
추 : 추워지기 시작한다. '찬 바람이 불면 노래'가 생각난다. 내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곡인데도 앞에 가사 때문인 듯하다. 자기 전에 열고 잔 문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 코 끝으로 가을 향기가 난다. 참 좋다, 이 가을바람이.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시원한 바람. 여름의 끈적함과 숨 막히게 하는 공기와는 다른 산뜻하고 상쾌한 바람이 참 좋다.
석 : 석양이 지는 가을 하늘은 예술이다. 바람이 불어서인지 하늘에 있는 구름을 펼쳐놓는 솜씨가 일품이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일만 하면 짜증이 났을 테지만, 긴 가을 방학이 더해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이른 아침, 오랜 숙원이었던 다리 제모 시작. 어릴 때부터 유난히 털이 많았던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엄마 몰래 아빠 면도기로 다리털을 깎았다. 그런데 깎아도 깎아도 털은 자라나고 심지어 더 굵어지고 까칠해졌다. 왜 이제야 피부과를 찾았나 모른다. 그동안 짠돌이 빛방울은 피부과 가는 게 사치인 줄만 알았다. 이제야 피부과를 찾은 나를 원망하다가 지금이라도 찾은 나를 칭찬한다.
(여기까지 쓰다가 너무 졸려서 잠이 들었다.)
연 : 연속으로 열흘을 쉰 적이 있었나? 이렇게 긴 연휴는 처음인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서 뛰겠다고 해놓고, 일어나 보니 비가 추척추적 내리고 있다. 신발을 적시며 뛸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접었다. 책을 탁자 위에 쌓아두고 다 읽어야지 했다가, 넷플릭스를 켠다. 은중과 상연. 설거지하면서 시간이 아까워서 틀어놓고 찔끔찔끔 봤는데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보고 있으니 몰입도가 좋다. 이렇게 봐야지 맞는 거지. 새삼 이런 연휴가 너무 귀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꼭 해야 하는 것도 없이 내게 주어진 시간들. 아까워서 조각내어 계획을 짜던 나를 버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여유를 부리는 시간이 이리도 좋을까.
휴 : 휴우~! 이제 시댁에 갈 시간이 다가온다. 제사는 안 지내서 할 일은 많지 않다지만 조카들도 오고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 분주하게 음식 준비도 하고 가서 내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예감. 어제 장 본 것들을 챙기고 짐을 챙겨야겠다. 써 놓은 글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이런 쓰레기가 없다. 어쩌랴. 생각이 흐름이 그랬다면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결론은 길고 긴 추석 연휴 덕분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다는 이야기.
오늘의 4행시 끝!
짧고 굵게 재치 있게 쓰고 싶었는데, 이게 뭐람.